이 사회는 산업 구조조정 때문에 청년 실업률이 치솟았다. 이 사회는 중류 계층이 붕괴하면서 경제·사회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이 사회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이 사회’는 1950년대 영국이다. 절망이 사회를 지배했을 때 영국의 젊은 작가들은 사회 부조리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을 쏟아냈다. 그 가운데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라는 희곡을 쓴 존 오즈번은 기성 사회의 추악한 모습을 집요하게 파헤쳤고, 그를 위시한 리얼리즘 작가들과 함께 ‘성난 젊은이들’이라고 불렸다.
그럼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사회는 부조리하고 많은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있다. 상실과 무력감 속에 사는 우리를 위해 이 시대 최고 인문학자 8인 강신주, 강준만, 고미숙, 노명우, 문태준, 이현우(로쟈), 정병설, 정여울이 모여 존 오즈번의 희곡과 동명의 책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를 내놨다.
이들은 말한다. “현실은 절망적이다. 하지만 당신 책임은 아니다. 절망은 의지와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계발은 현실을 바꿀 수 없다. 힐링은 사기였다. 치료 대상은 당신이 아니라 사회다.”
이 책은 고전 탐구나 정신 수양의 인문학이 아니다. ‘성난 대중’과 공명하는 ‘성난 인문학’이다. 철저하게 절망하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그리고 사회를 바꾸는 것. 이것이 성난 인문학의 본질이다.
1부에서는 <맹자>, <순자>, <파우스트>,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감정 독재>, 〈광인일기〉, 〈분신〉 등에서 인간의 욕망과 절망을 규명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들을 적나라하게 해체하면서 현재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찰케 한다.
2부에서는 <동물농장>, <리시스트라테>,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이것이 인간인가>, <구운몽>, <별 방랑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등에서 나타난 부도덕한 사회와 인간 그리고 소외와 극복을 살펴본다.
“세상이 이토록 뒤숭숭한데 인문학이 다 무슨 소용인가?”라고 묻는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할 때다.
강신주, 강준만, 고미숙, 노명우, 문태준, 이현우, 정병설, 정여울 공저. 메디치미디어. 정가 1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