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숙제하고 시험공부 하는 것이 아이들이 하는 유일한 일과가 된 상황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 다르지 않다. 집안일에서조차 철저히 소외된 요즘 아이들은 심지어 이불을 개고 걸레를 짜는 법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아동기가 사라지고 성인기는 늦어지면서 어른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길들여지는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들이 아이들을 길들이려는 충동을 자제하고, 아이들 내면의 야성(야생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어떻게 해서 아동기가 사라지게 되었는지, 아이들 내면의 야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역사,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인용한다.
또한 미국의 대안학교 알바니프리스쿨에서 40여 년간 아이들을 지도했던 저자가 몸으로 체득한 지혜를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들려준다.
저자는 “자립적이고 움츠려들지 않으며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면의 야성이라는 불꽃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아동기를 회복하는 일은 지금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역설한다.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길들여지는 아이들. 아이들 내면에 살아 있는 생명력과 야성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지음. 오필선 옮김. 민들레. 정가 1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