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핵심 친박을 뺀 절대다수가 ‘범친김’ 세력으로, 현재 김무성계는 세를 확장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친박으로 분류되는 TK(대구·경북)의 한 중진 의원은 요즘 노심초사다.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총선거까지 2년 이상 남았지만 당내에는 누가 살고 누가 죽을 것인가 셈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 의원은 지역구 관리를 위해 보좌진을 급파하려 했지만 곧 국정감사에다 정기국회까지, 일이 산더미여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모든 것이 ‘김무성계’ 출현 탓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무성 계보의 핵폭발”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김무성계는 현재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계보 중 가장 오랜 역사와 넓은 이념적 스펙트럼, 최대 다수를 보인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큰 틀에서 여섯 갈래로까지 분류된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치권의 관측을 종합하면 이렇다.
일단 가장 끈끈한 계보는 ‘엔빅스’ 멤버들이다. 엔빅스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실무진만으로 꾸린 캠프가 국회 앞 엔빅스빌딩 4, 5층에 있었기에 붙어진 이름이다. 김무성 대표는 경선 당시 조직총괄본부장이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정치권 인사는 “경선이 워낙 치열했기에 내부는 결속에 결속을 다졌다. 당시 함께한 이들 중 51%가 현재 박 대통령과 함께할 순장조라면, 49%는 김무성 대표와 함께할 동지들”이라며 “이름만 거론하면 김선동, 한선교, 이혜훈, 김재원, 구상찬, 권영세, 유기준 등 전·현직 의원들이 엔빅스 출신 김무성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극보수에서부터 중도보수, 보수적 합리주의자 등이 망라돼 있다.
좀체 드러나진 않지만 정치권 호사가들 사이에서 ‘조폭 수준’으로까지 칭해지는 모임이 있다. 2010년 5월 5일, 친이계가 득세했던 이명박 정부에서 김 대표가 친박계 출신으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원내대표가 되면서 친박 울타리를 넘었다. 그리고는 곧 원내부대표단을 꾸렸는데 이들의 동지애가 보통이 아니라고 한다. 당시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를 중심으로 김학용 김성태 권성동 이진복 조원진 이한성 의원 등 14명이 원내부대표로 선임됐고, 정책위의장은 고흥길 체제였다.
이들은 김 대표가 부산 영도 보궐선거에서 당선, 국회로 재입성하자 곧 ‘당권주자 만들기’의 선봉에 섰다. 경기, 서울, 강원, 경남, 부산, 경북, 대구를 망라하고 있어 마음에 맞는 의원들 모으기에 집중했다. 김 대표는 현재 사무총장을 이군현 의원에게 맡긴 상태다. 지난해 9월 김 대표의 대표적인 공부모임인 ‘근현대사 역사교실’이 만들어졌을 땐 김학용 의원이 간사를 맡아 새누리당 의원 3분의 2(106명)를 가입시켰다. 김성태 의원은 현안이 있을 때마다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등 비박계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세 번째가 ‘동병상련’ 멤버들이다. 가장 힘들 때 함께 위로하며 권토중래를 다짐했던 이들이 김무성계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2년 5월 중순이었다. 19대 총선이 끝난 지 한 달 쯤 뒤 김 대표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한 이들에게 ‘미국 동행’ 여부를 물었다. 6월 11일 미국으로 떠난 이들은 이경재 안경률 안형환 조전혁 정옥임 김성수 신영수 성윤환 전 의원. 20일여 캠핑카로 미국 서부지역 배낭여행에 나섰고, 하루 400~500㎞를 달리며 동고동락했다. 귀국한 뒤에는 공부 모임을 만들어 연을 이어갔다.
김 대표에겐 ‘무대 DNA’를 가진 PK(부산·경남) 후배들이 큰 힘이다. 서용교 이헌승 의원은 김 대표 사람 중 핵심으로 꼽힌다. 이 의원은 김 대표의 보좌관 출신이고, 서 의원은 김 대표의 부산 지역구(남구을)를 물려받았다. 특히 서 의원은 과거 홍사덕 전 의원의 보좌진 출신으로 김 대표와 홍 전 의원의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10년 이상 된 인연이다. 재선의 박민식 의원은 김 대표의 국회 재입성을 도왔다. 그 뒤로도 숨은 브레인으로서 각종 기획에 관여했고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후문이다. 부산에선 3선의 김정훈 의원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시절부터 김 대표와 인연을 맺고 있다.
현재 당내에선 ‘친박 핵심을 뺀 나머지’를 대부분 김무성계로 보고 있다. 그러니 김무성계의 가장 마지막 주자는 이번 전대에서 ‘백기투항’한 이들이다. TK는 본래 새누리당 절대지지 지역이지만 지난 전대에서 분열 분위기였다. 일부는 서청원 의원을, 일부는 김무성 의원을 밀면서 표심이 갈렸다. 결과적으로 대구 의원 12명 중 절반이 김 대표를, 경북은 절반 이상이 김 대표를 지지했다. 경북에선 중동고 후배인 강석호 의원이 역할을 맡았다(사무1부총장 발탁). 이병석 의원도 물밑에서 김 대표를 도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가장 오랜 역사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상도동계 출신들이다. 상도동계 막내로 불리는 김 대표가 당권을 쥐면서 커튼 뒤로 사라질 것 같았던 상도동계가 불씨를 살렸다. 당내에서는 이인제, 정병국, 이진복 의원 등이 상도동계와 연관이 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가 끓여주는 ‘된장 배춧국’을 먹었던 인연이 남다르다.
특히 정치권에선 전대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권오을 전 의원과 이군현 당 사무총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권 전 의원은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다. 20대 총선 정국에서 ‘물갈이론’이 제기되면 권 위원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3선인 그가 4선에 도전할 가능성도 아주 커졌다. 이 사무총장은 당의 기획, 정보, 살림을 도맡으면서 사실상 당을 접수하려 한다. 누굴 살릴 것인가는 그에게 달린 것으로 본다. 정가 소식을 수집하는 한 기관 관계자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김무성계는 세를 확장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핵심 친박을 뺀 절대다수가 ‘범친김’ 세력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임기 중 큰 실수를 하거나, 측근 중 일부가 사건에 연루되면 그의 리더십에도 상처가 날 수 있고, 주인을 잃은 세력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 일부 측근 중에서 차기 공천을 위한 정치자금 모금에 불법적으로 나선다면 김 대표가 위기를 맡게 된다. BH(청와대)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