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 12일 언론 브리핑 때 지문 감식도 하지 않은 총기를 맨손으로 다뤄 우려를 낳았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총기 확보 당시 지문 감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갑도 끼지 않고 총기를 마구잡이로 다루다가 지난 13일에서야 전남ㆍ인천지방경찰청, 순천경찰서 지문감식요원 5명의 협조를 얻어 총기 5정에 대해 지문 감식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일 ‘김엄마’ 김명숙씨의 친척 집에 있던 가스총 2정, 구식 권총 2정, 사격선수용 4.5㎜ 공기 권총 1정 등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했다. 이후 지난 11일 경찰청 산하 특수법인인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를 찾아 감정을 의뢰했다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말을 듣고 총기를 수거해 되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총기를 꺼내거나 옮길 때 수사관들과 협회 관계자들은 모두 맨손으로 총기를 만졌다는 전언이다. 또한 검찰은 지난 12일 언론 브리핑 때도 총기를 맨손으로 다루면서 우려를 낳았다.
검찰이 “총기는 유 전 회장의 것”이라는 ‘김엄마’의 진술만 믿고 유 전 회장 사망원인을 규명할 수도 있는 중요 단서인 총기 사용자의 흔적을 훼손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과학수사’를 말로만 얘기하는 것 같다. 초동수사 조치가 현장 보존과 타인의 체액ㆍ지문 확보인데, 수사의 에이비씨(ABC)도 모르는 조치다. 기초수사에 대한 기본이 무너졌다. 유병언 사체가 발견된 순천 매실 밭의 변사체 현장 관리에 실패한 경찰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여러 사람이 만지게 되면 지문이 중첩돼 증거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초동수사 실패다”고 말했다.
현대사회범죄연구 백기종 전문위원도 “애시 당초 가방이나 총기를 포함한 그 안의 물건들 지문 감식하면 누가 만졌는지 다 나온다. 보니까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지더라. 지문이 겹쳐지면 나중에 만지는 사람 지문만 나온다. 검찰은 정말 수사의 ABC도 모른다. ‘과학수사’ 자체도 모른다. 이러니까 국민들로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