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회 컨설팅’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별을 당한 사람을 대상으로 다시 재회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업체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이다. 곳곳에서 생겨난 재회 전문 업체는 그들만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실연의 아픔에 젖은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 업체 중에는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방불케 하는 컨설팅을 펼치는 곳도 있어 눈길을 끌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비싼 비용과 연출 등으로 “사랑을 돈으로 조작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사랑의 실연과 이별도 ‘전문가’에게 맡기는 시대, 재회 컨설팅의 모든 것을 심층 취재했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스틸컷. 최근 재회 컨설팅이 돌풍을 일으키자 일각에서는 “사랑을 돈으로 조작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별, 재회를 수년간 직접 상담한 전문가들로 운영하여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신뢰와 데이터를 근거로 실제로 필요한 부분들만을 분석해 재회를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한 유명 재회 컨설팅 업체에 올라온 소개 글이다. 해당 유명 재회 컨설팅 업체 인터넷 사이트에는 하루에 수백 명이 드나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트에 올려진 자유게시판에는 “여자친구와 재회한 스토리입니다” 등 각종 후기 글이 올려져 있다.
이렇듯 국내에 있는 재회 전문 업체는 ‘10여 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무실이 있는 곳부터 인터넷 사이트로만 존재하는 곳까지 다양하다. 모두의 공통점은 연애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으며, 데이터에 입각한 전문적인 컨설팅이 가능하다고 광고를 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심리학과 뇌신경학 등을 토대로 한 데이터베이스로 컨설팅을 해준다고 하는 업체도 있다.
그렇다면 재회 컨설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통상 절차로는 업체 사이트 회원가입, 상담 글 작성, 상담료 입금, 상담원 배정, 상담 등으로 진행된다. 상담에는 전화상담 및 방문상담 등의 종류가 있다. 비용은 적게는 2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에 달한다. 한 재회 컨설팅 업체의 관계자는 “상담 글을 꼼꼼하게 적어야 한다. 그래야 체계적이고 정확한 상담이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상담 글을 작성해본 결과, 상당히 자세한 내용을 적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작성자의 성별, 나이, 직업은 물론 혈액형과 기본적인 성격을 적도록 제시되어 있다. 자신의 성격이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어 왔는지 적는 것도 필수 조건이다.
특히 핵심은 바로 ‘이별한 이유’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등 이별한 이유를 구구절절 쓰고 나면 다음에는 헤어진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의 성격을 적도록 한다. 신청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상대방의 성격을 쓰지만, 재회 컨설턴트에 따르면 여기에서 신청자가 이별을 한 이유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재회 컨설턴트는 “이별한 이유를 보고 나면 어느 정도 헤어짐을 고한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신청자는 헤어진 애인의 성격을 아직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여기에서부터 컨설팅이 시작된다”라고 전했다.
tvN 드라마 <연애조작단: 시라노>의 한 장면.
재회 컨설팅의 효과는 장담할 순 없다. 업체에 따라서 성공확률은 다르지만 “80%에서 100%의 성공확률을 보장할 수 있다”며 광고를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80%에서 100%의 확률은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유명 연애 컨설팅 업체 M 재회 컨설팅 관계자는 “확률은 정확히 50 대 50이다. 이별마다 케이스도 너무 다르고 해서 장담은 할 수 없다. 다만 재회 컨설팅을 받는 것은 50%에서 51%로 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나머지 49%는 지속적인 컨설팅을 통해 채워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컨설팅 비용은 통상 한 달에 5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에 달한다. 또 연애 프로파일링 프로그램이나 이미지 컨설팅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300만 원에서 500만 원 등 천차만별로 늘어난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았는데 너무 비싼 비용을 받는 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재회 컨설팅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벤트’다. 이중 라디오 감동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신청인이 라디오 사연을 쓰고 재회 컨설턴트가 라디오 DJ로 위장해 헤어진 애인에게 전화를 거는 것. 이때 컨설턴트는 마치 라디오 생방송 중에 전화연결을 한 것처럼 상황을 꾸민다. 일부 업체는 이벤트를 위해 컨설턴트를 성우로 고용하는 등 완벽한 ‘연출’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컨설턴트에 따르면 라디오 감동 이벤트는 재회 성공률이 가장 높은 이벤트라고 전해진다.
라디오 감동뿐만 아니라 정말 ‘요원’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에 드는 상대방에게 접근해 사랑하는 방법을 조작, 연출해 사랑의 결실에 이르게 만드는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실사판이 펼쳐지는 셈이다. 업체의 연애조작단을 실제로 이용해봤다는 김 아무개 씨(28)는 “컨설턴트가 헤어진 여자친구의 동선과 페이스북, SNS 등을 집중적으로 파악하더라. 미행 비슷한 것인데 그러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하게끔 도와준다. 나 같은 경우에는 우연처럼 만나서 업체의 도움으로 촛불 이벤트까지 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는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벤트와 연애조작과 관련해서는 업계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인다. M 재회 컨설팅 관계자는 “이벤트도 여러 상황에 맞게 해야지 무조건으로 이벤트를 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하는 업체는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 연애조작도 제대로 하는 업체도 거의 없다. 어설픈 연기를 하다가 오히려 상황이 더 안 좋아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라고 지적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성공확률 100%? 허위·과장 광고 주의 실패해도 환불 안돼… 님도 잃고 돈도 잃고 ㅜㅜ 이별 후 심리적 공황상태에 다다른 사람에게는 재회 컨설팅이 어느 정도 힘이 되겠지만, 반드시 좋은 결과만 가져다주는 건 아니다. 재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요구하기 위해 신청자에게 희망을 불어 넣거나 수백만 원에 달하는 프로그램을 사라고 압박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피해사례는 인터넷에서 종종 목격된다. 30대 남성 A 씨는 수백만 원의 돈을 바치고 결국 재회도 실패한 아픈 경험이 있다. A 씨는 “컨설턴트가 컨설팅, 연애조작단 요원 투입, 이미지 변신, 코디 등이 ‘한 세트’라며 600만 원을 요구했다. 한 번에 600만 원은 부담스러워 점진적으로 컨설팅을 다니며 돈을 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돈은 돈대로 내고 재회는 실패했다. 사실 실패를 해도 보상 받는 것은 없다. 프로그램 도중에 환불도 힘들다”라고 호소했다. B 씨(27) 역시 재회 컨설팅에서 실패한 경우다. B 씨는 “처음엔 전화상담은 괜찮겠지 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돈이 할증이 붙더라. 전화 통화만 해도 20만 원이 넘게 나왔다. 그래도 그때는 힘이 드니까 계속해서 전화 상담을 받곤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의지할 누군가가 그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주변 친구들에게 위로 받을 수도 있는데, 결국 재회도 실패했고 왜 돈까지 쓰면서 했는지 아직도 스스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사랑할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쓴 이인 작가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회컨설팅 시장이 등장한 원인을 “실패를 견디지 못하는 세대의 특징”에서 찾았다. 이별이라는 시련을 그저 실패라고 생각하다보니 자신이 견뎌낼 힘을 갖지 못하고 전문가와 돈에 기댄다는 것이다. 이인 작가는 “픽업 아티스트가 ‘술수’를 써서 이성을 유혹할 수 있다고 믿듯이 재회컨설팅을 찾는 사람들 또한 ‘술수’로 사랑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랑은 연필로 쓰라’고 했던 옛 노래 대신 ‘사랑은 돈으로 쓰라’는 말이 요즘 시대의 자화상인 것 같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