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었고 굉장히 새로웠다. 아시아에서 큰 도시의 방문도 처음이다. 공항에서 오는 길(이날 교황은 서울공항에서 청와대로 이동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다)이 훌륭했다. 한강 위의 많은 다리들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교황은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을 최초로 방문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이 흥미로운 교회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종교적인 신념은 선교사들이 아닌 인민 스스로의 생각(Self thinking)에 의해서 생겨났다. 신도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수도자들이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박해 이후에 수도자들이 더 이상 비전 같은 것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신념이 지속되었다는 것이 놀랍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얼마 전 브라질 월드컵이 있었다. 아르헨티나 태생인 교황도 축구광이라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젊었을 때는 좋아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프로축구 클럽인 산 로렌소의 열성적인 팬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축구를 안 보는 것 같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 경기는 아예 보지 않았다. 심지어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결승전도 그랬다. 요즘에는 경기 관람에 흥미가 없어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사흘째인 16일 순교자 124위 시복식을 위해 광화문광장에 들어서고 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수십만 명의 인파가 교황을 맞이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따뜻한 리더’로 유명한 교황의 따뜻한 성향은 어디서 온 것 같나.
“(이탈리아계 이민자 집안답게) 전형적인 북이탈리아인의 성향과 남미 대륙의 성향이 섞여 있는 것 같다. 교황의 북이탈리아 성향은 전통적이고 새로운 것에 개방적이지 않다. 반면 남미적 성향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을 즐긴다.”
―교황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다정함(Tenderness)과 친밀함(Closeness)이다. 힘든 사람들에게 다가가 먼저 어루만지는 것은 돈을 받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일을 교황은 몸소 실천하고 있다.”
시복식을 집전하는 교황. 박은숙 기자
―전임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교해본다면.
“두 교황은 너무 다르기에 비교하기 쉽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베네딕토는 교수 출신이다. 이 둘은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지고, 다른 곳에서 일했다. 내 의견은 베네딕토 16세의 교훈은 매우 진실되고 훌륭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가 아주 어려운 결정을 해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에서 사임한 것도 2000여 년 동안의 교회 역사를 비춰볼 때 매우 개혁적인 결정이었다.”
―내일이 한국의 광복절이다. 알고 있나.
“물론 알고 있다.”
‘따뜻한 리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소형차인 쏘울을 의전차량으로 선택하는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가슴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어린이 사랑이 유별난 교황은 15일 솔뫼성지에서 어린이와의 스킨십을 위해 수차례 차량을 멈춰세웠다. 교황방한위원회·사진공동취재단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많은 나라들이 서로 다른 나라와 갈등 속에 있다. 이 상황에서 교황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아마 교황이 직접적으로 (두 나라의 화해를) 언급한다고 해서 풀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황은 항상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교황의 연설도 그런 점을 생각하며 이뤄진다. 교황의 목표는 전 세계의 평화다. 교황은 조금씩 그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본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5만여 명의 신도가 운집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교황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교황은 전 세계 교회의 연합을 상징한다. 중국 사람들은 주교의 존재를 통치, 즉 그 나라를 지배하기 위해 교황이 보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교황은 교회의 권력이 아니라 하나됨의 상징이다. 믿음의 구원자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교황의 역할이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특별히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있는가.
“나도 교황과 같이 중동과 이라크 분쟁을 위해서 기도한다. 전쟁과 분쟁은 기독교인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교황 파격 일화 엿보기 지난 14일 오전 10시 30분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한국을 방문했다. 교황은 서울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부터 화제가 됐다. 서울공항에서 열린 교황 방한 환영식 행사 참여자 면면도 그렇다. 고위관료 대신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새터민,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방탄이 안 되는 소형차와 KTX를 타는 등 파격의 연속이다. 이러한 파격은 교황이 대주교로 있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미 소문이 나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행정처에 있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집무실은 비서실만 한 크기였다. 전임 추기경의 총대리로 일할 때 썼던 방을 그대로 썼다. 대주교 집무실의 히터도 모든 직원이 나오지 않으면 틀지 않았다. 교황은 청소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자기 침대를 정리했다. 교황은 교황으로 추대된 후에 신문 가판대를 운영하는 다니엘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다. 교황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일간지 구독을 끊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다니엘은 자기 귀를 의심하며 다른 사람이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농담 그만하라는 다니엘의 말에 교황은 “정말 호르헤 베르고글리오입니다. 로마에서 전화하는 겁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신문을 보내주어서 감사드립니다”고 말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