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
회사 측은 김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별로 없다. 일각에서는 최근 대우증권 구조조정과 해외 진출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대주주인 산은지주와의 갈등설이 이번 사퇴의 촉매제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김 사장은 증권업계 대표적인 IB(투자은행) 1세대이자 국제금융 전문가로서 취임 당시부터 대우증권을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산은지주가 영입한 인물”이라며 “그러나 김 사장 임기 중 지주 회장이 교체되고 산업은행 역시 정책금융공사와 통합을 앞두고 있으며 대우증권도 매물로 나올 운명이라 그동안 김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해외 사업을 두고 지주와 갈등설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인위적 구조조정은 지양하고 노사 간 화합을 원했던 김 사장의 행보에도 산은지주가 마뜩찮게 여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무주공산’이 된 대우증권엔 벌써부터 정권 실세와 맞닿은 강력한 후보들이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선 현재 김 사장 대신 대우증권 사장직무대행을 맡은 구동현 산은지주 부사장도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구 사장직무대행은 1982년 한국산업은행에 입행한 후 M&A실장, KDB컨설팅 실장 등을 거쳐 2012년부터 산은금융지주 부사장 등 주요 요직을 섭렵해 왔다. 더욱이 대구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후배로 엮이며,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동문으로도 알려졌다.
현재 대우증권 차기 사장 하마평 역시 정권 실세와 막역한 인물들이 자의반 타의반 거론된다. 유력 후보로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 전병조 KB투자증권 부사장, 정유신 전 한국벤처투자 대표 등이 꼽힌다.
박동영 전 부사장은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인연이 있다. 박 전 부사장의 선친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3선에 문교부 장관을 지낸 박찬현 의원이다. 박찬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입법부 장악을 위해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신정우회 소속이다. 박 전 부사장은 임기영 전 대우증권 사장과 IBK투자증권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오며 대우증권에 합류했다가 지난해 물러났다. 대우증권 사정에 밝고, 국제통인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관료 출신인 전병조 KB투자증권 부사장은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대우증권에 재직해 온 내부 출신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대구고 후배다. 정유신 전 한국벤처투자 대표도 새누리당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 안종범 경제수석, 강석훈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과 같은 대우경제연구소 출신으로 주목 받는다.
업계 사정에 밝은 다른 관계자는 “김기범 사장의 소신 있지만 다소 고집스러운 경영 스타일이 산은지주와 마찰을 일으킨 만큼, 후임 사장은 산은지주와 궁합을 고려한 인사가 유력해 보인다”며 “더욱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산은 입장에서는 정권 실세와 맞닿은 인물도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승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