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정보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 원작이 소설이라고 해서 감독이 반드시 원작 소설에 충실해야 할 까닭은 없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원작 소설보다 훨씬 좋은 영화가 탄생하기도 하며 원작 소설을 읽은 관객이라면 아쉬움을 표하는 영화도 나오기 마련이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원작 소설을 망친 영화로 영화사에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은 모두 100세 노인인 알란이다. 두 작품에서 알란은 전혀 다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소설 속 알란은 어린 시절 특수한 사연과 경험을 갖고 있다.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혁명을 위해 러시아로 떠나지만 정치적인 심경 변화로 인해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에 반대하다 죽음을 당했다. 늘 정치 얘기를 하던 아버지가 정치적 혼란 속에 사망하면서 알란은 평생 정치적인 견해를 갖지 않고 살아간다.
그가 현대사의 굵직한 인물과 사건에 연이어 휘말리면서 냉전시대에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오가며 독특한 인맥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아버지의 죽음에서 비롯된 확실한 정치적인 중립, 아니 무관심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망으로 어린 시절부터 생계를 위해 폭탄 관련 회사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배운 폭파 기술은 그의 인생사에 큰 밑천이 된다. 심지어 미국과 러시아의 원자폭탄 개발 경쟁에서 엄청난 역할을 해낼 정도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책 표지.
혹 영화만 보고 알란이라는 100세 노인에게 편견을 갖게 된 관객이라면 늦게라도 원작 소설을 통해 알란의 진면목을 만나보길 바란다. 알란은 영화처럼 단순히 운이 좋은 술주정뱅이가 아니다. 중국에서 육로로 스웨덴까지 가지 위해 맨손으로 히말라야를 넘으려 하는 도전 정신부터 스파이가 되지만 정보를 활용해 오히려 미소 냉전 종식을 위해 앞장선 평화정신까지 갖춘, 소설 속 알란은 정말 멋진 인물이다.
@ 초이스 기준 : 원작 소설을 읽은 뒤 허망함과 황당함을 경험하고 싶다면 클릭
추천할 만한 구석이 거의 없는 영화다. 원작 소설이라면 두 손 들어 추천한다. 책의 일부분에서 특정 인종이나 국가를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겨 아쉽기도 하지만 충분히 읽는 재미를 선사하는 책이다. 그렇지만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황당하고 허망하다. 원작 소설의 재미를 한 편의 영화가 이렇게 반감시킬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만 남긴 영화다.
@ 추천 다운로드 가격 : 0원
영화로서의 추천 가치가 없다고 판단돼 추천 다운로드 가격은 0원으로 책정했다. 우선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원작 소설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원작 소설을 읽은 관객의 경우 이 영화를 보면 원작 소설을 보고 받은 감흥과 재미가 크게 훼손될 수 있으므로 관람을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