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우리는 위대한 철학자나 작가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안다. 그들이 말년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았는지 후세에 남긴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 주변에 있는 이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아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평범한 사람들은 자기 삶을 어떻게 바라볼까?
MTV를 비롯한 음악과 방송계 유수 기업에서 경영자로 활동한 <가장 소중한 것을 지금 하라>의 지은이 크리스티아네 추 잘름은 어느 날 임종봉사자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그동안 해왔던 일과 전혀 다른, 엉뚱한 일이었지만 죽음과 독대해야만 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욕망은 그녀의 삶 전반에 걸쳐왔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라자루스 호스피스에서 6개월 동안 임종봉사 교육을 받은 뒤 봉사자로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 곁을 지키면서 지은이는 죽음을 앞둔 여든 명의 사람들에게서 충격적이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들이 세상과 이별하며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바로 ‘가장 소중한 것을 지금 하라’는 것이다.
왜 ‘가장 소중한 것’을 ‘지금’ 해야 하는가. 매일이 평범한 일상이지만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평소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과 한순간에 이별을 고해야 할지 모른다. 삶은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더욱 소중하다. 생의 마지막에 후회하지 않기 위하여, 다시 살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지 않기 위하여 ‘소중한 것’을 행하기를 유예하지 않아야 한다.
이 책에 실린 여든 개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풀어낸 여든 명의 사람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들은 저자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추도사를 세상에 남기고 떠났다. 지난 삶을 회고하며 무엇을 느꼈을까. 그것을 우리에게 남긴 이유가 무엇일까.
이것은 단순한 엔딩 노트가 아니다. 치유 불가능한 병에 걸려 호스피스, 요양원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죽음과 마주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죽음 앞에 남는 것들을 본다. 이는 다시 말해 삶에서 남는 것들이다.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면 동시에 삶이 확연하게 보인다. 그때 보이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물질이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 감정과 경험에 관한 기억이다.
여든 명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슬프지 않다. 놀라운 이야기를 시종일관 담담한 어조로 전달하여 읽는 이가 내용에 깊이 빠져들게 한다. 죽어간 이들의 이야기지만 남은 사람들에게 삶에 의미를 되찾고 희망을 갖게 한다.
크리스티아네 추 잘름 지음. 엄양선 옮김. 토네이도. 정가 1만 4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