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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인기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으로 더 잘 알려진 그의 이력은 짧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의 삶 자체가 너무 드라마틱해서 실제 그대로 하면 오히려 가짜처럼 느껴질 것 같아 창작을 해야 했다”고 제작진이 밝힐 정도로 그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일찍이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포커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카지노계 본고장을 장악했고, 한때는 세계대회에서 프로기사 조훈현과 조치훈을 연파하는 등 프로 4단의 바둑기사로도 숱한 화제를 뿌렸다. 쿵푸 공인 7단으로 무술도 수준급이고 피아노 바이올린 등 못 다루는 악기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수년간 매년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카지노계의 절대 강자로 일컬어지던 그가 지난해 9월 돌연 귀국해 전격적으로 GKL의 영업이사로 영입됐다는 소식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회사는 올해 개장된 신규 외국인전용 카지노 사업장을 관장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만든 자회사였다. 그런데 그는 불과 5개월 만인 지난 2월 전격적으로 사표를 던지고 미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갑작스런 그의 사퇴에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됐으나 회사 측은 당초 “개인 사정 때문”이라고 했다가 “회사의 조직 생활에 잘 안 맞았다”고 하는 등 분명치 않은 해명을 했다. 정작 당사자인 차 씨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신규 외국인전용 카지노 사업은 지난 DJ 정권 때부터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항상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다. 사업장 선정 과정과 심사 등에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지난 736호(6월 25일자)에서 ‘카지노 의혹 검찰 내사’ 사실을 처음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오락실 비리 의혹이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이와 함께 카지노 의혹도 다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차 씨는 사표를 던진 이후 미국에서 생활하며 가끔씩 한국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그가 한국에 나와 있던 지난 7일 저녁 기자는 서울 대학로에서 차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한국에 다시 나왔는데 지금 여기는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시끄럽다. 혹시 바다이야기 게임을 아는가.
▲안다. 물론 해보지는 않았다. 바다이야기는 정말 한심한 게임이다. 게임도 아니다. 그야말로 사행성 도박이다.
―바다이야기 파문이 카지노에까지 번질 기미가 보이는데.
▲그 둘은 엄연히 다르다. 바다이야기는 국민들을 도박 중독으로 빠트리는 사행성 게임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카지노는 관광산업이다. 나는 지금 내국인 대상의 카지노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강원랜드의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가. 내국인 대상 카지노장은 나도 반대다. 하지만 외국인전용 카지노장은 이 땅에 들어오는 외국인의 주머니를 노리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홍콩 마카오 등지에 나가서 얼마나 많은 돈을 카지노장에서 뿌리고 다니는가. 우리도 그 못지않게 외국인 관광객의 돈을 거둬들여야 한다.
―지난해 9월 GKL의 영업이사를 전격 수락한 것도 그 때문인가.
▲신규 외국인전용 카지노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사실 내가 청와대에 직접 올렸다. 지난 2004년 대통령 탄핵 당시였다. 나는 오스트리아를 예로 들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카지노산업을 직접 관장하면서 그 수익금으로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시킨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특정 기업이 수십년간 독점한 채 그 주변을 둘러싸고 숱한 비리 의혹만 양산하고 있다. 왜 정부는 특정 기업에만 황금알을 낳는 카지노 사업의 독점권을 주는가. 지금껏 국내에서는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이가 없다. 외국에는 이런 전례가 없다. 그래서 외국인전용 카지노장을 확대해서 그 수익금으로 복지정책에 쓰자고 했다. 내 보고서에 대해 대통령도 내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신 듯하다. 그래서 DJ 정권 때 중단됐던 외국인전용 카지노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과 5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사표를 던지고 나온 이유는.
▲내가 아직 국내 실정을 잘 몰랐던 거다(웃음). 카지노 산업은 정말 투명하게 해야 한다. 특히 관이 주도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비리와 부정이 저질러질 수 있는 것이 이 산업이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사행성 성인오락실 산업도 마찬가지다. 비자금 조성하기 딱 좋은 것이 바로 이런 산업이다.
―재직 당시에 많은 비리와 부정이 있었다는 얘기인가.
▲할 말은 많지만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 일각에서 내가 그만두고 나온 이유를 궁금해하자 ‘차 이사가 업체에 돈을 요구했다더라’ ‘조직생활에 전혀 적응이 안 되는 사람이더라’라는 악성 루머를 흘린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한심하고 기본적인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다시피 나는 수백억을 가진 사람이다. 돈에 전혀 아쉬움이 없다. 미국에서의 한 달 수입 정도에 불과한 연봉으로 한국에 온 내가 돈 벌려고 왔겠는가. 미국 카지노업계에서 배우고 익힌 내 꿈을 한번 실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청와대에 보고서도 올린 것이고. 그런데 안 되더라. 한국은 참 거대한 인맥과 유착관계가 실타래처럼 촘촘하게 얽혀 있다. 한 개인이 버텨낼 수가 없다. 그런 차원이라면 한국의 조직에 내가 안 맞았다는 것은 맞는 말인지도 모르지(웃음).
―<일요신문>에서 취재한 바로는 검찰에서도 카지노 관련 비리를 내사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차 전 이사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랬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성실하게 다 제공했고 검찰이 강력한 수사 의지를 가지고 제대로 바로잡아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역시나’였다. 얼마 전 담당 검사마저도 사표를 쓰고 옷을 벗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재직시 로비를 받거나 로비를 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주변에서 그렇게 하는 것을 보았거나.
▲…(웃음).
―혹시 정부 쪽에서는, 청와대나 문광부와 같은….
▲인사 청탁은 상당히 많았다. 이쯤 해두자.
(계속 예민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뭔가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도 극도로 말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다시 최근의 파문으로 화제를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사행성 오락으로 재산을 잃고 파탄에 빠지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바다이야기에 빠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안타깝다. 분명히 말하건대 사람이 절대 기계를 이길 수는 없다. 돈을 반드시 잃게 돼 있다. 그냥 호기심으로 한번 해보는 것은 몰라도 기계를 상대로 돈을 따자고 덤벼드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특히 그런 오락기계는 카지노와 달리 조작이 가능하다. 안 돼서 포기하려고 할 때쯤 한 번씩 터뜨려 주면 거기에 빠져 또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게임이 아니라 마약물에 서서히 중독시키는 것과 같다.
―카지노는 어떤가. 차 전 이사는 카지노에서 수십만 달러를 딴 것으로 유명한데.
▲카지노도 결국은 돈을 잃게 돼 있다. 예를 들어 딜러와 손님의 승률이 51 대 49라고 치자. 그러면 사람들은 100명 중 49명은 돈을 따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10명쯤은 딴다. 그것도 어느 순간 딴 상태에서 멈춰야 결국 따는 것이지 끝까지 하면 결국 잃는다. 그런데 왜 하느냐? 카지노를 돈 따려고 하면 안 된다. 카지노는 머리를 쓰는 심리 게임의 승부다. 즐기는 데 따르는 비용을 조금 지불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사행성 산업을 너무 많이 벌인다는 국민들의 비난이 높다.
▲정부가 너무 나서서 많은 것을 챙기려 드니까 그렇다. 오스트리아처럼 관이 주도하려면 투명해야 한다. 한국은 차라리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를 모델로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철저히 민간 기업이 운영하고 대신 주정부가 세금을 확실히 거둬들인다. 거기서는 2년마다 한 번씩 주정부가 업주를 면담한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라이선스를 취소시키기도 한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