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주치의 이보라 내과 전문의(34·서울 동부병원)는 지난 18일 광화문 광장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 주치의는 “김영오 씨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인 제가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들이다. 제발 기아 상태인 유민 아빠 영오 씨를 치료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주치의’로 알려진 이보라 전문의는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을 시작한 지 6일째 되는 날부터 매일 퇴근 후 광화문 농성장에 들러 김 씨의 건강을 살펴 왔다.
이 주치의는 20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유민 아빠는 단식하면서 힘이 들어도 상대방이 불편할까봐 애써 농담을 건네는 속 좋은 동네아저씨 같았다. 많은 시민들이 농성장에 찾아와 눈물을 흘려도 도리어 그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하는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김 씨의 건강에 대해 이 주치의는 “단식 20일에 접어들면서 유민 아빠가 제대로 서 있기 조차 힘들었는지 지팡이에 짚고 다녔다. 현재는 웃음도 많이 사라지셨고, 척추 쪽 근육이 많이 소모돼 혼자 힘으로 앉아 있기도 힘든 상황이다. 며칠이 더 지나면 앉지도 못하고 계속 누워있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주치의는 “한번은 포도당 수액을 가지고 갔는데 유민 아빠가 ‘나는 반칙은 안 한다’라며 화를 내셨다.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다고 재차 권유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정신력으로 버티고 계신 거다. 몸도 마음도 모두 망가졌지만 더 이상 잃을 게 없으셔서 죽을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으로써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서히 생명이 꺼져가는 유민 아빠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한 이 주치의는 “정부·여당은 가족들의 이야기에 귀를 닫은 상태고··· 유민 아빠를 지켜보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전했다.
20일 오후 김 씨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박근혜 대통령 공식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지만 청와대 문은 지금까지 굳게 닫혀 있다.
[온라인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