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약간의 공부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다. 판타지 영화가 많아진 탓인데 대부분의 판타지 영화는 상상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이런 판타지 영화가 급증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영화는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시리즈다. 쉽게 말해 <반지의 제왕>을 보려면 중간계의 인간계 왕국들, 엘프족, 드와프족, 마법사, 호빗족, 오크족, 트롤 등의 종족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
사실 이런 판타지 세상을 만든 것은 원작 소설의 작가다. 방대한 소설 속 상상의 판타지 세계가 스크린에 옮겨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이버전트> 역시 베로니카 로스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역시 수잔 콜린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헝거 게임>과 상당히 유사하다. <다이버전트>와 <헝거게임>은 모두 미래 세계를 그리고 있는데 두 영화 모두 체제 유지를 위한 독특한 사회 체계와 방식이 영화의 주된 소재다.
영화 <헝거게임>은 독재국가 ‘판엠’은 체제 유지를 위해 만든 생존 전쟁 ‘헝거게임’이 핵심이다. 일 년에 한번 12구역에서 추첨을 통해 두 명을 선발해 총 24명이 생존을 겨루게 만들고 이 게임을 활용해 판엠은 체제를 유지한다.
영화 <다이버전트> 속 미래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다. 전쟁으로 다른 지역은 모두 폐허가 됐지만 시카고에만 인류가 살아남는다. 폐허인 시카고에 살아남은 인류는 다섯 개의 분파를 나눈 뒤 각 분파가 독립적으로 사회를 유지한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핏줄보다 분파’로 성인이 되는 날 자신의 분파를 정하면 분파가 같지 않다면 가족과도 인연을 끊어야 한다.
먼저 용어부터 정리하고 넘어간다. 여기 등장하는 용어를 숙지해서 대략적인 영화 속 판타지 세계를 이해한다면 영화가 보다 쉽게 다가올 것이다.
# 다섯 개의 분파 : 100년 전 전쟁이 끝난 뒤 시카고에 새로운 나라를 만든 건국자들이 미래의 갈등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한 사회 체계다. 각 분파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방식으로 갈등의 여지를 미리 차단한 국가 체제다.
- 애브니게이션 : 이타심이 중요한 성향이다. 봉사와 정부의 공무를 맡는다.
- 애머티 : 행복을 중시한다. 주로 농사를 짓는다.
- 캔더 : 정직을 중시하는 성향으로 법조계를 맞고 있다.
- 에러다이트 : 지식을 중시하는 이들은 교수 등 학계를 담당한다.
- 돈트리스 : 용기를 중시하는 분파로 경찰과 군인으로 치안과 국방을 담당한다.
# 테스트 : 분파 결정을 위한 단계다. 부모의 분파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테스트를 거쳐 어느 분파의 성향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 선택 : 최종적으로 분파를 결정하는 단계. 테스트 결과를 통해 개개인의 분파 성향이 확인되지만 개개인의 자율성을 인정해 선택 과정에서 테스트 결과와 무관한 분파 결정을 해도 관계없다. 그렇지만 한 번 분파를 결정하면 바꿀 수 없다.
# 무분파 : 다섯 개의 분파에 포함되지 못한 이들. 스스로 자신과 맞지 않아 분파를 떠난 이들도 있으며 해당 분파에서 쫓겨난 이들도 있다. 분파의 보호를 받지 못해 노숙자처럼 지내게 된다.
# 다이버전트 : 한 개 이상의 분파 성향을 갖고 있는, 그래서 결국 어느 분파에도 속할 수 없는 이들이다. 예를 들어 애브니게이션과 돈트리스의 성향을 모두 갖고 있는 이들이 다이버전트인데 이들은 한 개 분파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다. 게다가 이들은 정부에서 개발한 감각 통제 시스템으로도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은 분파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이들이기도 해 위험세력으로 분류된다.
영화는 애브니게이션 분파에서 자랐지만 돈트리스를 선택한 트리스(쉐일린 우들리 분)의 이야기다. 테스트 과정에서 다이버전트의 성향이 확인됐지만 다행히 테스트를 수행한 담당자가 그 사실을 트리스에게만 얘기해주며 조심하라고 충고한 뒤 테스트 결과는 애브니게이션으로 보고한다. 다이버전트임을 알고 있지만 돈트리스로 살아가기로 한 트리스는 힘겨운 돈트리스 훈련을 거치며 계속 갈등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트리스는 다이버전트다. 요즘 세상에선 다양한 기질과 끼, 능력을 갖춘 이들이 ‘멀티’ ‘만능’ 등의 용어로 각광받지만 다섯 개의 분파 체제가 중요한 영화 속 세상에서 다이버전트는 다섯 개의 체제를 뒤흔들 위험인물이다. 가족보다도 체제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다이버전트는 사회 정의를 위협하는 인물들일 수밖에 없다.
영화는 트리스가 자신이 다이버전트임을 알고 이를 받아들이며, 결국엔 분파 체제에 반항하며 맞서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다이버전트>는 시리즈의 1편으로 시카고의 미래 세계를 설명하는 내용과 트리스가 돈트리스의 일원이 되기 위해 받는 훈련 과정이 중심이라 다소 지루하다는 평도 있다. 따라서 진정한 이 영화는 트리스가 다이버전트가 된 이후인 2편부터일 수도 있다. 기대감을 갖고 2편을 기다려 볼 만한 가치는 분명 있는 영화다.
@ 줄거리
미래의 시카고. 전쟁으로 세계가 멸망한 뒤 폐허가 된 도시 시카고에 살아남은 인류는 다섯 개의 분파를 중심으로 한 사회 체제를 만들어 100여 년 동안 이어졌다.
‘핏줄보다 분파’라는 이들의 가치관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 시카고 사회는 인간의 기본적인 체제인 가족보다도 분파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은 다섯 개의 분파 가운데 하나에 속한 뒤 각 분파의 행동규범을 절대적으로 따르며 살아간다. 철저히 통제된 삶이다. 따라서 어느 분파에도 포함되지 않는 다이버전트를 분파 체제에서 공공의 적이다.
애브니게이션 분파에서 행복하게 자란 베아트리스(쉐일린 우들리 분)는 애브니게이션과 돈트리스의 성향을 모두 갖고 있어 선택을 앞두고 갈등한다. 게다가 테스트를 통해 자신이 다이버전트임을 알게 된다. 부모님 곁에서 지금처럼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결국 그는 돈트리스를 선택하고 이름도 짧게 트리스로 바꾼다.
이후 트리스는 엄청난 돈트리스 훈련을 소화한다. 군인과 경찰을 양성하는 훈련인 만큼 엄청나게 고된 훈련이다. 특히 애브니게이션의 ‘이타심’을 가진 트리스 입장에선 누군가를 공격하고 죽이는 돈트리스의 훈련이 더욱 힘겹다.
이처럼 트리스가 돈트리스의 일원이 되기 위해 힘겨운 훈련을 받는 동안 분파 사이에도 커다란 갈증이 유발된다. 정부를 담당하는 애브니게이션으로부터 에러다이트가 정권을 빼앗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간 것. 게다가 이 과정에서 애브니게이션을 공격하는 임무는 약물로 정신을 통제 당한 돈트리스들에게 주어진다. 트리스 역시 자신의 가족이 속한 애브니게이션을 공격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데….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헝거게임>과 같은 미래 세계를 그린 판타지 SF를 즐긴다면 클릭
앞서 언급했듯이 상상 속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영화라는 점에선 <헝거게임>과 유사점이 많다. <헝거게임>의 다른 참가자를 죽이고 홀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설정이 불편했다는 이들도 많은데 <다이버전트>는 그런 불편한 설정은 없다. 그렇지만 체제를 유지하려는 자와 이에 맞서 저항하는 혁명가들의 이야기라는 큰 틀에선 유사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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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판타지 시리즈의 1편은 다소 지루할 수밖에 없다. 영화적인 상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세상이 배경인 터라 뭔가 설명할 게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이버전트>는 트리스의 돈트리스 훈련 과정이 너무 길게 등장해 이 부분을 지루하게 느낀 이들도 많다. 만약 속편이 매우 재미있다면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는 관람이지만 아직 2편은 개봉되지 않아 뭐라 말하기 힘겹다. 아직 이 영화를 관람하지 않았다면 2편 개봉을 즈음까지 기다려 연이어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2편이 개봉한 뒤 그다지 평이 그리 좋지 않다면 관람 여부를 보다 신중히 따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코너에서도 2편이 개봉하면 조심스럽게 추천 여부를 결정해서 소개할 예정이다. 1편만 놓고 본면 다운로드 추천 가격이 1000원이지만 2편이 재밌다면 추천 가격은 3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