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산업위 여야 간사 간 회의에서는 우선 8월 26일부터 시작 예정인 1차 국감 대상 증인부터 선정한 상황이다. 2차 국감 대상 증인 명단은 예정된 1차 국감 이후 다시금 여야 간 협상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 때문에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0월 1일 산업부 국감에 나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렇다면 전순옥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내세우고자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순옥 의원실 관계자는 “알려졌다시피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해서 굉장히 많은 지적이 있었다. 부실에 대한 원인으로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밝히기 위해서 신청했다”면서 “현재 공기업 부채가 늘어난 것이 이명박 정부 때다. 그 원인에는 해외 자원개발에 의한 것들이 많다. 이번 정부 들어 공기업들이 그 부채를 해결하고 방만 경영을 잡겠다고 자원개발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해도 공개를 안 하고 있다. 헐값 매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교기조의 한 축은 실용주의 노선을 토대로 한 자원외교에 있었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오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4대강 사업’이지만 4대강 예산의 두 배인 43조 원이 자원외교에 투입됐다.
물론 ‘에너지 수입만 해오던 일방적이고 단기적인 자원외교보다는 우리의 개발경험이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자원 보유국과 장기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자원외교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 전 대통령의 본래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 투입된 예산에 비해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부터 지금까지 야권은 이를 두고 ‘대국민 홍보용’ 혹은 ‘이벤트 외교’ 등으로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원외교의 주요 사례라 볼 수 있는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의 경우, 처음부터 부실 논란이 제기되면 현재 이를 다시 매각할 경우 2조 원가량의 손해가 예상된다. 또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대대적 홍보에 나섰던 ‘쿠르드 유전’ 역시 현재까지 제대로 된 시추사업 성과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1조 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앞서 전 의원 측이 언급했듯 현재 에너지 공기업들은 지난 정부 시절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투입된 지분을 매각하거나 정리할 방침이다. 결국 ‘자원으로 흥하고 자원으로 망한 꼴’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감 증인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같은 산업위에 소속된 동료 의원실의 경우 여야를 불문하고 실현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야권의 한 산업위 소속 의원실 보좌관은 “우리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증인 신청 명단에 올라와 있어 깜짝 놀랐다”며 “물론 자원외교의 책임이 이명박 정부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관장을 넘어 최고책임자로서 이 전 대통령이 최종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무엇보다 여권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위 소속의 또 다른 의원실 보좌관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제 증인 출석 여부보단 소위 말하는 이벤트성 증인 신청일 가능성이 높다”며 “설령 이 전 대통령이 여야 간사 회의를 통해 증인으로 채택됐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갖가지 이유를 대며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전직 대통령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적은 역대 상임위를 포함해 단 한 번도 없다.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이 실현된다면 이는 헌정 이래 최초다. 다만 지난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 시공사 대표가 기획재정위 국감에 출석한 바 있다. 부친의 비자금에서 비롯된 해외 은닉 자금에 대한 의혹 탓이었다. 전직 대통령 아들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전 대표의 사례가 최초였다.
묘한 인연이다. 알려졌다시피 이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한 전순옥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에 맞서 투쟁한 고 전태일 열사의 친여동생이다. 이 전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개발 정책 노선은 앞서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평가다. 현장에서 싸웠던 오빠와 달리 전 의원의 싸움터는 ‘의회’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을 요구한 전 의원의 행보가 현실로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단순한 ‘초선의원의 패기’로 남을지 주목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