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프로골퍼 김하늘이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그는 LA 다저스 류현진의 지목으로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했다. 사진제공=KLPGA
팀의 도전에 가장 먼저 응답한 건 션이다. 션은 희망재단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는 18일 페이스북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는 네 아이가 달려와 빨간 양동이에 가득 담긴 얼음물을 그의 머리 위에 붓는 장면이 담겨있다. 그는 다음 도전자로 빅뱅의 지드래곤, 배우 조인성, KBS 해설위원 이영표를 지목했다.
처음 챌린지에 적극 동참한 건 박 전 코치와 친분이 두터운 이들이었다. 션의 지목을 받은 지드래곤은 1년 넘게 박 전 코치와 친분을 쌓아오고 있다. 8월 18일 자신의 생일을 맞아 8180만 원을 희망재단에 기부했다. 지난해 생일에도 같은 금액을 기부했고, 솔로 콘서트에 박 전 코치와 가족을 초대해 VIP석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그를 따라 팬클럽도 같은 날 818만 원을 희망재단에 기부했다.
병상에 누워있는 박 전 코치도 챌린지에 동참했다. 호흡기를 달고 있어 얼음물을 맞을 수 없기에 인공눈 스프레이를 뿌려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10년 넘게 투병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다. 챌린지에 나서며 “얼음물 샤워를 할 수 있는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는 가슴 뭉클한 말을 남겼다. 그가 다음으로 지목한 사람은 가수 겸 탤런트 양동근과 고교선배인 김용태 의원, 농구선수 서장훈이다.
양동근은 명동 한복판에서 미션을 수행했다. 얼음물을 맞기에 앞서 그는 “국내에는 루게릭병 요양병원이 없다. 그간 승일 형의 노고가 있었기에 이렇게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또 구경을 나온 시민들에게도 익살스럽게 승일희망재단을 외치며 홍보를 톡톡히 했다.
양동근의 배턴을 이어받은 이는 소녀시대 수영이다. 수영 역시 박 전 코치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온 지인으로 유명하다. 수영은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닌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꼭 기부도 완료해주시기 바란다”며 진정성이 느껴지는 말을 남겼다.
진지한 얼굴로 챌린지에 동참한 이가 또 있다. 개그맨 김구라와 그의 아들 김동현이다. 평소 독설가로 유명한 김구라는 이날만큼은 진중한 태도로 얼음물 세례에 동참했다. 그의 참여가 특별했던 건 그의 아버지가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 별세했기 때문이다. 그는 영상에서 “환자와 가족 분들 항상 힘내길 바란다”는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챌린지가 한국에서 시작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100명이 넘는 유명인들이 동참했다.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더 이상 세기도 힘들 정도다. 연예인, 스포츠 선수, 정치인 할 것 없이 번지고 있는 열풍 속에서 스타들의 인맥도를 엿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연예계 마당발로 소문난 개그맨 김제동은 세 명의 지인으로부터 동시에 지목을 받았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개그맨 유재석, 농구선수 서장훈으로부터 소환당한 것. 그는 세 번 연달아 물세례를 받으며 자신을 지목한 사람들의 이름을 불렀다. 찬물세례에 입술이 파랗게 질려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다시 세 번 더 물을 맞으며 다음 도전자의 이름을 한 번씩 불렀다. 가수 이효리, 만화가 강풀과 배우 강동원을 지목하면서 “강동원, 머리 풀고 물 맞아라”고 말해 보는 이들이 폭소케 했다.
국내외를 넘어선 인맥을 과시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가수 보아는 배우 현빈, 아이돌그룹 빅뱅의 탑과 함께 일본의 유명 힙합듀오 엠플로(m-flo)의 멤버 버발을 지목했다. 현빈은 영화 <만추>로 인연을 맺은 탕웨이와 김태용 부부, 배우 장동건을 다음 참가자로 꼽았다.
의외의 인맥도 있다. 인기그룹 JYJ의 멤버 김준수는 영화배우 최민식을 지목했다. 두 사람은 스무 살이 넘는 나이차 때문인지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같은 소속사 한 식구다. 최민식은 갈색 샤워가운을 입고 ‘상남자 포스’로 얼음물을 맞았다. 그는 “준수야 영화 홍보하다가 좋은 일 동참한다. 고맙다”고 말하며 <명량>의 김한민 감독, 배우 조진웅과 류승룡을 지목했다. 자신과 함께 김준수의 지목을 받은 배우 이정재와 설경구에게도 동참 당부를 빼놓지 않았다.
스포츠 스타들도 대거 참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야구선수 류현진은 “부상으로 도전이 늦어졌다”며 평소 친한 동료 유리베의 얼음물 세례를 받았다. LA 다저스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동영상 속에는 류현진의 머리를 치며 장난치는 유리베의 모습이 담겨 웃음을 자아낸다. 류현진은 다음 ‘타자’로 프로골퍼 김하늘,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 선수, LG 트윈스의 봉중근 선수를 지목했다. 빙속여제 이상화도 좋은 일에 뛰어들었다. 동료 모태범은 들기도 버거운 크기의 양동이에 얼음물을 가득 채워 이상화에게 쏟아 부었다. 이에 복수라도 하듯 이상화는 모태범을 다음 참가자로 찍었다. 김연아도 22일 현재 가수 김태우의 지목을 받은 상태다. ‘아이스 여왕’의 얼음물 샤워를 볼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얼음물 열풍은 여의도에도 건너갔다. 박승일의 지목을 받은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을 시작으로 같은 당 나경원 의원으로 이어졌다. 나 의원은 한국스페셜올림픽 폐회식에서 얼음물을 맞아 더 뜻 깊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도 참여자로 이름을 올렸고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지목했다.
한편 ‘패기 넘치는’ 지목을 한 경우도 있다. 채널A의 박정훈 앵커는 박 대통령, 김무성, 박영선 대표를 지목하며 당정의 화합을 당부했다. 3인조 록밴드 로열파이럿츠도 박 대통령, 일본의 아베 총리,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지목하며 “동북아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한다”는 말을 남겼다. 3국 정상이 도전장에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배우 성유리는 평소 좋아했던 할리우드 스타 조쉬 하트넷을 지목했고, 가수 김태우는 자신의 우상이라고 밝힌 가수 스티비 원더를 다음 도전자로 찍었다.
이런 훈훈한 릴레이에도 불구하고 “홍보용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일각에서 일고 있다. 배우 이켠은 자신의 트위터에 “루게릭병에 대해 알고들 하는 건가. 차가운 얼음물이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고통을 묘사한 건데 다들 너무 재미삼아 즐기는 것 같다”는 일침을 날렸다. 실제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은 속이 비치는 하얀 옷을 입고 얼음물을 맞아 속옷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배우 클라라 역시 몸에 달라붙는 민소매 옷을 입고 챌린지에 참여해 “섹시화보 찍느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해외에선… 한 달 이상 열기… 통 큰 도전에 ‘눈길 확!’ 아이스버킷챌린지의 본고장 미국에서 한 달 넘도록 참여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미국 ALS협회는 단 3주 만에 3150만 달러(320억 원)를 모금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배 넘는 규모다. 제프 베조스는 얼음물을 맞기 전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 분위기를 띄웠다. 미국의 정치가문 케네디 일가도 나섰다. 서른 명 가까이 되는 가족들이 일렬로 나란히 서 양동이를 들어 올려 파도타기 식으로 물을 맞았다. 유명 가수 저스틴 비버의 지목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대신 기부금만 냈다. 전 대통령 조지 부시도 챌린지에 동참했다. “얼음물을 맞는 건 대통령에게 맞지 않는 일이다”고 말하며 능청스럽게 기부 수표를 작성하던 부시에게 로라 여사가 다가와 얼음물을 부어버린다. 부시는 이어 “어제 생일이었던 내 친구 클린턴에게 얼음물 한 양동이를 선물로 보낸다”며 동참을 촉구했다. 아이스하키 선수 폴 비소넷은 눈 덮인 산에서 수영복만 입은 상태로 헬기에서 떨어지는 얼음물을 받아냈다. 특이한 방식으로 얼음물을 맞기에 도전한 이들도 있다.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선수 폴 비소넷은 헬기를 이용했다. 눈 덮인 산 정상에서 수영복만 입은 상태로 헬기에서 떨어지는 얼음물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얼음물을 받아내는 도전을 한 지역 방송사의 MC들도 있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