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가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함께한 모습. 임준선 기자
프리미엄의 배경에는 이부진 사장이 있다. 이 사장은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장으로 경영에 참여한 이후 호텔과 음식료에 편중돼 있던 호텔신라를 완전 변모시켰다.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옆에서 경영수업 차원의 ‘경영참여’를 한 것과 달리 이부진 사장은 직접 호텔신라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한 것이 차이점이다. 2010년부터는 호텔신라와 함께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사장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사장급)까지 겸임했다. 무려 3개 사의 최고경영자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실적도 화려하다. 인천공항, 제주공항 면세점은 물론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고, 최근에는 마카오공항 면세점 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에까지 꼽혔다. 면세점 사업은 이 사장이 직접 꼼꼼히 챙긴 사업부문이다. 이 면세점 사업이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호텔신라 매출 2조 2970억 원 가운에 면세점은 90.8%인 2조 864억 원에 달한다. 회사 영업이익이 865억 원인데, 면세점 영업이익이 963억 원이다. 호텔사업부에서 낸 214억 원의 적자를 면세점 부문이 메웠다.
신한금융투자는 호텔신라가 마카오공항 면세점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직후 7월 발간한 ‘2배 성장 가능성의 현실화 기대’라는 보고서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성준원 수석연구원은 “9월에 제주 시내면세점 확장 오픈, 10월에 싱가포르 창이공항 오픈이 예정돼 있다. 중추절, 인천아시안게임, 10월 국경절 등으로 인한 중국 관광객 증가 요인 등 호재가 많다”면서 “면세한도 상향과 마카오공항 호재까지 감안하면 2016년까지 매출액 114%(2배) 성장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매출이 6조 원까지 성장하면 영업이익률을 5%만 내도 연간 3000억 원이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 상장이다. 제일모직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 가운에 음식료(삼성웰스토리)와 레저부문은 호텔신라와의 시너지 가능성이 높다. 호텔신라를 컨트롤타워로 종합 레저·유통사업군을 형성한다면 기업가치가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이 사장은 현재 제일모직 지분 8.37%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사실상 지주회사다. 남매가 공동경영을 하지 않는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금융과 전자부문을 맡는다면, 이 사장 입장에서는 언젠가 레저 및 유통부문을 따로 떼 독립해야 한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 지분이 없다. 하지만 호텔신라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은 제일모직이 지배한다. 이 사장의 제일모직 지분을 활용하면 삼성생명이 가진 호텔신라 지분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 사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3.9%도 호텔신라 지분 확보에 동원될 수 있다. 상장시 추정되는 이 지분의 가치는 7000억~8000억 원이다. 삼성 계열사가 가진 호텔신라 지분 16.8%의 시가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한편 이 사장은 경영 외적으로도 평판이 좋다. 호텔신라 건물에 손상을 입힌 택시기사를 배려한 일화나, 호텔 운영과 관련된 각종 일화들이 공식, 비공식 라인을 통해 일반인에게 알려진 덕분이다. 재벌가 장녀가 평범한 직장인과 백년가약을 맺은 결혼 스토리도 소탈한 이미지를 돕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