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퍼거슨시에서 발생한 흑인 청년 사망 사건으로 흑인들의 시위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작은 사진에서 보듯 중무장한 경찰부대의 과잉 진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9일 오후. 미주리주 퍼거슨시 경찰서 소속인 대런 윌슨 경관(28)은 다른 동료 경관과 함께 도로 한복판을 걷고 있는 두 명의 흑인 청년을 목격했다. 청년들의 행동으로 자동차 통행이 방해를 받고 있다고 판단한 윌슨 경관은 “당장 도로에서 나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흑인 청년들은 그의 말을 무시했고, 윌슨 경관이 순찰차에서 나오려 하자 돌진해오더니 다시 순찰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곧 윌슨 경관의 얼굴과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했으며, 급기야 몸싸움 끝에 한 차례 실탄이 발사되기도 했다.
잠시 후 브라운이 순찰차에서 벗어나 돌아서 가버리자 윌슨 경관은 그의 등을 향해 총을 겨누면서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 걸음을 멈춘 브라운은 윌슨 경관을 향해 돌아선 후 “뭐야, 지금 나를 쏘시게?”라면서 뒤돌아 달려오기 시작했다.
윌슨 경관이 브라운을 향해 총을 발사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모두 여섯 발이었다. 네 발은 가슴과 팔에 맞았고, 그리고 두 발은 머리를 관통했다. 브라운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여기까지는 모두 퍼거슨시 경찰 측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경찰의 정당방위였다는 것이다. 경찰관 측은 윌슨 경관이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방아쇠를 당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목격자들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한 목격자는 “브라운이 경찰관 쪽으로 몸을 돌린 후 항복의 의미로 두 손을 들어 보였는데도 경찰관이 그를 향해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당시 브라운과 함께 있었던 도리언 존슨도 전혀 다른 주장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당시 브라운과 존슨은 도로 한복판을 걷고 있던 자신들에게 다가온 경찰 두 명이 다짜고짜 총을 겨누면서 “도로에서 나오라”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관이 브라운의 목을 잡고 순찰차 안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브라운이 달아나자 경찰관들은 그의 뒤를 쫓아왔으며, 브라운이 두 손을 들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총을 쐈다고 말했다.
마이클 브라운
하지만 흑인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퍼거슨시 경찰 측의 미온적인 대응이 문제였다. 흑인 사회와 브라운의 유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경찰 측은 부검 결과를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으며, 해당 경찰관의 신원을 밝히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더욱이 해당 경찰관을 단지 공무휴직 처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흑인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급기야 브라운의 유가족들은 개인적으로 부검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머리 윗부분을 관통했던 가장 치명적인 여섯 번째 총알의 방향이 뒤에서 앞을 향했다는 사실이 그것이었다.
유가족 측 변호인은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총알이 중요하다. 이 둘은 뒤에서 앞을 향해 뚫고 나갔다. 이는 피해자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태에서 총을 쐈다는 중요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브라운이 항복의 의미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고 말하는 목격자들도 나타났다.
시위가 격화되자 지난 15일, 퍼거슨시 경찰 측은 윌슨 경찰관의 신원을 공개했다. 6년 차인 윌슨 경관은 과거 징계 처분을 받은 적이 없으며, 현재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측이 브라운이 사건 직전 인근 가게에서 담배를 훔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함께 공개하자 유가족들과 흑인 사회는 다시 분노했다. 경찰의 과잉대응 논란을 덮기 위해서 서로 관련이 없는 사건을 가져다 붙이고 있다고 말하는 한편 “인격훼손이다”라며 비난했다.
그런 가운데 경찰 측은 <폭스뉴스>를 통해 또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몸싸움 과정에서 브라운에게 심하게 구타당한 윌슨 경관이 현재 심각한 안면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와 골절상을 당한 윌슨 경관은 현재 얼굴 한쪽이 심하게 부어 오른 상태며, 관련 자료는 재판 과정에서 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브라운 사망 사건에 관련된 판결은 오는 10월 내려질 예정이다.
“손들었으니 쏘지 마세요”가 요즘 미국 전역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연합뉴스
성난 민심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의 지나친 대응 방식이 문제였다. 야간통행금지를 실시한 데다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의 모습이 그야말로 전투부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살벌했기 때문이다. 장갑차와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경찰들은 헬멧과 방탄복까지 갖춰 입었으며, 이를 본 사람들은 “마치 이라크전에 투입된 전투부대처럼 보였다”라고 말했다.
사실 퍼거슨에서 발생한 이번 소요 사태는 어쩌면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인구 2만 1000여 명의 작은 도시인 퍼거슨에서 흑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63%가량. 이는 전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과 경찰국장 등 주요 공직은 모두 백인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53명의 경찰관 가운데 흑인은 고작 세 명이다. 또한 시의원 여섯 명 가운데 흑인은 달랑 한 명뿐이며, 시교육위원의 경우에도 여섯 명 가운데 흑인 한 명, 히스패닉계 한 명으로 백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인종 차별의 문제가 다른 곳보다 심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때문에 또 다른 ‘마이클 브라운’의 예는 차고 넘친다.
가령 지난 2000년 퍼거슨에 인접한 버클리 교외의 주차장에서 두 명의 비무장 흑인 청년이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마약단속전담반 소속이었던 경관 두 명은 흑인 청년들이 탄 자동차가 자신들을 향해 돌진해왔고, 목숨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총을 발사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목숨에 위협을 느꼈다’는 경관들의 진술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아무 이유 없이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풀려난 헨리 데이비스(52)의 경우는 더욱 억울했다. 그는 현재 퍼거슨시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 2009년 동명이인인 수배범으로 오인돼 체포됐던 그는 결백이 증명됐는데도 불구하고 구치소에 수감됐으며, 심지어 네 명의 경관들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했다. 머리와 복부를 심하게 가격 당하는 등 폭행을 당했지만 오히려 기소된 것은 그였다. 경찰 측이 어이없게도 재산파괴 혐의로 그를 기소했던 것이다. 죄목은 경찰관들의 유니폼에 피를 묻혔다는 것이었다. 결국 1500달러(약 150만 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데이비스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며, 재판 과정에서 경찰관의 유니폼에 피가 묻었다는 증언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법원 측은 위증죄이긴 하나 그 정도가 약해 처벌 대상이 안 된다고 판결하는 한편, 데이비스의 상처 또한 경미하기 때문에 과잉진압이라고 여길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지난 7월 길거리에서 면세 담배를 팔다가 경찰에 적발됐던 에릭 가너는 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 의해 목 졸려 숨졌다. 뒤에서 목을 조르는 행위는 1993년 이래 금지되어 온 행위였지만 가너는 “숨을 못 쉬겠다”라며 헐떡이다가 급기야 질식사하고 말았다. 하지만 해당 경찰관은 정당한 수사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였다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비무장 상태에서 경찰에 의해 사망하는 흑인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하나 확실한 사실은 흑인들이 불평등한 법률 집행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백인들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마이클 브라운이 숨진 현장 모습. 작은 사진은 그를 총으로 쏜 윌슨 경관.
흑인들이 미국 사회에서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백인들이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을 때 가해지는 처벌 수위를 생각하면 더욱더 명백하게 드러난다. 가령 지난 8월 콜로라도주 오로라 시내 한복판을 엽총을 들고 어슬렁거렸던 스티브 로너(18)라는 백인 청년에게는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단순히 경범죄만 적용됐다. 만일 흑인 청년이 같은 행동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 자리에서 사살됐을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 2주 후에는 한 흑인 청년이 오하이오주의 한 월마트에서 장난감총인 BB탄 총을 들고 있다가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이처럼 백인과 흑인에게 가해지는 징계 정도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백인과 흑인이 비슷한 정도의 불법 약물을 복용하다 적발될 경우 흑인들이 체포되는 횟수는 백인들의 그것보다 3.6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에도 더 강도 높은 형량이 부과된다.
이는 미국인들의 의식 속에 뿌리 박혀 있는 인종 차별의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하는 실험결과도 있었다. 이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컴퓨터로 합성한 동일한 가상 인물의 얼굴을 피부색만 바꿔서 보여줬을 때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가령 백인 얼굴보다 흑인 얼굴을 보여줬을 때 더 적대감을 드러냈다.
동영상을 통한 실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는 흑인이 백인을 밀치는 장면이었고, 다른 하나는 백인이 흑인을 밀치는 장면의 동영상이었다. 밀치는 사람이 흑인이고 당하는 사람이 백인일 때에는 피실험자들의 75%가 ‘밀치는 행동’을 공격적으로 여긴 반면, 반대의 경우에는 17%만이 공격적으로 느꼈다.
따라서 윌슨 경관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덩치 큰’ 브라운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 방아쇠를 당겼다고 한다면, 그 ‘두려움’은 결국 인종차별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또한 퍼거슨시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흑인들을 진압하는 경찰들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대다수가 촛불 시위 등 평화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장갑차,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채 대응하고 있다. 이는 2012년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학생들이 조 페터로 미식축구 감독의 사임에 반대해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을 때와는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이다.
당시 백인 위주의 청년들이었던 시위대는 공공기물을 파괴했으며, 경찰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일삼았다. 당시 경찰은 최루탄이나 고무탄을 쏘지 않았으며 그저 후춧가루를 살포하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야간통행금지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학교에서부터 뿌리깊은 인종차별 말썽 피운 게 범죄? 흑인 소녀 수갑… 사실 미국 내 흑인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인종 차별을 겪으면서 살고 있다. 여기 그를 나타내는 사례가 있다. 셀리시아 존슨 존슨은 현장에서 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서로 연행됐고, 결국 4개월 동안 정학 처분을 받았다. 당시 여섯 살 소녀에게 수갑까지 채운 것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경찰 측은 “부모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 범죄자를 체포할 경우 수갑을 채우고 경찰차 뒷좌석에 앉히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적용되는 경찰 지침이다”라고 해명했다. 이밖에 플로리다주에서도 유치원생 흑인 소녀가 말썽을 피웠다는 이유로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에 체포됐는가 하면, 오레곤주에서도 아홉 살 소녀가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소녀가 올 A를 받는 영재반 학생이었다는 점이다. 백인 아동들이 비슷한 일을 저질렀을 때는 어떨까. 이에 대해 <데일리비스트>의 샐리 콘은 유치원생인 자신의 딸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백인 소녀인 딸이 유치원에서 소란을 피웠지만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으며, 단지 교사로부터 “말씀드릴 것이 있으니 저녁에 뵀으면 합니다”라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2012년 미교육부의 보고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흑백 간의 이런 차별 대우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령 두 명의 학생이 같은 구역에서 장난으로 화재 경보를 발생했다. 한 명은 흑인 유치원생이었고, 다른 한 명은 9학년 학생이었다. 흑인 학생은 5일 간 정학 처분을 받았던 반면, 백인 학생은 하루만 받았다. 시민권리교육국(OCR)이 미 전역에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2009~2010년 동안 미국 내 7만 2000개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흑인 학생들은 18%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1회 이상 정학 처분을 받은 학생들 가운데 46%가 흑인이었으며, 퇴학당한 학생들의 경우에는 39%가, 그리고 경찰에 체포된 학생들의 경우에는 36%가 흑인이었다. 반면 백인 학생들은 전체의 51%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1회 이상 정학을 당한 경우는 29%, 그리고 퇴학은 33%를 차지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강도 높은 정학 및 퇴학 처분은 특정 그룹의 학생들-흑인, 히스패닉-에게 더 많이 행해진다고 주장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