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재계에선 김 전 회장과 전직 ‘대우맨’들의 행보를 두고 “해외에서 재기를 도모한다더라”, “추징금 때문에 뭔가 일을 벌인다더라” 등의 소문이 끊이지 않아왔다. 이는 옛 대우그룹에 속했던 계열사들이 현재 주인만 달리한 채 건재해 있는 데다, 대우맨들의 활동도 왕성하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옛 대우그룹 계열사 중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된 대우자동차를 제외하면 여전히 좋은 실적을 내며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많다. 이것이 김 전 회장이 당시 DJ 정부와 관료들을 겨냥해 ‘기획 해체’,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하는 한 배경이기도 하다.
대우중공업에서 떨어져 나온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자산 18조 5000억 원, 19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24위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가 전례 없는 불황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올 상반기 183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대우전자의 후신인 동부대우전자도 지난 1999년 이후 13년간 워크아웃 기업으로 전전하다 동부로 인수된 뒤 삼성전자 출신 최진균 부회장을 최고경영자로 영입해 부활을 꾀하고 있다. 포스코에 인수된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생산에 힘입어 상반기 16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산업은행 계열로 넘어간 KDB대우증권도 증권업계에서는 수위 자리를 다투고 있고, 금호아시아나를 거쳐 산업은행 관리 아래 있는 대우건설도 옛 명성을 지키고 있다. 대우의 항공사업 부문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 대우종합기계는 두산인프라코어에, 대우중공업 철도차량 부문은 현대로템으로 넘어갔지만 모두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양호한 경영실적을 내고 있다. 재계에선 김 전 회장의 ‘죄’인 41조 원의 분식회계와 불법대출이 회사경영을 위한 판단이었다는 식으로 재평가 받을 만한 여지가 없지 않다고 보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로선 한발 앞선 글로벌화에 치중하다 유동성 위기에 몰려 그룹 해체의 위기를 맞았지만 각 계열사마다 특유의 경쟁력이 있었다”면서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에 강력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집안을 거덜낸 놈’으로 매도된 측면이 없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박웅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