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추미애 의원의 꿈보따리정책연구원 1주년 워크숍(위)과 김부겸 전 의원의 새희망포럼 10주년 워크숍이 충남지역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22일, 비노진영의 당권주자 추미애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은 각각 자신이 몸담고 있는 외곽조직 (사)꿈보따리정책연구원(꿈보연)의 1주년 워크숍과 (사)새희망포럼의 10주년 워크숍을 개최했다. 같은 날 치러진 두 사람의 워크숍은 장소 역시 같은 충남지역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정계 내부에선 각기 전당대회 출마를 앞두고 자연스럽게 전국적인 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로 바라봤다. 두 사람 모두 현재 당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이 때문에 내용적인 면에서도 다소 축소된 경향이 있었다.
참석 인원과 현지 분위기를 놓고 보면, 충남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치러진 추미애 의원의 워크숍 현장이 압도적이었다. 무엇보다 추 의원은 지난 1년간 전국투어와 공청회 등 당권 도전을 앞두고 가장 차근하게 조직을 준비해왔던 주자다. 김 전 의원보다 2시간 앞선 오후 5시에 행사를 시작한 추 의원의 꿈보연 워크숍 현장에선 초입부터 전국 각지에서 몰린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추 의원 측에 따르면 이날 참석한 지지자들만 250여 명이라고 한다. 분위기 면에서도 추 의원의 등장과 함께 곳곳에서 그의 이름이 연호됐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현장에서만큼은 유력 당권주자임을 실감케 했다.
그런가하면 충남 공주 갑사유스호스텔에서 열린 김부겸 전 의원의 외곽조직 새희망포럼의 워크숍은 추 의원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130여 명의 지지자들이 함께했다. 앞서의 행사보다 소수의 지인들을 중심으로 치러진 김 전 의원의 워크숍은 보다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또한 워크숍 주목적이 조직의 정관개정이었던 탓에 김 전 의원이 전면으로 부각되는 것을 삼간 채 조용히 치러졌다.
이날 행사에는 각기 ‘귀빈’들도 참석했다. 우선 추 의원 측의 꿈보연 워크숍 현장엔 조직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과 이종걸 의원, 오성호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현 노무현재단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김 전 의원의 새희망 워크숍 현장엔 역시 조직의 대표를 맡고 있는 설훈 의원과 강연자로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가 눈길을 끌었다.
김부겸 전 의원의 새희망포럼 워크숍에 안희정 충남지사가 강연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최준필 기자
새희망포럼에서는 평소 투박하지만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유명한 설훈 의원이 “선배로서 한마디 하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73세에 대권을 품었다. 결국 초조해 하지 말고 느긋하게, 단단하게 준비해야 한다. 또 필요하다면 자기 목숨도 걸 각오와 결심이 있어야 한다”고 비장하게 말한 뒤 말미에 뜬금없이 “김부겸 의원도 잘 생각하시오”라고 말해 김 전 의원을 당황케 했다. 김 전 의원은 선배의 호령에 “예”라고 대답하며 얼굴이 발그레해졌지만, 주변에선 폭소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계파색이 옅은 비노진영 인사임에도 워크숍 첫 번째 혹은 대표 강연자로 친노 진영 인사를 섭외한 것. 다소 의외지만, 두 사람 모두 ‘통합’과 ‘계파청산’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듯 보였다.
우선 김 전 의원의 워크숍 강연자로는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안희정 지사가 찾았다. 안 지사는 이날 김 전 의원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지만, “민주주의는 평화의 철학이자 제도다. 내 마음이 따뜻해야 한다”며 “모진 결단에 의한 리더십은 당장은 좋아도 결국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내는 법”이라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명장면은 오히려 강연보다 강연 직후 나왔다. <일요신문> 취재팀을 발견한 김부겸 전 의원은 흠칫 당황했지만, 이내 안희정 지사와 포옹하는 포즈를 취했다.
애초 추미애 의원의 꿈보연 측 역시 안 지사를 강연자 물망에 올렸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의 새희망 측에서 이에 앞서 안 지사 섭외를 선수 치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한다. 꿈보연의 첫 번째 강연자는 오상호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었다. 어찌 보면 친노 인사를 모두 통틀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을 맞춘 인물이라 하겠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라 불리는 이유다. 오 전 비서관의 강연 제목은 ‘노무현이 바라본 추미애’였다. 오 전 비서관은 정성스레 개인적으로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준비하며 노 전 대통령과 추 의원과의 애증과 용서가 뒤섞인 추억, 두 사람의 향유하고 있는 정치 철학의 공통점을 논했다.
여기서도 명장면은 따로 있었다. 오 전 비서관은 강연 초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추미애 의원은 꼭 12년차 개띠다. 12년 전 노 대통령이 대권에 올랐다”며 “그리고 12년이 지난 2014년, 추 의원도 중요한 일을 이룰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오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저서 <진보의 미래>와 함께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쓰인 ‘찻잔세트’를 추 의원에 선물로 전달했다.
충남 천안·공주=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