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남산타워 전경(왼쪽)과 성동조선이 건조 중인 선박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성동조선 관계자는 “합병 계획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STX조선과의 합병설은 성동조선 채권단도 그렇고, STX조선 채권단 쪽에서도 검토된 적조차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성동조선이야 자금 투입이 끝나고 자율협약(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졸업하는 단계다. 그런데 이제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시작하는 단계인 STX조선과 합병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며 “두 회사의 합병을 논하기 전에 STX조선의 자본잠식부터 해결해야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지 않겠느냐. STX조선 구조조정이 잘 되면 몰라도 지금은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STX조선 관계자는 “합병 건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채권단 쪽에 문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채권단 관리 하에 있는데 우리가 합병을 한다 안한다 말하는 것은 곤란한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합병설의 출처로 지목된 산업은행 측도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두 회사의 합병 건은)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전했다.
합병설은 두 회사의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했다. ‘기술의 STX조선’과 ‘규모의 성동조선’이라는 평가가 양쪽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성동조선 관계자는 “STX가 기술이 더 좋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STX가 힘들어지면서 설계 쪽 기술 가진 분이 대거 빠져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이제 우리 설계 쪽 기술이 더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STX조선 관계자는 “STX조선이 자율협약에 돌입하며 해양플랜트, 상선 등 중·대형 선박 외의 설계 인력을 줄인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아직 성동조선, 현대미포조선 정도의 설계 인력 수는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음모론’도 등장했다. 성동조선 관계자는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성동조선과 합병하고 싶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돈다”며 “개인적 의견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말하자면 산업은행이 투입될 금액이 많은 STX조선을 성동조선과 합병시켜 떠넘기려는 것 아닐까 싶다. 여론 간보기의 일환 아니었겠느냐”고 귀띔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설은 조선을 모르는 은행 쪽에서 기획한, 일방적인 돈놀이에 불과하다”며 “걸어온 길도 다르고 (사업이) 겹치는 부분도 있는데 시너지부터 이야기하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성동조선은 지난 2001년 성동중공업이란 이름으로 설립돼 선박 메가 블록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지난 2003년 성동조선해양이 설립됐고, 2005년 성동조선해양이 카스텍 인수 후 성동카스텍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9년에는 성동중공업, 성동카스텍, 성동물류 3개사가 성동조선해양으로 통합했다.
2009년 국내 조선업계 7위였던 성동조선은 2008년 6000억 원에 달하는 선물환거래 손실에다, 선주들로부터 선수금, 중도금 유입 지연이 한꺼번에 겹치는 자금난을 맞아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채권단은 2010년 구조조정을 시작한 이래 성동조선에 2조 5000억 원을 털어 넣었다. 수주 상황도 개선돼 오는 2017년에는 흑자가 예상된다. 성동조선은 2013년 한 해 동안 총 47척, 2조 원가량의 수주 계약을 성사시키며 저력을 보였다.
STX조선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쌍용중공업을 모태로 M&A(인수합병)한 기업이다. STX조선해양의 전신인 동양조선공업은 지난 1973년 8월 국내 업계 최초로 컨테이너 전용선을 건조했다. STX조선해양은 한때 세계 4위 조선소로 발돋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유동성 위기의 거센 바람 앞에 STX그룹은 사실상 공중분해 됐다. 지난해 4월 STX조선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했다. 그 후 지주회사인 STX와 STX엔진, STX중공업 등이 줄줄이 자율협약에 들어갔고 STX건설과 STX팬오션은 법정관리 중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