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타 미쓰토키
놀라운 건 이 아이들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동일인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유전자검사 결과, 생부는 아파트 소유주인 24세의 일본인 시게타 미쓰토키였다. 더욱이 그는 아파트에 있던 9명 외에도 대리모를 통해 6명의 아기를 더 출산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다시 말해, 남성은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15명 아이의 아버지란 얘기다. 아기들의 생모는 스페인, 호주,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이며, 모두 기증된 난자로 인공 수정됐다.
당초 태국 경찰은 이례적으로 아기 수가 많은 데다 아버지가 같다는 점에서 ‘아기 인신 매매단’에 혐의를 두고 시게타 씨를 조사했다. 하지만, 시게타 씨는 “선의를 가지고 대리 출산해 낳은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자신이 상당한 자산가로 “사업 후계자를 얻기 위해 많은 아이가 필요했다”는 해명이다. 또 “보모에게 지급하는 비용만 매월 63만 엔(약 620만 원)에 달한다. 인신매매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실제로 시게타 씨는 일본 유명 IT기업 회장의 장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버지는 ‘히카리통신’의 야스미쓰 회장으로 자산 규모는 약 2조 7000억 원. 일본 자산가 중 11위이자 전 세계 663위인 대부호다. 시게타 씨 개인 재산도 700억 원이 넘는다.
이처럼 시게타 씨가 거액의 자산가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경찰은 그가 인신매매와는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 대리 출산 ‘의도’에 대해 다시 수사를 신중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의 후계자가 필요했다지만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이렇게나 많이 낳은 건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경찰은 “만일 불법행위가 있으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시게타 아파트에서 젖먹이 아이들을 돌보던 베이비시터들이 태국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아래는 아파트 내 수사 당시 보모와 아이들의 모습으로 NEWS JAPAN 보도 화면을 캡처했다.
대리모 출산을 위해 시게타 씨는 지난 2년간 무려 60차례 이상 태국을 방문했다. 대리모도 그가 직접 선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출산 대가로 대리모들에게 지불한 돈은 1인당 30만~40만바트(956만~1274만 원). 이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들은 방콕 시내에 있는 아파트에서 베이비시터 손에 길러졌다.
베이비시터 외에도 일본인 여성(27)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 것이 밝혀졌다. <주간겐다이>는 이 여성에 대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로 시케타 씨와는 연인사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잡지는 태국 기자의 말을 빌려 “두 사람이 아이를 두는 데 어려움이 있어 대리 출산의 방법을 선택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기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은 여전한 미스터리”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리 출산 소동이 세금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재산을 물려주려면 증여세 및 상속세로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물어야 하는데 상속받는 자식이 외국 국적일 경우, 즉 국외 재산상속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서도 같은 의문이 남는다. 상속세를 피해기 위해서 과연 이렇게나 많은 대리 출산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 <제이캐스트>는 시케타 씨에게 대리모를 알선해준 한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시케타 씨는 가능하면 죽을 때까지 100~1000명의 아이들을 낳고 싶어했다”고 한다. 관계자가 왜 그렇게 많은 아이를 바라느냐고 묻자, 그는 “일본에서 선거에 출마하려고 하는데 선거에 이기려면 이를 지원할 대가족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세계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아이를 많이 남기는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단다.
이러한 시게타 씨의 행동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데쓰카야마대학의 사이무라 마리 교수는 “대리출산으로 15명의 아이를 낳는 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아이를 물건으로 취급하는 것과 같으며 학대와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심리학 박사 스즈키 다케는 “부와 권력을 과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한편 대리 출산 논란이 거세지자 시게타 씨는 아기들을 태국에 남겨두고, 현재 일본으로 귀국한 상태다. 그는 유명 변호사를 통해 “어떻게 아이를 갖고, 키우느냐는 것은 사생활에 관한 문제다. 개인 특정 정보를 공개하고 그런 보도가 이루어질 경우 가족, 특히 장래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온다”는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의 접근을 일체 금지하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