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그 순간, 시 한 줄의 특별한 위로가 찾아왔다.
홀로 울고 난 다음날 출근할 때, 귀갓길에 문득 아파트 계단을 올려다 볼 때,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왠지 눈물이 날 때, 오늘도 사랑한다고 말 못하고 돌아섰을 때…. 누구도 알아채주지 못하고 스쳐간 당신의 순간들이 있다.
<순간을 읊조리다>에는 우리 삶의 순간을 붙잡은 감동적인 시의 문장들이 담겼다. 시대를 대표하는 70명의 시인들이 읊조린 시 한 줄은, 친구보다 가족보다 때론 나보다도 더 내 마음을 잘 헤아리는 듯하다. 그것은 살아가는 날들에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장 밑바닥까지 치열하게 훑어 올린 ‘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람들은 모두 왜 내 마음 같지 않을까….’ 이럴 때 우리는 문득 외로워진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우리 곁엔 시가 있다.
시는 나도 몰랐던 내 맘을 끄집어내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생각지도 못한 깊이까지 닿아 다독여준다.
이 책은 지금까지 막연한 ‘힐링’의 권유에 지친 독자들에게, 문학의 문장에 감도는 ‘사유’의 위로를 전하고 있다.
세계사. 1만 3000원. 216쪽.
조현진 기자 gaba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