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타당성을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정상적인 사회였다면 세월호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 후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하는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어떤 특권과 반칙이 누적된, 적폐의 결과다. 정파적 입장을 떠나서 이를 두고 슬퍼하지 않거나,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모든 것을 원위치 시켰다. 앞서 청문회도 오점투성이였다. 그저 장관 자리 몇 개 바꾸는 것밖에 없었다. 문제는 여기에 야당도 동의를 했다는 점이다. 사고 직후 한 명도 못 구하는 국가가 대체 왜 있는 거냐는 질문에서 ‘도대체 야당은 뭐하는 거냐’는 질문으로 귀결된 셈이다.”
―분명히 여당보다 야당이 난처한 상황이 됐다.
“정부여당에 문제가 던져지면, 그 문제를 풀라고 촉구하는 것은 야당의 책임이고 역할이다. 이번에 야당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셈이다.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이었다. 앞서 청문회에서도 알 수 있듯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으니 출석요구 대상자들이 무조건 버티고, 정부는 이들을 엄호하고 감쌌다. 심지어 사법당국은 수사자료 협조도 안 해줬다. 당내 문제였다면 타협도 가능했지만 이는 국민적 과제였다. 야당은 이 문제만큼은 타협해서는 안 됐다. 우리에겐 (수사권과 기소권을 두고) 타협할 권한이 애초부터 없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선 여당이 삼권분립 위배 원칙과 피해자 사적 구제 금지 원칙을 근거로 반대하고 있다.
“우선 삼권분립 원칙 위배는 논리적으로 성립이 안 된다. 어차피 수사권과 기소권은 행정부 고유의 권한이다. 판결만 사법부에서 하는 것 아니냐. 둘째로 사적 구제 금지 논리도 말이 안 된다. 해당 권한이 당순하게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사경력자가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하게 되면 문제없다.”
―어쨌든 협상 과정에서 여당의 뜻을 받아들였다.
“서두르지 않았어야 했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문제다. 미국의 9·11 테러 이후를 보자. 미국 의회 내에서 조사위원회를 만드는 데 5개월의 협상이 진행됐다. 조사위가 꾸려진 시점은 사고 후 1년 2개월이나 지나서였다. 조사위 활동 기간만 2년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단지 (세월호 프레임 문제로) 연이어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이유로, 국정감사 등 국회 일정을 이유로 너무 서둘렀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이 문제는 국회 일정과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
―결국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너무 서둘렀다는 뜻인가.
“(박영선 위원장이) 도대체 왜 서둘렀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는 대부분 의원들이 느끼는 점이다. 심지어 박 위원장과 가까운 세월호 청문회 간사(김현미 의원)도 몰랐다. 이런 큰 아젠다를 만지면서 왜 굳이 국회 일정에 맞추려고 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현재(8월 25일) 지도부 교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의 사퇴는 7·30 재·보궐 선거 패배에 따른 당내 문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민적 요구를 수렴해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하는 복합적인 문제였다. 어차피 시간과 힘이 소요되는 성격이었다. 시간을 갖고 국민을 이해시켰어야 했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앞서 선거의 패인으로 ‘세월호 프레임’이 지적됐다. 박영선 비대위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어려울 수 있었다.
적폐를 바로세우는 일이 쉽게 되는 일인가. 그것을 파헤쳐서 진상을 규명하는 데는 당연히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힘들더라도 지도력으로 끌고 갔어야 했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했어야 했다. 그게 지도력이다. ‘지난 7.30선거 결과가 좋지 못하니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면 야당이 굉장히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아니다.”
―최소한 비대위원장에서는 물러나야 한다는 뜻인가.
“야당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선 야당에 맡기지 못한다. 불신이 생긴 거다. 그 부분에 대해선 개인을 타깃으로 하긴 그렇지만, 분명 사과와 책임을 지는 자세는 보여야 한다.”
―그럼 현재 박영선 위원장이 내놓은 3자 협상 안은 어떻게 보는가.
“나 역시 환경노동위원회 시절 노동관계법 개정을 앞두고 다자간 협의(노사정 8인 연석회의)를 가동한 바 있다. 논의 자체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유족을 고립시키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야당이 타협 없이 수사권과 기소권 관철을 초지일관 밀고 나갔다면 모른다. 그런데 미리 우리가 접었다. 유족 입장에선 본인들을 대표하는 야당이 미리 접으니 굉장히 답답할 것이다. 현재로선 이를 두고 여야 모두 수사권, 기소권 철회를 유족에게 요구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 역시 서두를 문제는 아니다.”
―현재 비대위는 세월호 문제뿐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혁신안도 내놔야 한다.
“어차피 비대위는 전 당원이 위임해서 만든 당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과도기적 당권이다. 핵심은 계파주의에 의해 당심이 왜곡되는 전당대회를 지양해야 하고, 당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전당대회를 잘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비대위가 국정운영과제를 혁신하는 안을 다 내놓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것은 다음에 선출되는 지도부가 할 몫이다.”
―지역위원장 선출 개혁과 일부 중진들의 퇴진 등의 카드가 거론되고 있는데.
“혁신은 쿠데타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당을 가장 민주적으로 만드는 게 혁신이다. 무조건 혁신한다고 (기존의 사람들을 자르고) 당권자가 선호하는 새로운 사람을 집어넣으면 그것 역시 새로운 계파가 된다. 그것보다는 지역위원장 선출에 있어 (제도적으로) 민주성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한 범위에서 당원들이 후보자를 상향식으로 뽑는 것이다. 당내 민주적 절차 강화, 이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때가 되면 공개 하겠다.”
―지난 1년간 전국투어를 했다. 외부에선 추 의원의 당권 준비과정으로 보고 있다.
“(한참 생각하며) 그렇게 보는 분도 있다. 하지만 당장 뭘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원래 정치는 파도처럼 끊임없이 도전하고 바위처럼 제 살을 깎여 가면서도 지켜내는 것이다. 정치가 여의도에서만 머물면 안 된다. 국민에게 계속 얘기해줘야 한다. 세월호법도 가만있으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그것의 타당성을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나의 투어 역시 그런 사안들을 끊임없이 전달하기 위해서다. 정치에 대한 일깨움을 현장과 소통하면서 나누는 것이다. (당권 도전에 대한 마음도)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한 번 해보세요’라고 생기는 거다.”
―지난해 설립한 외곽조직 꿈보따리정책연구원도 벌써 1년 됐다. 이를 설립한 배경과 1년간 성과는.
“이름 안에 다 들어있다. ‘꿈’ 부자집 딸이든 가난한집 아들이든 사회 나갈 때 동등하게 출발할 수 있는 ‘꿈’이 있는 사회, ‘보’ 이란만큼 대가를 받는 ‘보람’ 있는 사회, ‘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 ‘리’ 그런 ‘이상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설립했다. 이를 토대로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고 바로잡기 위해 공청회를 진행했다. 경제민주화기본법, 인권기본법, 사내유보금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과세 장치 토론 등이 그것이다. 특히 우리 조직은 현장 연구원을 많이 모집했다. 이들을 통해 중앙의 정책연구에 전달된다.”
―차기 당권 도전 의사가 있는 것인가.
“당이 위기다. 현재(인터뷰 당시는 8월 25일) (당권주자인) 문재인 의원도 단식에 동참하면서 ‘당권 욕심’으로 비치지 않나. 앞서 당의 현재 상황을 얘기해 높고 내가 지금 직접적으로 의사를 밝히면 문제가 있지 않겠나. 다만 앞으로 위기의 우리 당이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나름의 소임이 내게 주어진다면,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묻고 싶다. 야당의 부재가 장기화되고 있다. 그러한 쇠퇴가 지난 10년 간 서서히 진행됐다.
“언제나 야당은 ‘수와 세’의 열세, 그리고 ‘프레임’ 탓을 한다. 하지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재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돌파했다. 결국 무엇으로 이를 돌파하느냐가 문제다. 결국 ‘옳음’을 지치지 않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앞서의 것들을 탓해 가며 그냥 후퇴했다. 하지만 기득권 하루아침에 안깨진다. 공을 들여야 한다. 영화 <명량>을 봤나. 이순신 장군도 기본적으로 뛰어난 분이지만, 지극 정성을 다한 분이다. 전쟁을 준비할 때나 신념을 가질 때나. 우리에게 있어선 ‘옳은 것’이 곧 ‘강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대 여당정부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언로가 막혀있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성공요인을 말하고 싶다. 메르켈은 보수당인 기민당 소속이지만, 야당인 사민당으로부터 ‘원전폐기’를 요구받으면 본인이 공부해보고 씩씩하게 받아줬다.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유족 만나야 한다. 본인이 약속한 부분이다. 유족이 답답해 청와대 앞에 찾아갔는데도 안 만났다. 이러한 것들을 말해 줄 사람이 청와대엔 없다. 박 대통령도 이제 내부자 말만 듣지 말고 다른 사람들 말도 경청해야 한다. 본인 스스로 언로의 소스를 가져야 한다. 계속 특정 참모하고만 소통하면 괴리감만 생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