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은정 이스타항공 부기장 KBS <강연 100℃> 캡처
조 씨는 지난해 3월 ‘파일럿 조은정의 꿈을 이루는 법’이란 부제가 달린 <스물아홉의 꿈, 서른아홉의 비행>이라는 책을 냈다. 그녀의 책 소개에는 ‘39세 때 마침내 중국 최초, 한국인 여성 캡틴이 된 저자 조은정이 호텔리어에서 파일럿이 되기까지 10년간의 아름다운 도전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다. 만 39세에 중국 준야오(吉祥)항공(중국명 지샹항공)의 에어버스 320 기장이 되기까지의 그녀의 실패와 도전, 희망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고 설명돼 있다.
조 씨는 자신이 중국최초의 기장임을 드러내며 KBS <강연 100℃>에 출연해 ‘마음먹었다면 당장 행동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인터넷방송 <꼴통쇼>에서 ‘조은정 기장,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여성이 민항기 파일럿이 된 스토리’ 등을 강연하며 일약 파일럿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멘토로 등극했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조 씨의 책 서평을 보면 이 같은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조 씨의 책을 읽은 독자들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던져 주신 조은정 선배님이 쓴 책이다. 내 인생의 큰 터닝 포인트가 된 책”이라거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에 대한 꿈이 다시 재정비 되는 그런 기회가 됐다”, “열정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다” 등의 서평을 남기며 조 씨에게 열광했다.
그런 조 씨의 경력에 대해 최근 의혹이 제기됐다. 조 씨가 기장이 됐다는 준야오항공의 A 기장이 조 씨가 기장이 아닌데도 기장을 사칭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A 기장은 <일요신문>에 “박근혜 대통령 방중 행사 때 교민들과의 행사가 중국 tv에 보도됐을 때 조은정 부기장이 기장 옷을 입고 등장해 주변 중국인들에게 창피를 당했다”며 “기장을 사칭한 조 씨가 한국인 망신을 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조 씨는 이러한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사람이 기장인 척하고 싶다고 하면 그녀의 항공사는 그녀에게 기장 옷을 입혀서 자국의 항공대학교에 그 항공사 대표로 강의를 보내고, 그녀를 취재하고 싶어 하는 자국의 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잡지사 촬영 팀을 위한 공항 출입증을 만들어주고, 승객이 없는 빈 비행기를 촬영을 위해 내어주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이 쓴 글과 함께 잡지에 출연했던 사진, 잡지 표지 그리고 촬영 당시 학생들과 찍은 사진을 첨부했다.
사진=조은정 이스타 부기장 페이스북 캡처
일반인이 보기에 기장과 부기장은 ‘부’자 한 자 차이로 보인다. 하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다.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올라가기까지 경력을 쌓기 위해 보내야하는 시간만 해도 10년 가량 걸린다. 메이저 항공사의 경우 그 시간이 15년에 달하기도 한다. 저비용항공사 단일 기종의 경우 5년 정도의 경력으로 기장이 될 수도 있지만 역시 혹독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부기장은 일정 이상 경력이 쌓인 후 시뮬레이터 시험 통과, 필기시험 통과 후 ‘Operation Experience(OE)’라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 기회의 횟수는 회사마다 다르다. 메이저항공사의 경우 처음 60회, 여기에서 불합격되면 30번의 기회를 더 줘 총 90회 가량이다.
저비용항공사는 처음 40회, 여기에 불합격되면 20회를 추가로 부여해 총 60회 가량이다.
40번 혹은 60번의 기회 동안 자신이 기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면 해당 교관이 추천서를 발급한다. 이 추천서가 나오면 정식 테스트를 볼 수 있는 자격이 다시 부여된다. 기장 자격을 받는 테스트에서 부기장은 참관을 하는 회사 측 체커 파일럿과 정부 측 국토부 참관인이 함께 OK를 해야 기장 자격을 받을 수 있다.
현직 저가 항공사 B 기장은 “내 경우 OE 기간 동안 자격 부여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큰 스트레스를 받아 13㎏이 빠졌다. 동료들을 봐도 10㎏ 정도는 다 빠진다”고 밝혔다. 부기장이 기장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 항공사 C 기장은 “기장이 지휘하는 사람이라면 부기장은 보좌하는 자리다, 수술을 집도하는 전문의와 옆에서 보고 배우는 전공의(레지던트)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씨의 반박 글을 접한 B 기장은 “자신의 비행 기록이나 기장임을 증명하는 기록을 보이면 되는데 굳이 저런 글을 쓰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C 기장은 “내가 분노하는 점이 바로 이런 것”이라며 “깨끗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을 누가 더 몰아붙일 수 있겠나. 사과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C 기장은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기장이 가장 안전하다. 그 다음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할 수 있는 기장이다. 가장 위험한 기장은 자신이 틀렸는데도 인정하지 않고 어설프게 넘어가려는 사람”이라며 조 씨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조은정 부기장은 기장이 아닌 부기장인 것은 맞다. 시뮬레이터를 통과하기만 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조 부기장이 기장, 부기장을 통칭해서 기장이라고 말한 듯하며 자세한 내용은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스타항공의 해명에 대해 현직 기장들은 이구동성으로 “부기장을 기장이라고 높여 부르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외부행사에서 자신을 기장이라고 소개하는 경우는 없다”며 “책 설명에 나온 2011년 캡틴이 됐다는 표현은 절대 부기장이 쓰는 경우가 없다”고 다시 반박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