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을 향해 “자신의 생각보다 국민의 뜻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며 세월호 특별법 관련 장외투쟁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당대표 생활이 두 달 가까이 돼 간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두 달 중 보름은 재보선으로 시간을 다 보냈고 그 후 인사하는데 시간을 썼다. 실무적인 일을 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또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계속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파행돼서 사실상 일을 제대로 못해 아쉽다.”
―지난 7·14 전당대회 직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과 연락이 안 된다며 서운해 했는데 요즘은 어떤가.
“필요한 만큼 통화하고 교류하고 있다. (청와대와의 소통문제에) 전혀 불편함을 못 느낀다. 김기춘 실장과의 관계도 복원됐다. 원래 나와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다.”
―얼마 전 ‘아이스버킷챌린지’에서 김기춘 실장을 지목하며 “너무 경직돼 있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하다.
“김 실장과 소통하다보니 경직됐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상도동계 선배이자 전당대회 때 라이벌이었던 서청원 최고위원과 관계는 어떤가. 요즘 국회에서 서 위원 모습을 보기 어렵다.
“오늘(1일) (본회의에) 나오셨다. 수술 때문에 계속 요양 중이셨다. 성대 결절 수술을 했을 때 병원에 한번 찾아가 두어 시간 만났다. 서로 잘하자고 얘기했다. 그 수술이 한 번 하면 3주 정도 쉬어야 한다고 하더라.”
―당 대표로서 최고위원회를 이끄는 본인만의 리더십이 있나.
“리더십이란 것은 합리적 결정을 하는 것이다. 직책을 가진 사람은 하루에도 중요한 결정을 여러 번 내려야 한다. 여기서 불합리하거나 무능한 결정을 내리면 리더십은 깨진다. 합리적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해 많은 고민과 소통,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 또한 일에 대한 맥도 잘 알아야 한다.”
―9월 당무감사로 당직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자기 사람 심기’를 위해서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당무감사는 매년 있는 일이다. 내가 민주 정당을 만들기 위해 하는 일인데 문제없는 사람들이 왜 긴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전당대회 때부터 나는 상향식 공천을 한다고 했다. 다음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해 총선이 중요하고 총선에서 과반을 얻기 위해서는 이번 당무 감사가 중요하다. (이번 당무감사는) 2016년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도저히 없는 사람을 솎아내는 일이다.”
김무성 대표가 지난 1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일요신문> 취재진과 특별대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인들이 욕먹어야 될 부분이다. 영남권 신공항 선정 발언으로 표심을 얻겠다고 지역감정 이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신공항 입지 선정은 중립성을 지닌 전문가들로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에 맡기고 정치인들은 이 부분에 대해 일체 말하지 않는 것이 옳다. 입지 선정에 대해 발언하려면 그 사람이 입지선정위원회에 가서 설득할 만한 자료와 연구 내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8월 20일 관훈토론회에서 이명박 부자감세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증세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내 주장은 교과서적인 것이다. 우선 복지가 가장 시급하게 투입돼야하는 곳이 보육과 노인 복지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다. 복지가 필요한 노인들은 늘고 있는데 세금 생산 인구는 줄고 있다. 보육 복지를 통해 출산율을 높이고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를 감안해 노인 복지 비용도 늘려야 한다. 그렇다고 정치가 복지 포퓰리즘으로 가면 안 된다. 증세를 하지 않는다면 국채 발행밖에 없는데 그러면 국가 재정건전성이 악화된다.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정부 방침과 상반되는 듯한데.
“증세를 못하면 복지도 하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장이 뒷받침된다는 가정 하에 공약으로 복지를 주장한 것인데 지금은 제조업 성장판이 닫히면서 경제 성장이 멈춘 상태다.”
―당장 법을 고쳐야 하나.
“(재정을) 쥐어짤 때까지 짜보고 안되면 증세를 해야 한다.”
―요즘 민생 탐방을 자주 나간다. 이런 행보가 대선주자로서의 ‘자기홍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세상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는 없지 않나. 그런 지적은 겁 안 난다. 난 전당대회 때도 당 대표가 되면 대표실 비우고 현장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현장으로 가면 욕도 많이 먹는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의원들과 민생탐방을 할 것이다. 실제 현장에 나가봐야 민생을 알지 그렇지 않으면 탁상공론밖에 되지 않는다.”
―여야 원내대표 간 세월호 특별법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
“내가 항상 정치는 타협이고 타협은 양보고 양보는 여당이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해왔다. 하지만 지금 여당은 낭떠러지에 서 있다. 양보할 여력이 있어야 양보하는 것이다. 양보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은 원칙인데 이 원칙까지 깰 수는 없다.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도 피해자 가족이 참여해 가해자를 진상 조사한다는 것은 자력구제 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월 15일 국회 본관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는 세월호 유족대표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 추천권을 유가족에게 주는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특검은 검찰을 못 믿기 때문에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 공권력이 검찰인데 검찰을 못 믿는 사회가 되면 어찌되겠나. 특검을 하는 것은 그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특검도 자주하면 안 되는데 지난 국회에서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작품이 상설특검법이다. 세월호 특검선정위원회를 그 법에 따라 하자고 하고 결정했는데 이번에 룰을 또 바꾸자고 하니 바꿀 수 있겠나.”
―세월호 합의는 어떻게 진행 돼야 한다고 보나.
“급하게 할 것 없다. 세월호 특별법이 유가족과 합의가 안 되면 계속 협상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다른 시급한 민생 법안들은 분리해서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앞서 하우스 푸어(집이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에게 지원해주는 주거급여법이 이미 지난 1월 통과됐는데 기초생활보장법이 통과될 때 같이 발효하기로 했다. 주거급여는 이미 세 달 전부터 시범 운영이 돼 2만 6000가구가 혜택 받고 있고 오는 9월 말에 끝난다. 그런데 기초생활법이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장외투쟁을 불사하고 있다.
“옳지 못한 행동이다. 집 나가면 고생하는데 지금 그런 상황이다. 국회는 야당을 위해 필요한 곳이다. 야당이 불러서 따지고 이것이 언론에 나가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데 밖으로 나가면 그걸 안하겠다는 것이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에게 한마디 한다면.
“상대 당에 대해 말하는 것은 좀 그렇다. 다만 우리는 선출직 공인이다. 국민들로부터 선출 받은 공인은 자신의 생각보다 국민의 뜻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야당은 국민 다수가 찬성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어려워지는 것이다. 여론조사 같은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또 박 위원장은 국회의원의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 현장에 나가는 것도 국회 회의를 충실히 하기 위해 나가는 것이지 투쟁하러 나가는 것이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대선주자 1위로 평가받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영화 <명량> 신드롬이 왜 생겼는지 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리더십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영화의 내용과 완성도보다도 리더십에 대한 갈망 때문에 영화가 인기가 많은 것이다.”
―<명량> 리더십이라면 본인을 뜻하는 건가.
“내 인생 목표는 대통령은 아니다. 대통령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원래 없었다. 나이에 맞게 국회의장 하고 멋지게 은퇴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또 70세 넘어서 정치할 생각도 없다. 가족과 함께 여생을 보내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가족들 이야기 “딸과 누나, 나 때문에 피해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친인척관계는 화려하다. 그만큼 가족들과 관련된 사건들은 그의 이름과 엮여 회자된다. 이에 대해 그는 “나 때문에 가족들이 이런 일을 겪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최근에는 김 대표의 둘째 딸인 김현경 교수(31)에 대한 채용 특혜 의혹 등으로 검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김 대표와 <일요신문>의 특별대담 중 가족 관련 이야기만 따로 정리했다. ―수원대 교수로 채용된 딸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딸이 많이 괴로워한다. 딸에게 사회에 나와서 경험하고 배우는 과정이라고 용기를 주고 있다. 지금까지는 (내가) 공인이기 때문에 참았지만 앞으로 법적 대응을 하려고 한다. 채용 과정은 전혀 문제없다.” ―워낙 유명한 집안 출신이다. 언론을 통해 친인척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 어떤가. “딸도 그렇고 가족들이 나 때문에 피해 입는 것 같아 미안하다. 누나(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는 본인 재산을 내서 학교를 세우신 분이다. 아랫사람이 잘못한 일이 교육부 감사에서 걸렸지만 누나가 돈을 모두 갚았다. 그런데 굳이 고발을 했다. 검찰에서는 누나가 나이도 많고 큰 일이 아니니 약식 기소한다고 했는데 또 재판까지 갔다. 이 모두 나 때문이라고 본다.” ―누나의 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사업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오히려 나 때문에 피해를 볼까 싶다. (현대그룹의 주력인) 해운업은 구조적으로 부채가 많은 업종이다. 나도 국제적 경쟁 관계라든지 좋은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조카니 오히려 말을 못해준다.” ―연예인 아들인 고윤(본명 김종민)과는 요즘 어떤가. “내가 아들한테 ‘아빠는 술을 과하게 먹었는데 경험해보니 안 좋더라’고 했다. 다행히 아들은 술도 체질에 안 맞아서 잘 못 마시고 담배도 안 핀다. 속으로 잘 됐다 싶다. 또 절대 술 먹고 운전하지 마라 이런 교육은 잔소리처럼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들이 대전에서 하는 지오디(god) 콘서트에 같이 가자고 하더라. 나도 콘서트 무척 좋아한다. 한번 가볼까 했는데 세월호 특별법 등 국회 상황이 좋지 못해서 가지 못했다.” ―추석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차례 지내고 평범하게 보낼 생각이다. 요즘 지역구에 통 못 갔는데 추석 앞두고 전통시장 가서 시민들에게 인사도 하고 불우이웃 돕기 행사도 참여할 예정이다.” [영] |
상도동계 막내의 YS 부자 평가 “IMF 사태, YS 탓 아니다” 김무성 대표는 ‘상도동계 막내’로 불린다. 1987년 김영삼 대통령(YS)이 1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부터 캠프에 참여해 김 대통령이 1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민정수석비서관 내무부 차관 등의 중책을 맡으며 곁을 지켰다. 김 대통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그는 1996년부터 부산에서 내리 5선을 했고 어느덧 여당 대표에 올라 대권주자로 자리매김 했다. 김 대표는 “1997년 IMF 사태가 YS 때문에 왔다고 보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환율 전쟁 때문에 일본이 돈이 필요해 해외에서 돈을 회수하다 아시아 전체에 외환위기가 왔다. 그 시점이 YS가 재임 중이었고 이것이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됐다. 언젠가는 규명돼야한다고 본다”며 “다만 당시 선제적 대응을 제대로 했으면 IMF 여파를 적게 맞을 수 있었을 텐데 여파가 컸던 것은 (대응을 제대로 못한) 그 정권의 영향이 크다. 대통령 선거 때문에 야당의 공격대상이 돼 더 크게 비난받았던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YS 차남 김현철 한양대 특임교수의 한보 사건 재판에 대해 “분명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1997년 한보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고 별건으로 같은 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조세포탈 혐의가 입증돼 구속됐다가 1999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김 대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김현철 교수가 한보 사건으로 무너졌다고 알고 있지만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며 “김 교수는 한보로부터 기계 도입 리베이트를 2000억 원을 받았다는 기사가 나고 재판도 받았다. 하지만 재판에서 돈을 받은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김 교수는 정치자금에 대한 탈세로 구속됐다. 당시에는 정치자금법이라는 게 없었고 불법이 아니었다. 대통령 선거 때 대선자금에서 남은 돈을 의동생에게 이자 늘리라고 준 것인데 이것이 탈세로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