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장년의 사랑 스크린 속으로
올해 하반기 제작되는 멜로영화 가운데 ‘흔하지 않아’ 더욱 주목받는 작품은 박근형과 윤여정이 주연한 <장수상회>다. 70대 노년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쉬리>부터 <태극기 휘날리며>를 거쳐 <마이 웨이>까지 블록버스터를 주로 연출해온 강제규 감독이 처음 만드는 멜로영화로 관심을 더하고 있다.
강제규 감독
사실 연출자인 강제규 감독이 <장수상회>를 구상한 건 케이블채널 tvN의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영향이 상당하다. 강 감독은 “<꽃보다 할배>를 보며 왜 우리가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재미와 새로움을 느끼고 박수를 보냈는지 생각해봤다. 그건 어르신들이 실제로 그렇게 살기 때문이다. 그 분들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던 편견이 붕괴되면서 오는 재미가 컸다. <장수상회>에도 그런 점을 충분히 반영할 생각”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김희애
물론 이들 영화가 중년의 평온한 사랑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다. <쎄시봉>의 경우 김윤석·김희애가 현재를 그려낸다면 이들이 뜨겁게 사랑한 과거의 모습은 배우 정우와 한효주가 맡는다. 멜로영화에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어지는 사랑을 담아내는 방식은 2012년 <건축학개론>이 먼저 차용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쎄시봉> 역시 같은 구성을 택해 다양한 색깔의 멜로를 한 편의 영화에 그려낸다.
# ‘파격’ 그리고 ‘치정’
공유
누구보다 기대를 모으는 전도연은 1997년 <접속>과 <약속>부터 파격 노출을 감행한 <해피엔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까지 다양한 멜로영화에 출연해왔던 베테랑이다. 그가 2008년 참여한 <멋진 하루>에 이어 6년 만에 나선 <남과 여>는 눈 덮인 핀란드를 배경으로 우연히 만난 남녀의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을 그린다. 전도연과 만나는 공유는 이번 영화로 멜로 장르를 처음 소화하게 됐다.
<남과 여>의 한 제작관계자는 “한동안 극장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정통 멜로 장르를 표방하는 영화”라며 “경험 많은 배우 전도연과 티켓파워를 증명한 공유의 만남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0월 개봉을 앞둔 영화 <마담뺑덕>에서 정우성은 처음으로 치정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10월 개봉을 앞두고 일찌감치 화제를 뿌리는 <마담뺑덕>은 상반기 개봉한 <인간중독>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이는 파격 멜로 장르다. 송승헌과 신예 임지연이 만난 <인간중독>이 배우들의 노출 연기 외에 이렇다 할 화제를 만들지 못한 데 반해 <마담뺑덕>은 독특한 소재는 물론 최근 주가를 높인 정우성의 참여로도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먼저 개봉한 <인간중독>이 정통멜로를 기다려 왔던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던 탓에 그 기대심리가 <마담뺑덕>으로 옮겨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담뺑덕>은 멜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치정’이란 수식어를 더했다. 영화는 고전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야기.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한 여자,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서로 얽힌 사랑과 욕망, 집착에 관한 내용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심청전>을 뒤집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주목받았고 개봉을 앞두고 속속 공개되는 예고편에서는 주연 배우들의 베드신이 엿보이는 장면이 다수 포함돼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신하균과 장혁, 신예 강한나가 주연한 <순수의 시대>나 정우성이 배우 김하늘과 호흡하는 <나를 잊지 말아요> 등의 멜로영화 제작도 한창 진행 중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소재가 한층 다양해지면서 액션이나 사극에 치중했던 영화 장르가 한층 확대되고 있다”며 “20~30대에만 국한됐던 멜로의 주연들도 이젠 중년과 장년으로 넓어지면서 더 넓은 연령층의 관객을 흡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