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혜교가 탈세 혐의로 매서운 ‘여론 폭탄’을 맞고 있다. 위 사진 속 강호동은 2011년 탈세 의혹을 받자 잠정 은퇴 선언을 하기도 했다.
탈세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게다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스타가 세금을 적게 냈다는 소식은 대중을 들끓게 만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털어서 먼저 안 나는 스타가 있겠느냐”는 안타까운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분명 송혜교가 억울한 부분이 있다. 많은 이들이 송혜교가 증빙 자료도 없이 필요경비를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송혜교는 자신이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한 증빙 자료를 냈다. 다만 그 증빙이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송혜교는 2012년 10월 11일 국세청으로부터 ‘그간의 세무 기장에 문제가 있으며, 기장된 자료와 증빙을 신뢰할 수 없다. 따라서 2008년~2011년 귀속 소득에 대한 무증빙 비용에 대하여 소득세를 추징한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이 내용만 보더라도 그가 증빙 자료는 냈지만 신뢰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인정받지 못한 자료를 낸 건 잘못이지만 적어도 그가 증빙 자료도 없이 세금을 신고한 몰염치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여기서 따지고 봐야 할 부분이 바로 ‘증빙의 범위’다. 스타들은 직업적 특성상 일반인과 쉽게 섞이기 어렵다. 비행기를 탈 때도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숙소를 고를 때도 안전이 보장되는 고급 호텔을 찾는다.
공식석상에 나설 때도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미용실에 들러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때로는 고가의 의상을 대여한다. 스타는 ‘움직이는 광고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 하나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그들은 기본적인 유지비가 많이 든다. 일반인의 월급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때문에 스타들이 사용하는 지출 비용은 정말 필수적인 필요 경비보다는 사치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 바로 여기서 괴리가 발생한다. 과연 어느 수준까지 그들이 연예 활동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요경비로 봐야 하는지는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편당 10억 원이 넘는 CF 출연료를 받는 화장품 모델이 피부를 가꾸기 위해 1년에 1억 원을 피부 관리에 투자한다면 이를 필요경비로 봐야할까, 아닐까?”라며 “사회적 통념상 받아들여지긴 어렵지만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준비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는 몸이 곧 재산인 스포츠 선수들이 몸을 보호하기 위해 평소 불의의 사고에도 견딜 수 있는 고가의 차량을 타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세금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스타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배용준(왼쪽)과 김아중도 탈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봉급생활자와 달리 개인사업자의 돈은 ‘금고 속 지갑’이다. 그만큼 세금 문제가 투명하지 않다. 많고 적고를 떠나 털면 먼지가 난다는 의미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이 국세청과 세무서다. 같은 이유로 그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사가 매년 3월 초 납세자의 날을 맞아 진행되는 일일 세무서장 행사다.
공식 활동 외에는 좀처럼 가외활동을 하지 않는 연예인들도 자신의 사는 지역의 세무서의 요청에는 빠짐없이 응한다. 혹시 거절했다가 세무조사라도 받게 되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무서의 요청을 거절했다가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방송인 A 씨는 “이미 잡힌 스케줄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사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얼마 후 세무조사를 받아 수억 원의 세금을 추가가 납부했다”고 토로했다.
스타들의 세금 문제는 잊힐 만하면 한 번씩 불거진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모으던 연예인들이다. 1990년대에는 가요계를 양분하던 가수 김건모와 신승훈이 나란히 탈세 논란에 휘말렸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고 3억~4억 원의 종합세득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이미지에 큰 오점을 남겼다.
‘국민 엄마’라 불리는 김혜자는 주택을 파는 과정에서 5억 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당했고 김아중 역시 2011년 세금 탈루 혐의가 포착돼 6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같은 해 가수 인순이는 탈세로 세금을 추징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지만 “세무 관계에 대한 무지로 인해 발생한 일로서 의도적 누락은 아니었다”고 해명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국민 MC’ 강호동은 2011년 5월 신고한 종합소득세 관련 탈세 의혹을 받자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국세청은 고의적 탈세가 아니라고 판단해 7억 원을 추징하는 데 그치고 고발은 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기에 세금 관련 구설에 휘말리며 대중의 지탄을 받았다. 인기가 높아지면 소득이 늘게 되고, 이에 따라 국세청 혹은 세무서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소득액이 클수록 세금의 규모 역시 커지고 세무사를 통해 납부액을 축소하려는 과정 중 탈세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인기와 수입이 비례하기 때문에 스타들의 세금 관련 사고가 많다. 하지만 세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스타는 사실상 없다. 때문에 전문 세무사를 통해 관리를 받다가 이 같은 일에 연루된다”며 “결과적으로 탈세는 당사자의 잘못이기 때문에 세무사가 어떤 요령으로 절세 혹은 탈세를 하는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라고 충고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