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김 씨는 이보다 앞선 2003년 12월 4일 검찰 조사에서 이와 똑같은 주장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당시 검찰 진술조서 일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 씨는 “12월 6일경 나와 문 회장 그리고 김 아무개 K 은행 지점장 등 3명이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서 대통령 선거유세를 하고 있던 노 후보를 지원하러 간 사실이 있는데 그 때 문 회장이 대법전 4개 분량의 현금 뭉치 3개를 준비하여 대형 흰색 비닐봉투에 넣어 갔다가 그중 1개는 같은 날 밤 10시경 유세가 열린 실내체육관 밖에서 신상우 전 의원에게 주었고 나머지 2개는 다음날 아침 9시경 노 후보가 머무르고 있는 호텔 숙소에서 노 후보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노 후보에게 직접 전달하였단 말인가”라는 검사의 거듭된 질문에 김 씨는 “그렇다. 문 회장이 노 후보에게 직접 건네주자 노 후보가 이를 받아 옆에 있는 다른 사람(여 행정관)에게 건네주었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는 “당시 호텔을 방문하니 노 후보가 방송 출연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여러 사람과 회의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우리의 방문 사실을 그쪽 사람을 통하여 알렸더니 노 후보가 다른 2명과 함께 와이셔츠 차림으로 출입구로 나와서 문 회장과 김 지점장하고 인사를 나누었고 그때 문 회장이 나를 소개해 줬다. 그리고 나서 내가 들고 갔던 뭉치 2개가 들어 있는 큰 쇼핑백을 문 회장이 건네받아 노 후보에게 직접 건네줬고 이를 건네받은 노 후보가 옆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건네 줬다”고 밝혔다.
검사가 김 씨에게 “노 후보에게 직접 건네주고 노 후보가 직접 건네받았단 말인가”라고 재차 묻자 “그렇다”며 당시 상황을 또 다시 반복해 진술하며 확인해줬다. 그는 “당시 문 회장은 ‘고생이 많습니다. 꼭 당선되시라’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고, 노 후보는 ‘방송 출연 준비 때문에 바쁘다’며 ‘고맙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고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떠올렸다.
돈의 규모에 대한 질문에서 김 씨는 “문 회장이 준비한 것이라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크기로 보아 뭉치당 약 5000만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김 씨와 상반된 증언을 한 문 회장과 김 지점장의 진술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 씨의 진술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관성이 없고 자주 오락가락해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