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토지길 1코스. 사진출처=걷기여행길(koreatrails.or.kr)
박경리 선생은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다”고 했다. 농부들은 그 물을 먹고 자란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풍경이 가장 보기 좋을 게다. 올가을 <토지>의 최 참판 댁 사랑채에 올라 드넓은 악양 들판을 바라보면 어떨까. 조지훈, 김유정, 이청준의 시와 소설이 피어난 문학의 길도 우리를 유혹한다. 한국관광공사는 ‘걷기 여행길(koreatrails.or.kr)’ 사이트를 통해 9월 걷기 여행 코스 10곳을 추천했다.
#하동 박경리 토지길 1코스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되었던 악양과 화개를 둘러 볼 수 있는 길이다. 평사리에 위치한 동정호와 악양의 소상팔경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가득 담긴 풍경을 자아낸다.
소설 <토지>의 배경인 이곳 평사리에 소설속의 최참판댁이 한옥 14동으로 구현되었으며, 조선후기 우리 민족의 생활모습을 담은 초가집, 유물 등 드라마 <토지> 세트장도 조성되어 있다.
평사리공원~부부송(동정호)~최참판댁~입석마을~조씨고가~취간림~악양천제방~평사리공원~섬진강변~화개장터. 18㎞. 4시간 30분.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
‘보부상길’ 또는 ‘12령 고갯길’이라고도 일컬어지는 1구간은 옛날 보부상들이 동해안의 해산물을 경북 내륙 지역으로 짊어지고 오르내리던 길로 김주영의 소설 <객주>의 배경이 된 길이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산림청에서 세금으로 조성한 1호 숲길이며, 금강소나무와 희귀 수종 등 다양한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미래세대를 위해 후계림을 조성하고 있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다. 보부상의 애환과 기원이 담긴 ‘울진내성행상불망비’나 ‘조령성황사’, 옛 주막터, 화전민터 등 유산이 남아 있다.
숲길은 예약탐방으로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uljintrail.or.kr 예약후 탐방이 가능하다.
두천리~바릿재~장평~찬물내기~샛재~대광천~저진터재~소광2리. 13.5㎞. 6시간.
#영양 외씨버선길 6코스 조지훈문학길
영양읍내부터 시인 조지훈의 생가가 있는 주실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영양 전통시장에서 인심을 느끼고 연꽃의 향기에 취하고, 소나무 숲길과 척금대에서 지조와 절개를 배우며, 사뿐사뿐 빠져드는 외씨버선을 노래한 조지훈 시인의 삶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길이다.
영양전통시장~노루목재~상원3리 마을회관~금촌산길~일월삼거리~이곡교~조지훈문학관. 13.7㎞. 6시간.
#장흥 문학탐방길 1코스(눈길)
눈길은 진목마을 알대미 사장(아랫마을정자 나무터)에서 시작되어 대덕연지삼거리에 이르는 구간이다. 이 길은 이청준의 단편소설 <눈길>로 승화되었다. 탁트인 숲길을 걷고 있는 순간 뒤로는 진목들녁과 다도해 쫓빛 섬들이, 앞으로는 천관산 기암괴석이, 오른쪽으로는 삼산간척지 들녁과 득량만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와 마치 별천지 세계을 걷고있는 느낌이 든다. 일반인은 등산코스로, 문학인은 이청준선생 문학답사코스로 훌륭하다. 이청준생가(진목마을)~산지까끔~마장골~잿등-아들바위-질깔끄막-책상바위~연지삼거리. 4.6㎞. 2시간.
#보성 태백산맥 문학기행길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의 실제 무대가 된 벌교의 다양한 현장을 걷는 길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화교는 물론 중도방죽, 남도여관(보성여관)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소설의 현장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일식가옥을 비롯한 다양한 근대문화유산은 걷는 이들의 마음 깊은 곳의 감흥을 이끌어 낸다. 지역의 특산물인 벌교 꼬막을 맛볼 수 있는 꼬막거리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길의 적잖은 행복이다.
태백산맥문학관~회정리교회~소화다리~김범우의집~벌교홍교~자애병원~부용산공원~구금융조합~벌교초등학교~보성여관~벌교역~철다리~중도방죽~진트재~벌교시외버스터미널. 8㎞. 2시간.
#강진 정약용의 남도 유배길 3코스(시인의 마을길).
현대시문학의 선구자 영랑 김윤식이 태어난 영랑생가를 출발하여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산책하듯 고성사를 지나 금당백련지, 대월 달마지마을까지 가는 코스다. 영랑생가에서 고성사까지는 계속해서 오르막 길이지만, 금당마을까지 거의 내리막길이다. 금당마을 부터는 거의 평지를 걸으면 한적한 농촌마을을 관람할 수 있다. 걷는 거리가 짧으나 식수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영랑생가~고성사(보은산방)~솔치재~금당마을(백련지)~성전면소재지~대월 달마지마을. 13.4㎞. 4시간 30분.
#고창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 3코스 (질마재길).
미당 서정주의 작품 배경인 질마재와 묘소와 문학관을 둘러보는 길이다. 이 길은 미당이 어린 시절 다니던 길로 그의 향기가 시를 통해 남아있다.
경사진 언덕에 추수를 끝낸 논처럼 외로운 터, 과거에는 도공들이 서로의 재주를 겨루며 접시 하나, 대접 하나 손수 만들던 곳이다. 지금은 질마재에서불어 내려오는 바람만 스쳐 지나간다. 쓸쓸한 과거의 흔적을 돌아 나가면 꽃무릇 쉼터, 연기제가 나타난다. 산림경영모델숲 수변데크에서 다 돌리지 못한 숨을 돌리고 목도 축인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축축한 나무 기운이 묻어난다. 미당생가 인근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만든 미당시문학관은 미당의 육필원고와 작품집, 애장품과 유품을 전시되어 있다.
풍천(연기마을 입구)~소요사 입구~질마재~미당시문학관~미당생가~죽염공장~연기마을. 10.8㎞. 3시간 30분.
#춘천 봄내길 1코스 (실레이야기길).
실레마을은 마치 솥이 앉혀있는 것 같이 산으로 포근하게 싸여있는 마을로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의 고향으로 <봄봄>, <동백꽃>, <금따는 콩밭> 등 그의 소설 12편이 이곳을 배경으로 창작되었다. 길을 걷다보면 그의 작품의 무대와 만날 수 있고, 소설 속 사연이 담긴 팻말을 찾는 테마 걷기 여행길이다. 김유정 문학촌은 복원된 김유정의 생가와 전시관이 있으며 산국농장 인근에 서양화가 함섭 스튜디오 등 작가들의 창작실이 여러 채 있다.
김유정문학촌~산신각~저수지~금병의숙~마을안길~김유정문학촌. 5.2㎞. 2시간.
#평창 효석문학100리길 1코스 (문학의 길).
문학의 길은 가산 이효석선생의 문학적 발자취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구간으로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배경지인 봉평 효석문화마을은 그 자체로 문학의 향기가 흐르는 곳이다. 장돌뱅이와 성씨 처녀의 사연이 있는 물레방앗간과 메밀꽃밭, 이효석생가마을, 이효석문학관 등을 둘러보고 주변경관이 수려한 흥정천을 따라 걷다보면 마치 소설속에 와 있는 듯한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오는 9월 5~14일까지 ‘평창효석문화제’가 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봉평면 평창군관광안내센터~흥정천교~평촌2교~강변집 앞길~금산교~백옥포마을~흥정천 수로길~백옥포교~금당계곡로~노루목고개(쉼터)~용평 여울목(쉼터). 7.8㎞. 2시간 30분.
#종로 인왕산 자락길
인왕산 자락길은 종묘와 더불어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던 사직단에서 시작한다. 경희궁에서 옮겨 온 황학정 활터와 택견 수련장을 지나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 유명한 수성동 계곡으로 간다. 오르고 내리고 감아 돌아가고 지루할 틈이 없는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 윤동주 시인이 자기 이름을 써 보고 흙으로 덮었을지도 모를 시인의 언덕 아래에는 소박한 윤동주 문학관이 있다.
사직단 입구~단군성전~황학정~택견 수련터~족구장~수성동계곡~윤동주 시인의 언덕~윤동주 문학관. 3.2 ㎞. 1시간 30분.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