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성장동력 상실과 기업 양극화의 2중고를 겪고 있다. 1990년대 8%대에 이르던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 들어서 3%대로 추락했다. 한편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형성되어 중소기업들이 빈사상태다. 자연히 경제의 고용창출 기능이 떨어지고 국민소득 증가가 미미하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그 결과 가계부문이 전반적으로 자생력을 잃고 부실화하여 1000조 원이 넘는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은 아무리 공부를 해도 취업이 안 된다. 취업이 안 되니 빚이 늘고 결혼이 어렵다. 결혼을 못하니 아이를 낳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노동생산성과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인구의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3년 후인 2017년이면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14%를 넘어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들을 부양할 길이 막막하다. 경제와 사회가 지속가능성을 잃고 수렁에 빠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이를 낳아도 보육과 교육이 극도로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아이를 낳으면 대가족제도 하에 온 식구들이 보육을 도왔다. 그러나 이제 이것이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보육제도가 발달하여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교육문제가 출산을 가로막는다. 공교육이 무너져 어릴 때부터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받아야 대학에 간다. 그리고 명문대학을 다니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패배자 취급을 받는다. 이렇게 되자 아이를 낳으면 막대한 학자금을 마련하고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러야 한다. 젊은이들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결혼을 해도 여러 아이 출산을 꺼리는 주요 원인이다.
아이를 낳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두 가지다. 첫째는 경제의 성장-분배의 선순환이다. 성장동력과 고용창출 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산업구조로 바꾸어 누구나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필요한 소득을 공평하게 버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둘째는 공교육의 회복이다. 공공교육투자를 대규모로 늘리고 입시제도를 개혁하여 학교만 보내면 교육이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아이를 마음 놓고 기를 수 있는 보육제도의 확충도 필수적이다.
나라가 방향을 잃고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러나 정치지도자들은 기득권 지키기와 당리당략의 싸움뿐이다. 침몰하는 배 위에서 자신들 이익을 위해 이전투구를 하는 모습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깊이 반성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리고 경제구조와 교육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을 추진하여 국민이 가족행복의 희망을 안고 다시 일어서도록 해야 한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이 상승작용을 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