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9시 등교 정책’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 교육감의 혁신학교 핵심은 학생이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게 함으로써 행복하게 공부하고 즐겁게 학교에 올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는 혁신학교가 경기도 교육의 희망이고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또한 어른들의 시각이 아닌 학생들의 입장에서 교육을 생각하고자 한다. <일요신문>은 이 교육감을 만나 그의 교육 철학과 경기도 교육의 비전에 대해 폭넓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8월 25일 의정부여자중학교를 시작으로 9시 등교 시행이 본격화됐다. 9시 등교에 대한 입장은.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대한 첫 출발은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부모·형제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서로 대화하고 같이 밥도 먹고 하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굉장히 소중하다. 그 시작을 제대로 해야 인성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직장은 9시에 업무를 시작한다. 학생들이 ‘어른들은 9시 출근하면서 왜 우리들은 일찍 등교하는가’라고 질문한다면 누가 답변할 것인가. 이런 학생들의 요구를 무시하지 말고 들어주는 것이 교육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계는 물론 일부 선생님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9시 등교는 타협이나 논의의 대상이 아닌 여건이 허락하는 한 모두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 달(9월) 1일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90%, 고등학교는 수능시험 등 입시여건에 따라 60~70%가 9시 등교를 시행했다. 교육감 취임 전 인터넷 의견 접수 및 각 지역 학생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9시 등교는 가장 시급한 요청이었다. 교육감도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전달한 것일 뿐, 학생들이 싫다고 하면 학생들 뜻대로 가면 된다. 학교 일선 교장이나 교원들 역시 학교 상황을 고려해 시행하되 학생들의 뜻을 존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율성 침해 등 반대 여론에 대한 견해는.
“자율성 침해는 근거 없다. 모든 학교 수업이 본래 9시에 시작했다. 7~8시에 앞당겨 수업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고 이는 대학 입시로 인한 경쟁적인 불안 요소가 반영된 것이다. 조금 더 경쟁적으로 공부시키려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다. 교육법시행령에 보면 등하교 시간을 교장이 결정하도록 돼있어 자율성 침해 얘기가 나오는데 9시 시작을 마음대로 7~8시에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학교상황(자연재해, 전염병, 개교기념일, 소풍 등)에 따라 등하교 시간을 자율적으로 대처하라는 의미다. 아무 때나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율성 침해가 아니라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수업을 시작하던 것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목적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 첫 출발이 9시 등교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차츰차츰 학교 문화가 바뀌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잘 될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혁신학교 정책에 대해 의견을 많이 내놓았는데.
“혁신학교 의미를 정확히 알았으면 좋겠다. 그동안의 학교 교육은 식민 통치 때부터 독재정치, 군부시대,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국가가 통제하고 관리해왔다. 국가가 모든 것을 정하고 국가의 틀 속에서 교육해 오던 상황에서 모든 교과과정, 지금 제7차 교과과정이라는 것도 정부가 만든 틀 속에서 가는 게 아닌가. 혁신학교란 밑바닥에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통제와 지침에 의한 교육이 아닌,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이라고 얘기한다. 체험학습과 토론식 수업을 강조하고 학생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새로운 수업방식을 통해 새로운 교실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혁신 학교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학교 문화이기에 소중하다. 그래서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혁신 유치원부터 혁신 초중고에 이르기까지 여러 유형의 혁신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다. 혁신학교의 핵심은 학생이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게 함으로써 행복하게 공부하고 즐겁게 학교에 올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혁신학교 학생들을 보면 학교 가는 자체를 즐거워한다. 혁신학교가 경기도 교육의 희망이고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안다. 앞으로의 협력 방안은.
“그동안 공식·비공식적으로 남경필 지사와 만나 경기도 교육문제 협력에 관해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협력할지 논의하기 위해 부지사와 부교육감, 양측 정책 담당관들이 몇 차례 모여 회의했다. 이 자리에서 경기도 학교교육 발전을 위해 양쪽이 같이 참여하느냐, 특히 주민참여를 통한 열린 교육 행정을 위해 교육자치협의회를 확대하고 도(道)와 교육청 및 도의회 모두 노력해 거버넌스를 잘 작동시켜 보자는 것이 첫 번째 내용이다.
두 번째는 교육자치 시대를 맞아 타 시·도보다 모범적인 경기도 교육을 도와 교육청이 어떻게 협력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느냐하는 구체적인 안에 대한 합의다. 가장 모범적인 관계를 만들어 낼 것이다.”
―임기 중 중점 과제와 사업은 무엇인가.
“첫째, 교육 환경이 너무 교육청 위주의 중앙집권적 형태다. 교육지원청과 업무 분담을 어떻게 해서 효율성을 높여갈 것인가가 하나의 과제다. 교육청의 기능과 규모는 축소하고 대신 교육지원청의 역할과 기능 및 규모를 강화해 자치교육시대에 각 지역이 갖는 자율적이고 능동적 교육발전을 해나갈 수 있게 하고자 한다.
둘째, 모든 교육을 학생 중심으로 하고 싶다. 입시 중심 시대는 곧 바뀐다. 대학은 의미가 없어진다. 학생 개개인이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셋째, 꿈이 있다면 지역사회와 학교, 학생이 유기적으로 하나의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 사업계획은 내년 초 시범사업에 들어가고 2016년부터 놀라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최대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정상화 대책 및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견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세월호 참사는 6·25 전쟁 이후 최대 참사라고 생각한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사고 등 많은 사고들이 있었지만 비교할 수 없는 대참사였다. 왜냐하면 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원고의 경우 안산교육회복지원단이 구성돼 있다. 교육청 내 별도기구로 단장 이하 15명의 직원이 현지에서 안산 교육을 어떻게 정상화시킬지, 세월호 아픔과 고난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강구하고 있다. 또 지난 6월 중순부터 단원고특별대책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단원고를 어떻게 미래의 학교로 만들어갈 것인가를 연구 검토하고 있다.
또한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 여야의 정치적 흥정 대상이 아닌 비극적 상황을 딛고 일어서 미래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경기도교육감으로서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희생했기 때문에 더욱 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