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시 블로그에서 “피를 토하기 직전까지 식초를 마셔야 했다”고 털어 놓았는가 하면, “어떤 신입 회원은 토사물로 만든 오믈렛인 ‘보믈렛’을 먹도록 강요당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자신 역시 한때 신입 회원들에게 이와 비슷한 가혹 행위를 강요했다고 고백했던 그는 “나의 잘못을 깨닫고 진실을 폭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의 블로그는 곧 미 전역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물론, 누리꾼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폐쇄적인 사교 모임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코넬대학을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속출하자 ‘금주 강령’을 새롭게 제정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였다.
다트머스대학 내 남학생 사교클럽인 ‘시그마 알파 엡실론’ 전경.
이런 행위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모임 회원들이 쉬쉬했던 비밀들에 대해 책에서 적나라하게 폭로한 로스는 “한번은 파티에서 제공되는 펀치 음료수에 일부 회원들이 오줌을 싸놓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는가 하면, 매주 수요일 밤 가졌던 정기 모임에서는 구토가 쏠릴 때까지 모두가 맥주 열 잔씩을 마셔야 했다고도 말했다. 맥주를 마시다가 구토가 나올 경우에는 혼자 힘으로 구토를 해선 안 되고, 대신 다른 학생이 목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줘야 했다.
신입 회원 신고식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들이 벌어졌다. 가령 온갖 음식물을 비롯해 맥주, 소변, 토사물로 가득 찬 수영장 안에서 헤엄을 쳐야 했다. 로스는 “어떤 경우에는 수영장 안에 똥을 싸놓거나 정액을 뿌려 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회원들이 술을 마시는 데 지출되는 비용만 3개월에 3만 달러(약 3000만 원) 정도.
하지만 회원들에게 골탕을 먹이기 위한 심한 장난이 꼭 술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로스의 경우에는 신입회원 시절 박제된 메기를 들고 캠퍼스 안을 돌아다니도록 지시 받았다. 만일 누군가 “그게 뭐냐”고 물으면 “이 메기는 잡년이야”라고 답해야 했다. 한 번은 강의실에서 모든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수에게 똑같은 대답을 하기도 했다.
미국 대학 사교클럽에서 신고식 사망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신입 회원들을 골탕먹이는 모습과 북미 지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사교클럽 중 하나인 예일대 ‘델타 카파 엡실론’ 마크.
그의 이런 개혁 요구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실제 사교 모임의 가혹 행위로 목숨을 잃는 사건도 종종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에는 코넬대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조지 데스둔스(19)가 사교 모임 동료들에게 납치되었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새벽 3시께 술을 마신 후 집으로 귀가하던 중 다른 친구 한 명과 함께 ‘시그마 알파 엡실론’ 사교 모임 후배들에게 납치됐던 그는 눈가리개를 하고 손과 발이 결박된 채 억지로 보드카를 마셔야 했다.
사교 모임에 관한 사소한 질문에 오답을 내놓을 때마다 보드카 한 잔을 원샷했으며, 이렇게 20분 동안 그가 마신 보드카는 4~5잔에 달했다. 이미 술에 잔뜩 취해 있었던 데스둔스는 곧 오바이트를 했으며, 곧이어 가루사탕, 초콜렛 파우더, 딸기시럽, 샌드위치, 핫소스까지 강제로 먹어야 했다. 결국 데스둔스는 기절했고, 모임 후배들은 회원들이 함께 기거하는 ‘프랫 하우스’ 내 도서관 소파에 그를 눕히고 자리를 떴다.
행위에 가담했던 한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토사물로 기도가 막혀 질식하지 않도록 고개를 바닥으로 향하도록 해놓았다”고 말했지만 다음 날 아침 데스둔스는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다.
사실 코넬대의 이런 가혹 행위는 유서(?)가 깊다. 사교 모임의 장난으로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처음 발생한 곳이자 아이비리그 내 사교 모임 관련 사망 사건 가운데 절반이 코넬대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사망 사건은 1873년 벌어졌다. 남북전쟁 당시 장교의 아들이었던 모티머 레겟이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 그것이었다. 당시 절벽 근처에서 눈가리개가 발견됐던 점으로 미뤄 보아 사교 모임 회원들 간에 벌어졌던 장난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코넬대보다 가혹 행위가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은 다트머스대다. ‘신입생 골탕 먹이기’ 전통이 다트머스 대학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여기에는 사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학생들이 대도시나 다문화 거주지에 기거하는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과 달리 다트머스대 캠퍼스는 인구 8000명가량의 소도시인 뉴햄프셔주 하노버에 위치하고 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주로 사교 모임 회원들과 어울리는 일이 많고, 이로 인해 그만큼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학교의 사정은 어떨까. 프린스턴대학 내 사교 모임인 ‘알파 엡실론 파이’의 가혹 행위는 지난 2010년 교내 일간지인 <더 데일리 프린스토니안>에 상세히 폭로된 바 있다. 프린스턴대 재학생인 존 버포드는 “모임 회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 위로 올라간 나는 스트립 댄서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야 했다. 댄서가 내 셔츠를 벗기고 무대 한가운데 있는 봉에 수갑을 채우고는 가죽 벨트로 나를 때렸다”고 고백했다. 버포드가 겪은 고행은 그뿐이 아니었다. 한 번은 담배꽁초가 가득 찬 닥터페퍼 병을 원샷해야 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한 사교 모임 회원은 다른 회원에게 반복적으로 허벅지를 구타당한 끝에 결국 장거리 달리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반불구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남학생 사교 모임에서 이렇게 가혹 행위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모임의 폐쇄적인 성격이 한몫하고 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회원들이 서로에게 끈끈한 동료애와 의리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교 모임의 신입회원은 매 학기마다 모집되며, 신입을 모집하는 기간은 ‘RUSH’라고 부른다. 이 기간은 학교마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학기가 걸리기도 한다.
신입 회원 자격 요건은 성적이 기본이지만 대개는 기존 회원들의 추천으로 이뤄진다. 선발된 회원들은 준회원 기간 동안 모임의 역사와 가치관, 행동 규칙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또한 의무적으로 ‘프랫 하우스’에서 1~2학기 기거하면서 동료애를 쌓게 된다.
준회원에서 정회원이 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1년 반 정도다. 이 기간 동안 준회원들은 선배들의 온갖 장난과 조롱을 견뎌야 한다. 가령 ‘프랫 하우스’를 깨끗이 청소하는 것은 기본이요, 술, 마약, 섹스와 관련된 가혹한 요구도 받아들여야 한다. 잠을 재우지 않거나 때리거나 또는 성행위 흉내를 강요당하기도 한다.
2008년 메인대학의 조사 결과 남학생 또는 여학생 사교 모임, 스포츠 동아리 등 기타 교내 모임에 가입되어 있는 학생들 가운데 55%가 모임 회원들로부터 골탕을 먹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 사교 모임의 가혹 행위와 관련된 서적 네 권을 출간한 프랭클린 칼리지의 행크 뉴워 교수는 “대학교가 존재하는 한 가혹 행위는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1970년 이래 사교 모임의 가혹 행위로 사망한 학생 수는 무려 104명이나 됐다.
가혹 행위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술’, 즉 ‘과음으로 인한 사고’다. 2010년 캘리포니아주립공대 신입생이었던 카슨 스타키 역시 폭음으로 아까운 목숨을 잃은 경우였다. ‘시그마 알파 엡실론’ 사교 모임 동료들부터 한꺼번에 많은 양의 술을 단시간 내에 마시도록 강요당했던 스타키는 의식을 잃고 결국 사망했다. 사망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약 0.4%였으며, 이는 법적 면허정지 기준보다 무려 다섯 배나 높은 것이었다.
2000년 하버드대 조사에 따르면 사교 모임의 회원 다섯 명 가운데 네 명은 폭음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뉴워 교수는 가혹 행위로 숨진 사건의 80%가 술과 관련이 있다고 추산했다.
사건사고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금주를 실시하고 있는 모임들도 있다. ‘파이 델타 세타’와 ‘파이 카파 시그마’ 사교 모임의 경우에는 모든 ‘챕터 하우스’ 내에서의 금주를 명령하고 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파이 델타 세타’의 경우, 금주를 실시하기 전인 10년 동안 매년 평균 12.3회의 책임 소송이 벌어졌었지만, 금주 조치가 내려진 2000년 이후에는 매년 세 건으로 소송 건수가 확 줄어들었다. 이런 조치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교 모임 회원 가운데 약 3분의 2가 21세 이하이기 때문이다.
대학 측 역시 서둘러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다트머스대학의 필 핸론 총장은 “신입생 신고식과 같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들을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데스둔스 사망 사건 발생 후에도 “남학생 사교 모임은 우리 대학의 역사이자 문화의 일부다. 모임을 통해 학생들 간에 우정과 소통, 그리고 리더십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사교 모임을 폐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던 코넬대학도 구체적인 변화를 제시했다. 가령 신입생들의 경우에는 술을 마시는 파티에 일절 출입을 금하도록 한 조치가 그것이다.
하지만 사교 모임의 특성상 학생들의 행동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런 개선책들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미국 대학 유명 사교클럽 지미 카터·빌 클린턴… 최대 규모 APO 출신 대학교 내 회원제 모임인 남학생 사교 모임은 ‘그리스 문자 모임’이라고도 불린다. 이유는 모임의 명칭이 보통 그리스 문자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알파 파이 오메가(APO)는 가장 규모가 큰 사교 모임이다. 미국 내에만 350개 이상의 캠퍼스 지부가 있고, 필리핀에 250개 지부가, 그리고 호주에 1개 지부가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만 5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모임에서 배출된 회원 수만 40만 명이 넘는다. 남녀 공동 사교 모임인 APO는 그 규모와 명성에 걸맞게 유명 인사를 다수 배출한 곳으로 유명하다. 가령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제럴드 포드 등 역대 대통령들을 비롯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미셸 오바마 등이 APO 출신이다. 시그마 알파 엡실론(SAE) 역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1856년 앨라배마대학에서 창설됐으며, 현재 미 전역에 240개 이상의 지부를 두고 있다. 회원 수는 1만 4000명가량이고, 지금까지 31만 4000명의 회원을 배출했다. SAE 출신 유명인사들로는 25대 대통령인 윌리엄 맥킨리, 스포츠 에이전트의 대부로 불리는 스콧 보라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폴크너 등이 있다. 하지만 SAE는 회원들 간의 가혹 행위로 악명 높기도 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5~2013년 SAE 내에서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학생들 수는 다른 사교 모임보다 월등히 많았다. 가령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술 또는 약물과 관련된 가혹 행위로 사망한 SAE 소속 회원들은 10명에 달하고 있다. 델타 카파 엡실론(DKE)은 북미 지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사교 모임 가운데 하나다. 1884년 예일대에서 처음 설립됐으며, 현재 미 전역과 캐나다에 54개 지부가 있다. 루더포드 헤이에스, 테오도어 루스벨트, 제럴드 포드, 조지 H. 부시, 조시 W. 부시 등 지금까지 모두 다섯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아버지 부시는 DKE의 회장까지 역임한 바 있다. 한편 최초의 남학생 사교 모임은 1776년 창설된 하버드대학의 파이 베타 카파(PBK)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