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가 5년 만에 9집 앨범 <크리스말로윈>을 내고 컴백 공연을 펼친다. 과거와는 달리 팬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서태지는 오는 10월 18일 서울 잠실동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크리스말로윈>이란 이름으로 컴백 공연을 펼친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을 복귀의 무대로 택한 그는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은 스케일로 대중 앞에 선다. 2008년 발표했던 8집에 이어 5년 만에 내놓는 새 음반을 향한 관심과 기대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출발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음반마다 신선하고 도전적인 음악을 시도해 왔던 서태지이기에 그가 발표하는 새 음반을 두고 오랜 팬들은 물론 대중음악 수요자들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온전히 음악으로만 평가받았던 과거와 지금의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는 게 대중문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3~4년 사이 서태지는 연기자 이지아와의 비밀 결혼과 이혼 소송이 알려져 대중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지난해에는 16세 연하의 연기자 이은성과 결혼해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데뷔 이후 20여 년 동안 철저한 신비주의를 유지했던 탓에 최근 연달아 터진 사생활 공개는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에도 상당한 영향과 변화를 불러왔다.
서태지는 지난해부터 올해 10월로 복귀시기를 정해놓고 차근차근 음악 작업을 해왔다. 실제로 오랜 시간을 투자해 빈틈없이 음반 작업을 하기로 유명한 그였지만 이번 9집을 앞두고는 다시 한 번 예상치 못한 ‘복병’과 몇 차례 만났다. 본인의 의도라기보다는 주변 환경과 상황의 영향이 컸다. 더욱이 ‘남편 서태지’로서 어쩔 수 없이 알려진 가정사도 상당히 많았다.
이지아
특히 이지아가 토크쇼에 출연하던 시기는 공교롭게도 서태지가 첫 딸 출산을 앞둔 상황. 동시에 그가 새 음반 발표를 알린 뒤 팬들의 관심이 새 노래로 모아지던 때이기도 했다. 서태지에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였다는 의미다.
이지아의 <힐링캠프> 출연 이후 여러 추측성 내용들이 퍼지자 서태지가 소속사를 통해 직접 입장을 밝힌 이유도 바로 이런 시기적인 문제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논란이 일어나도 ‘발언’보다 ‘함구’를 택했던 그는 이례적으로 이지아의 발언이 확산되고 3일 만에 “여러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사실을 바로잡으려 한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그토록 꺼려했던 지나간 가정사를 꺼냈다.
서태지는 이지아와 미국에서 함께했던 결혼 생활에 대해 “양가 부모가 서로 왕래한 가운데 정식 허락을 받고 교제했다”며 “미국에서 지낸 기간에도 부모와 가족, 친척, 각자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지아가 교제를 시작하고 결혼생활을 함께했던 7년 동안 부모와도 연락을 두절하고 숨어 지냈다고 말한 데 대한 반론이다. 엇갈린 양측의 주장에 대한 진위 여부보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건 서태지의 설명이었다. 이지아를 상대로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해왔기 때문에 그의 해명은 더 큰 시선을 끌었다.
둘 사이의 공방이 오가고 약 보름 뒤 서태지는 첫 딸을 낳았다. 2013년 6월 평창동 집에서 이은성과 결혼식을 올린 지 1년2개월 만이다. 서태지는 득녀 소식을 전하며 “단순히 기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벅찬 감정이다. 멋진 아빠가 되겠다”는 각오까지 덧붙였다. 누군가는 편안하게 밝힐 수 있는 가족 이야기이지만 ‘신비주의의 대명사’로 통하는 서태지가 꺼내는 ‘아빠 각오’는 이색적이고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서태지는 지난해 이은성(왼쪽)과의 결혼 사실을 알렸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아직 서태지의 음반이 공개되지 않아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과거보다 더욱 대중과 친숙하고 친근한 음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몇 년간 서태지의 음악적 경향이 대중과 소통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9집에서도 같은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복귀 무대인 콘서트 장소를 올림픽주경기장으로 택한 이유도 ‘많은 팬’과 만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 정도를 제외하곤 국내 솔로 가수 중 올림픽주경기장을 공연장으로 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서태지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소속사 서태지컴퍼니는 “컴백 공연 직전부터 온라인은 물론 방송과 영화관 등을 활용한 전방위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방송 등 팬들과 가깝게 만나는 기회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