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승현은 프로에 적응하기 위해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한다.
“대학 출신이 프로에 가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외국인선수다. 외국인선수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근성을 키우고 그들을 괴롭혀 흥분시키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또 프로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그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충분히 자신이 있다.”
이승현은 외곽 슛과 외곽 수비에 대한 부족함을 지적받는 데 대해서도 공감했다.
“초·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감독님들은 나한테 외곽 슛을 요구하지 않았다. 포지션이 센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처음으로 대표팀에 들어가서 유재학 감독님으로부터 외곽 슛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프로에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려면 외곽슛을 장착해야 한다고. 그때부터 3점슛 연습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외곽 수비도 마찬가지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행착오가 많은데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승현은 대표팀에 대해 좋은 기억과 좋지 않은 기억이 공존한다. 지난해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 때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지만, 막상 눈앞에 펼쳐진 대표팀 생활은 ‘막내’ 이승현으로선 부담으로 다가왔다.
“TV로만 보던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생활하며 많은 걸 배우고 깨우칠 수 있었다. 운동을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항상 긴장했고, 조금만 뛰어도 힘이 들었다. 학교가 그리웠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김)주성이 형, (양)동근이 형의 플레이를 보면서 그들이 왜 프로인지, 프로가 얼마나 대단한 세계인지를 알 수 있었다. 돈을 받고 운동하는 건, 책임감 이상의 사명감이 필요했다. 프로 입문 전에 아주 좋은 경험을 했다.”
2013-2014 프로농구 올스타전에 참가한 이종현(왼쪽)과 이승현이 함께 입장하는 모습. 사진제공=KBL
이승현은 대표팀에 합류는 했지만 번번이 중요 대회를 앞두고 최종 멤버에서 탈락했다. 이번 스페인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대표팀에 뽑혀 훈련을 하다가 최종 명단에서 누락됐다.
“처음 탈락했을 때는 충격으로 한동안 방황하며 보냈다. 학교로 돌아와선 운동하기가 싫을 정도였다. 그러다 이번에 두 번째 같은 경험을 하니까 조금 덤덤해지더라. 주위에선 더 안타까워했지만. 대표팀 선수들의 활약상을 미디어를 통해 접할 땐 부럽기도 하고, 한때 내가 저 자리에 있었는데 하는 생각도 든다. 고려대 후배인 (이)종현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배가 아팠다(웃음). 그래도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이건 진심이다(웃음).”
이승현은 고려대 센터 이종현과 2년째 룸메이트 생활을 하고 있다. 고려대가 대학농구 정상에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데에는 이종현과 이승현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이승현은 자신보다 이종현이 더 큰 역할을 했다며 몸을 낮춘다.
“처음에 종현이가 우리 학교에 입학했을 때 정말 대단했다. 그 큰 키(206㎝)로 중심을 잡고 있으니 다른 선수들이 플레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지금 당장 프로에 가도 손색이 없는 선수이다. 그러나 내가 졸업을 하게 됐으니 4학년까지 다 마치고 프로에 갔으면 좋겠다. 고려대를 위해서라도.”
인터뷰 말미에 이승현에게 어떤 팀을 가고 싶은지 물었다. 물론 선수가 원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제도가 아니지만, 그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우승할 수 있는 팀에 가고 싶다. 그래서 그 우승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선수이길 바란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승과 꽤 인연이 깊었다. 프로에서도 그 인연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