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화장증과 사망의학증명서. 위조 가능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 KBS 뉴스화면 캡처
경찰에 따르면 조희팔은 2011년 12월 19일 0시 15분쯤 중국 청도 위해시에 위치한 해방군 제404병원 남방의과대학병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등에 의한 심장박동 정지. 19일 당시 조희팔은 중국의 한 식당에서 한국에서 온 여자친구 등 지인 5명과 함께 식사를 하고 호텔 지하 주점에서 2시간 동안 술을 마셨다. 이후 호텔방에 들어온 뒤 가슴 통증과 함께 호흡 곤란이 왔고,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이미 구급차에서 숨을 거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조희팔 사망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 가장 유력한 게 ‘사망진단서 위조’ 의혹이다. 조희팔이 중국에서 위조 여권으로 생활해 온 만큼 뒷돈을 주고 사망진단서를 위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과 달리 온갖 위조범죄가 판을 치는 중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조희팔의 사망 진단서 위조 의혹도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의혹은 경찰이 조희팔의 DNA 분석에 실패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조희팔의 시신이 화장된 바람에 DNA 분석에 실패했다고 경찰은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다.
또 다른 의혹은 조희팔의 생전 습관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조희팔은 평소 의심이 많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잘 드나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극소수 부유층만 출입하는 최고급 식당과 골프장 등을 자주 이용했다는 것. 또 자기 관리도 철저해 술도 전혀 입에 대지 않았기에 술을 마시고 숨진 자체가 의심이 된다는 시각이 높다.
무엇보다 조희팔 사망 후 그를 봤다는 목격담이 수차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2012년 9월 검찰에서는 “최근 산둥성 옌타이와 청두의 한국인이 많이 출입하는 유흥주점에서 조희팔을 목격했다는 신빙성 있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직접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바른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김상전 대표는 “아직까지 조희팔을 봤다는 제보가 숱하게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로 이동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중국에 있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조희팔은 사망하지 않은 게 확실하다”라고 전했다.
조희팔의 위장 사망 의혹이 제기되기까지 배후에서는 조희팔의 비호세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시각도 높다. 비호세력이 조희팔의 위장 사망을 눈감아 줬고 현재까지 추적을 느슨하게 하는 배경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조희팔 사망 당시 일각에서는 “경찰 내 비호세력이 조희팔을 계속 감싸줬고, 수사 주도권이 검찰 쪽으로 넘어가자 시기를 보다가 사망설을 터트린 게 아니냐”는 전언이 끊임없이 돌았다. 피해자들은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했을 당시에도 경찰 내 조력자가 이를 눈 감아줬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희팔 역시 국내에 있을 당시 “MB 정권에서는 나를 잡지 못한다”며 큰소리를 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조희팔의 비호세력으로 직접적으로 처벌을 받은 이들은 당시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을 지낸 권 아무개 총경, 대구경찰청 소속 정 아무개 경사,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 등이다. 2008년 권 총경은 조희팔 사건 수사 책임을 맡았음에도 조희팔에게 수표 9억 원을 건네받아 논란이 됐다. 중국에서 조희팔을 만난 정 아무개 경사는 조희팔에게 골프와 술 접대를 받았다. 김광준 검사 역시 조희팔로부터 2억 7000만여 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아 처벌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조희팔의 비호세력은 현재까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상전 대표는 “조희팔 사건 이후 경찰과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한 적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 이번 재수사도 사실상 핵심을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유병언과 조희팔의 차이가 있다면 조희팔이 좀 더 어둠의 세계에 깊숙이 발을 들여 놓고 있다는 것이다. 비호세력은 아직도 존재한다. 조희팔 사건이 또다시 이렇게 이슈화되기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조만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조희팔 비호세력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전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