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어령 박사가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유명한 ‘80초 생각나누기’를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짧은 이야기, 긴 생각>이라는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나듯이 이어령 박사만의 독특한 메시지 전달법이 그대로 녹아있다.
이 책의 형식은 매우 간결하고 읽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75편의 에세이는 한 편당 길어야 3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각 에세이는 마치 시처럼 단락을 끊어 써서 시각적으로 읽기 편하다.
마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텍스트를 읽는데 익숙한 현대인을 배려한 듯한 느낌이다. 에세이 한 편을 읽는데 드는 80초라는 시간도 사람이 편안하게 집중하기 가장 좋아 뉴스 한 꼭지 시간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1분 30초에 가깝다.
하지만 에세이가 주는 감동의 깊이와 식견의 넓이는 결코 간결하지 않다. 이 책은 아버지, 어머니, 이솝우화, 스마트폰 등 우리 주변의 이야기부터 고대 그리스, 조선시대 등 역사 전반까지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한다.
영어, 불어, 고대 그리스어, 한자 등의 어원은 물론 고려 때 지어진 계림유사에 나오는 이두까지 풀어 세상과 언어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는 에세이들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감동(感動)’이라는 한자를 풀어 ‘느껴야 움직인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에세이나, 창을 가리키는 영어 ‘window’를 바람의 눈(wind+eye)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고 소개하며 다양한 해석을 전개하는 에세이 등은 ‘아하’를 외치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어제’, ‘오늘’, ‘모레’라는 단어는 순수한 우리말을 쓰지만 ‘내일’이라는 단어는 한자를 쓴다고 소개한 에세이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더 먼 미래에 대한 우리 민족의 잠재적 인식까지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거북선이 거북 모양인 이유, 증기기관을 발명한 사람이 정말 제임스 와트인가에 관한 에세이 등은 저자의 깊은 학식을 현대의 대중들에게 맞게 쉽게 풀어 전달하는 ‘이어령 식 메시지 전달법’을 그대로 보여준다.
책 후반에 수록된 ‘깊이 읽기’에서는 각 에세이의 배경이 된 실화를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가 주는 감동, 지혜, 통찰력은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없는 그러나 현대에 꼭 필요한 내용들이다.
독서의 계절,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읽기 편한 책이다. 그러나 독자가 느끼는 감동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시공미디어. 1만 3800원. 292쪽.
조현진 기자 gaba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