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조선시대 1592년부터 1658년까지는 전쟁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났던 시기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나선정벌이 이때 일어났다. 힘없는 나라였던 조선은 때로는 조선 땅에서 직접 전쟁을 치러야 했으며 때로는 남의 나라 전쟁에 원군으로 동원되어 이역만리에서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나라가 버린 사람들>의 주인공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도 기생이었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한 계월향, 명나라와 베트남까지 떠돌아야 했던 전쟁난민 최척, 전쟁의 참혹함 속에 세 번 결혼한 기구한 일생을 산 김영철, 여인들을 위한 안식처를 마련한 박씨부인 등 대부분이 그 시대의 마이너리티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이 책은 전쟁과 역사는 마이너리티를 어떻게 기억하고 또 지우는가를 살펴본다.
한편으론 영웅으로 기억되는 인물에 대해서도 이 책은 의문을 제기한다. 명나라가 후금을 치던 당시 명나라의 파병군으로 참전했던 대장군 강홍립과 좌장군 김응하는 각기 명에 대해 취한 입장이 판이하게 달랐다. ‘중립외교’를 펼친 광해군의 밀명을 받은 강홍립은 싸움을 거부하고 후금에 투항했지만, 김응하는 끝까지 명에 대한 충성을 지킨다.
훗날 조선 조정은 김응하의 (명에 대한) 충성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그의 사당을 신속하게 건립하는 한편, 그의 죽음을 기린 <충렬록>까지 펴낸다. 하지만 후금에 투항한 강홍립은 ‘강씨 성을 가진 오랑캐’로 명명되며 <강로전>이란 소설에 등장하기에 이른다. 과연 그들 중 누구를 영웅으로 봐야 할 것인가.
조선시대 최고 히트 소설 중 하나였던 <임경업전>만을 보면 임경업은 민중의 영웅이다. 하지만 조선은 척화파와 주화파로 나뉘어 조선이 분열된 국론으로 몸살을 앓았고, 광해군은 실리외교를 택하고자 했으나 나중에 인조반정 이후 다시 대명의리론은 고개를 들게 된다. 이런 여러 가지 맥락 속에서 임경업을 평가했을 때, 이미 진행 중인 명의 몰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까지 명나라에 대한 의리만을 내세운 임경업을 영웅으로 봐야 할지는 오늘날 사람들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이처럼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진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당대 전쟁을 온몸으로 겪어내야만 했던 마이너리티에 대한 고려 없이 역사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가.
서신혜 지음. 문학동네. 정가 1만 4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