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젊은 층의 귀농, 귀촌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40대 이하의 귀농, 귀촌은 은퇴 이후 세대들과 달리 농촌을 생생한 삶의 현장, 삶의 가치를 실현시킬 터전으로 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도시를 떠나 살 수 있을까?>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삶의 공간으로써 시골 생활을 선택한 7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저 시골에서 살고 싶어서 귀촌을 결정한 다정은 시골에 가서 이주여성들과의 모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처음엔 사비를 털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이주여성들에게 가르쳤다.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강사료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중학생들에게는 영어와 일본어를, 이주여성들에게는 한국어를, 아이들과 노인들에게는 요가를 가르치느라 일주일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스물아홉 살에 처음 귀농을 했던 노각은 큰 사고를 당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후로는 목공 일을 하고 글을 쓰고, 방황하는 시골 아이들과 ‘뭐 재미있는 일 없나’ 궁리하며 여러 가지 일을 모색하고 있다.
방곡마을 간사로 진안에서의 새 삶을 시작한 부산 총각 헌철, 마을만들기 사업에 온힘을 쏟고 있는 구 박사, 프랑스요리를 전공한 호텔 요리사 출신의 초보 농부 철이, 귀농 15년 차에 드디어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로 결심한 샨티, 영화처럼 사랑하고 예술처럼 살아가는 영권과 혜진 부부, 그리고 홀로 진안으로 귀촌해 지역 신문의 기자로 일하기도 한 이 책의 저자 보리 또한 도시과 시골의 경계를 넘어선 삶의 형태를 보여준다.
이들에게 주목할 점은, 시골에 살면서 농사를 짓지 않고 도시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하거나 도시를 떠나기 전부터 본래 추구하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원에서의 삶을 꿈꾼다. 그런데 막상 먹고살 문제며 교육, 문화와 복지,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혀 좌절하곤 한다. ‘시골 생활’ 하면 곧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편견도 선뜻 도시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 책은 시골 생활을 꿈꾸면서도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로 ‘내가 도시를 떠나서 살 수 있을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시골살이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보리 지음. 아비요. 정가 1만 4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