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역할을 해야 할 새정치연합 486 의원들이 여전히 하청정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초·재선 의원모임인 ‘더 좋은 미래’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은혜 김기식 은수미 의원(왼쪽부터).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책임론은 그동안 쌓은 경륜만큼 ‘당의 허리’로서 기존 정치에 대한 도전과 혁신을 담당해야할 486들이 아직도 하청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재·보궐 선거 패배 후 지난 8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야당, 어디로 가야하는가’ 토론회에서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당의 세대교체가 절실하다”면서도 486 의원들에 대해 “거의 30년째 학생회장을 하고 있을 뿐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젊은 세대가 새정치연합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안철수 현상도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운동권 출신인 한 새정치연합 당직자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젊은피 수혈을 위해 많이 뽑았는데 본인들의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운동권 출신이라는 것에 매몰돼 구태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486들은 운동권 선후배 사이로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계파에 소속돼 있다. 범친노계에 우상호 의원을 중심으로 김경협 김기식 김현 서영교 임수경 의원 등이 있다. 김근태계로는 이인영 의원을 필두로 김승남 박완주 박홍근 유은혜 진성준 의원 등이 꼽힌다. 강기정 오영식 이원욱 최재성 의원 등은 정세균계로 분류된다.
이인영 최재성 의원 등이 지난 2010년 전당대회에 도전했을 당시 486 의원들이 “하청정치를 끝내겠다”고 나서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486은 하청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2013년 3월 486 의원들의 혁신 모임이었던 ‘진보행동’도 해체됐다. 이를 주도했던 우상호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총선 대선을 거치면서 제 역할을 했느냐는 반성과 체제적 동질성만으로 공동의 정치를 할 수 있느냐는 회의가 들었다. 그래서 (해체하면서) 다시 모인다면 공동의 가치와 아젠다를 갖고 만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상호 의원
‘더 좋은 미래’ 소속 한 초선의원은 “486들이 당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내부에서 교통정리 중인데 아직 정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치활동 경력 등으로 봐서 이제 586세대인 그들이 당권을 잡을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486들은 당을 사실상 자기들 당이라고 생각하고 나머지 의원들은 객이라고 여긴다. 객인 의원들을 갖다 쓰고 필요가 없으면 폐기한다. 박영선 의원도 그런 경우다. 486의 역할 부재는 예전부터 지적돼온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486이 단순히 당권을 위해 숨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주류에 쓴 소리도 서슴지 않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상진 뉴코리아정책연구소장은 “김대중 정권 말기에 40대였던 정동영 신기남 천정배 등이 당시 실세였던 권노갑 전 고문에게 2선으로 물러날 것을 요구하면서 당에서 욕을 먹기도 했다”면서 “그들이 혁신을 담당했던 것과 달리 지금의 486들은 주류에 줄을 대며 계파싸움에 치중하고 있다. 야당의 허리들은 당이 어려울 때일수록 당내 고인 물(기득권)을 몰아내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우상호 의원은 “당에서 그룹과 계파가 달라도 486으로 불리는 의원들은 혁신주의자들이다. 당이 변해야한다는 주장도 많이 하고 있고 그런 주장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청정치도 예전에 비해 많이 극복한 것 같다. 486을 20명 정도로 본다면 특정 계파에 연결돼 있는 의원은 서너 명이다. 그 의원들도 보스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486의 문제는 한 부류는 단체장, 한 부류는 특정 계파에 몸담고 있어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같은 목소리로 모두가 결집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고민이 된다”며 “개별인사가 486으로 불릴 수 있지만 지금 서로 세력을 만들어 그중에 하나를 리더로 내세워 전당대회에 내보내느냐 하는 부분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 지금은 당권 도전보다는 정책적 준비를 하고 아젠다를 준비해야할 시기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