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짓>의 한 장면.
다수의 직장인들에게 사내 불륜을 목격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대부분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자세히 물어보니 기혼 남자와 미혼 여자의 불륜이 가장 많았다. 직업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은 A 씨(37)는 “유독 한 여직원만 데리고 다니는 유부남이 있으면 100%다. 해외로 나가면 주변 눈치 볼 것도 없으니 얼마나 좋나. 한 번은 여직원이 유부남 상사의 아이를 임신을 해 회사가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다. 부인까지 회사에 찾아와 난리를 쳤는데 그 여직원은 당당하게 유부남을 사랑한다고 말하더라. 결국 부부는 이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륜인 두 사람이 결혼하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고 말했다.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B 씨(여·28)는 “신혼인 대리급 남자직원이 갓 입사한 여직원과 가깝게 지내더니 날짜를 바꿔가며 같은 날 당직을 서려고 하더라. 그날도 두 사람이 당직이었는데 회사에 두고 온 것이 있어 늦은 시간 사무실을 찾았다. 문을 여는 순간 반쯤 치마를 벗은 채 남자 무릎 위에 앉아 있는 여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놀라서 바로 문을 닫았지만 다음날 상사에게 말했더니 며칠 뒤 여직원이 사표를 내고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났다. 알고 보니 그 여직원은 직전 회사에서도 유부남과 만나다 잘렸던 거였다”고 말했다.
아내와 같은 팀에서 근무하며 후배 여직원과 바람을 피운 간 큰 유부남도 있다. 심지어 10살 연하의 여직원 역시 같은 팀이었는데 이 두 사람은 뻔뻔하게 부인의 얼굴을 마주하며 불륜을 즐겼다. 애처가로 소문난 유부남의 이면에는 아내의 눈을 피해 여직원과 사랑을 나누기 바쁜 진짜 모습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자의 ‘육감’은 무서웠다. 남편의 수상쩍은 행동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자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소문들도 귀에 들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두 사람이 모텔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장을 급습하기에 이르렀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아내는 반라 상태의 두 사람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신상정보를 곁들여 노조게시판에 공개해버렸다. 관리자가 급히 게시물을 삭제하긴 했지만 해당 사진과 글은 급속도로 인터넷에 퍼져 결국 두 사람은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이처럼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불륜사건에 기업도 좌불안석이다. 과거에는 여직원들이 소수라 사내불륜이 드물기도 했거니와 혹 발각이 됐더라도 딱 잡아떼면 그만이었다. 입으로만 퍼지는 소문이니 시간만 흐르면 조용히 사그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시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말뿐만 아니라 성관계를 담은 동영상, 사진, 당사자들의 신상 등이 더해져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들이 떠도는 탓이다.
더욱이 ‘유부남’ ‘미혼 여직원’ ‘불륜’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과 사진까지 더해졌으니 한번 사건이 터지면 인터넷 세상을 점령하는 것도 순식간이다. 기업명만 검색해도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단어들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황당한 상황과 마주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이미지 훼손도 심각하다.
때문에 불륜사건이 터지면 기업들은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게시물 삭제에서부터 사원들 입단속까지 철저하게 시킨다. 물밀듯이 걸려오는 기자들의 확인전화에는 “그런 일 없다” “몰랐다” “개인의 사생활이라 말할 수 없다”며 입을 닫거나 오리발이 불가능할 땐 “모른 척 해 달라”고 감정에 읍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노력도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기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이에 사전에 불미스러운 일을 막고자 하는 기업들도 생겨났다. 아예 여직원들과의 술자리를 금하거나 남녀 단둘이 외근을 나가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불륜이 들통 나면 무조건 퇴사라는 경고는 기본이다.
사내 불륜사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래도 우리 회사는 동영상이 없어 다행이었다. 외부에는 ‘절대 아니다’고 말했지만 결국 당사자들이 회사를 나가면서 마무리됐다. 솔직히 한 번 사고가 터지면 수습은 불가능하다. 사전대책을 마련하라지만 다 큰 어른들의 불장난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 웃으면서 하는 말이지만 낌새가 있는 직원들을 만나면 제발 들키지만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유부남 상사 만나는 이유 매너 좋아 홀딱…호구로 이용도 한때 유부남 상사와 뜨거운 사이였던 한 대기업 여직원의 고백이다. 지금은 관계를 정리하고 각자 부인과 남자친구에게 헌신하고 있지만 말이다. 두 사람은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하루는 자신들의 슬픈 사랑에 펑펑 울기도 하고 또 다른 날엔 이렇게라도 만나 다행이라며 행복해하며 1년 넘도록 관계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현실에 부딪치고 콩깍지가 벗겨지자 여느 커플처럼 이별을 맞이했다. 이렇게 서로가 운명이라고 믿고 밀애를 즐기는 불륜커플이 있는가 하면 의도적으로 접근해 사랑을 이용할 때도 있다. 회사마다 꼭 한 명씩은 있다는 ‘꼴불견 여직원’이 대표적인데 쉽게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순진한 유부남 상사를 유혹하는 것이다. 계획적으로 상사에게 접근해 깊은 관계를 맺으면 이를 빌미로 자신의 업무 전반을 돕게끔 만드는 식이다. 주변사람들은 그 남자가 모두 ‘호구’(어수룩하여 이용해 먹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걸 알지만 정작 본인은 단물이 다 빠져 버려질 때까지 모르다가 혼자 큰 상처를 받고 관계가 끝나고 만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