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의 1막이 내려졌다. 이전과 다르게 이번 공모전은 1차에서 대상(5000만 원), 금상(2000만 원), 우수상(2편, 각 5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입상작 네 작품만 가리고 이후 한 달간 추가 원고를 받아 최종심사를 해 상의 색깔을 가리는 ‘대상 서바이벌’ 방식으로 치러지고 있는데 그 1차 심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유명 만화작가 김수용, 이충호, 이현세 씨와 만화칼럼니스트 서찬휘 씨(왼쪽부터)가 17일 일요신문 회의실에서 열린 본선 1차 심사에 참여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번 만화공모전 응모작은 모두 15편. ‘정치·기업 극화 등 성인 남성들이 즐길 만한 소재’로 한정한 데다, 60페이지 이상 원고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에 전체 응모작은 많지 않았다는 평가다. 제효원 한국만화가협회 사무국장과 서서영·오성수 일요신문 카투니스트, 일요신문 만화공모전팀이 함께 진행한 예심(9월 15일)을 거쳐 수상작의 2배수인 8편이 17일 1차 본심에 올랐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가 심사위원 대표로 집필한 심사총평과 입상자들의 면면, ‘대상 서바이벌’에 임하는 각오 등을 싣는다. 수상작은 <일요신문i>(www.ilyo.co.kr) 만화공모전 코너에서 볼 수 있다.
지난 9월 17일, 제4회 일요신문 만화 공모전의 본선 1차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이전 공모전과 달리 본선을 2차로 나누어 진행하며, 1차를 통과한 네 작품은 일단 수상권에 들어섬과 함께 지면 연재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검증 받기 위한 추가 원고 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따라서 1차 통과작들 사이의 순위는 없고 2차 심사를 통해 최종 순위가 결정되는 점을 밝혀 둡니다. 1차 통과 작품은 <레슬러들> <벌레는 찌르찌르> <서른 즈음에> <적벽에 달리다>(가나다순)입니다.
먼저 대중적 인기를 잃은 국내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몇 안 되는 무대와 냉랭한 현실의 한계 속에서 레슬러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이들을 그린 <레슬러들>은 대체로 그림과 연출, 전개 흐름과 재미 면에서 심사위원들의 고른 호평을 받았으며 작가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사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김광석의 노래 제목을 떠올리게 하는 <서른 즈음에>는 2000년경 서른을 막 지나던 청춘들의 궁상맞으면서도 각자에겐 치열했을 삶의 풍경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지면에 어울리는 에피소드형 구성과 재미를 갖춘 일상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적벽에 달리다>는 어마어마한 작화력과 세밀한 연출이 단숨에 시선을 잡아끌었는데, 한 가닥 로프에 매달려 고층 건물의 유리창을 닦는 로프공들을 소재로 사회 계층 구조를 건드리는 발상이 돋보였습니다.
<서른 즈음에>와 <적벽에 달리다>는 양쪽에 상반된 지적을 했습니다. <서른 즈음에>가 그림, 연출, 스토리 등 구성요소 전반에 걸쳐 조금씩 더 힘을 주면서 핵심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 <적벽에 달리다>는 압도적인 작화력에 편중된 모습이 되레 빠르고 꾸준한 연재를 하는 데에 지연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염려해 힘을 빼고 전반적으로 고르게 능력을 안배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옥고를 보내주신 모든 응모자분들께 감사 말씀을, 그리고 1차 통과작을 그리신 작가들께 모두 축하 말씀을 전하며, 네 작품의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한 달 뒤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정리=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