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익은 빙그레 ‘투게더’의 CM송이다. 투게더와 함께 ‘항아리 바나나(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별칭)’, ‘요플레’, ‘메로나’ 등은 모두 빙그레의 인기 제품이다. 빙그레의 제품들은 광고와 홍보를 통해 가족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빙그레의 ‘진짜 가족’인 노동자들은 빙그레 본사 앞에서 180일이 넘도록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뿌리 깊은 하청 문제가 끼어 있었다.
빙그레의 자회사 KNL물류에서 해고된 직원 등이 빙그레 본사 앞에서 180일이 넘도록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KNL물류는 빙그레의 물류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다. 지난 1989년 설립(당시 사명 선일물류)한 KNL물류는 빙그레 최대주주인 김호연 전 회장의 세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동환 씨(31)가 33.4%의 지분을 보유해 대주주로 있고 나머지를 장녀인 정화 씨(30)와 차남 동만 씨(27)가 각각 33.3%씩 나눠 갖고 있다.
김호연 전 회장의 삼남매가 100% 지분을 보유한 KNL물류는 빙그레의 일감을 받아 탄탄대로를 달렸다. 일감 몰아주기는 한때 90%에 달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 이후에 KNL물류 비중을 줄여 현재는 그 비중을 50% 이하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1998년 빙그레에서 물류를 담당했던 직원들은 KNL물류로 적을 옮길 것을 요구 받았다. 빙그레에서 25년 이상 근무했다는 노동자들은 “하는 일은 빙그레 소속일 때와 똑같았지만 KNL물류로 옮기면서 임금이나 상여금에서 손해를 보는 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빙그레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02년 KNL물류가 소사장제를 도입한 것. 소사장제는 제조업 공장에서 쓰이는 일종의 하청, 도급 방식이다. 사업장 내에 근무하던 노동자가 생산라인의 일부를 맡는 소사장(책임자)이 되고 모기업은 소사장에게 생산 현장을 맡기며 작업장과 생산설비 등을 임대해준다. KNL물류에 소사장제가 도입되자 이번에는 KNL물류 직원이 사직서를 내고 소사장제인 이천물류로 이동한다.
그리고 2013년 KNL물류는 소사장제 아래 있던 물류 노동자에게 인력파견업체로 가라는 재하청 제안을 했다. 그러자 KNL물류 직원 중 일부 직원들이 반발했고 회사는 이들을 해고했다. 해고된 KNL물류 직원들이 고용노동부에 사건을 의뢰했고 노동부는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KNL물류는 이 판단에 불복하고 법정으로 사건을 끌고 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정찬무 조직국장은 “노동부가 6개월이나 걸려 내놓은 사건처리결과에 대해 KNL물류 측은 불성실, 불충분하며 문제의 소지가 매우 크다고 했다. 노동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월권에 의한 불법적 판단이라고 규정한 것은 매우 오만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빙그레 관계자는 “KNL물류 건은 아직 재판 중이어서 아직 입장을 밝히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재판 결과가 나오면 판결을 존중해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NL물류 해고 노동자들의 강경 투쟁이 지속되는 이유는 또 있다. 노동자들은 “지난 2월 빙그레 남양주공장에서 암모니아 가스 폭발사고로 소사장제에 있던 동료 노동자가 죽었다”며 “정규직은 모두 대피 명령을 받았는데 하청 노동자들은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대피에 있어 KNL물류가 큰 실수를 한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일부러 대피 지시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KNL물류의 무리한 재하청 추진의 배경에 기업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세제혜택을 꼽기도 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KNL 인사총무팀장이 직접 중소기업 세제혜택을 보는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빙그레 관계자는 “기업 경영 측면에서 여러 노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세제혜택은 절대 아니다”라며 “소사장제가 생산 라인을 전문화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반박했다.
정찬무 국장은 “김호연 전 회장이 국회의원 시절에는 ‘국민행복캠프’에서 일을 맡고, 상생을 화두로 던졌는데 지금 이곳에 상생은 없다”며 “대주주인 김 전 회장이 평소 지론만 실천하면 쉽게 풀릴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빙그레 최대주주 김호연 전 회장은 김구 선생 손녀사위… 박 대통령과는 선후배 빙그레 최대주주는 김호연 전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친동생. 빙그레는 한화그룹의 자회사였다가 1998년 계열분리됐다. 현재 빙그레의 지분 구성은 김 전 회장이 33.53%, 김 전 회장의 부인 김미 씨가 1.35%, 재단법인 김구재단이 2.03%, KNL물류가 1.7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김호연 전 회장 빙그레 대주주인 김 전 회장은 지난 2008년 18대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18대 총선에서는 낙선해 첫 번째 고배를 마신 그는 지난 2010년 충남 천안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영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해 두 번째 고배를 마셨다. 김 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박 대통령과 장충초등학교, 서강대학교 4년 선후배지간이다. 지난 2012년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경선에 나설 때 박 대통령 경선캠프인 ‘국민행복캠프’ 총괄부본부장을 역임했고, 대선에서는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을 맡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3월 14일 빙그레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돼 회사로 돌아왔다. 업계에서는 김 전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를 전망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김호연 전 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됐지만 어떤 역할을 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