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협력업체 팍스콘의 중국 선전 공장 근로자 중 13명이 백혈병에 걸려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펭홍안(20)이 처음 선전에 위치한 팍스콘 공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2월이었다. 처음 1개월 동안 물품창고에서 일했던 그는 각종 재료들과 화학물질들을 생산 근로자들에게 분배하는 일을 맡았다. 당시 그가 착용했던 보호장비들은 일회용 비닐장갑과 마스크가 전부였으며, 그의 상사는 “여기서 다루는 화학물질은 모두 안전한 것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그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일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인 6월의 어느 날, 갑자기 코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코피는 멈출 줄을 몰랐고, 결국 그는 동료 근로자들의 부축을 받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담당 의사로부터 전해들은 말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진단 결과는 다름 아닌 ‘백혈병’이었다.
건강했던 20세 아들이 갑자기 4개월 만에 희귀암에 걸렸다는 데 충격을 받은 부모는 곧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아들을 돌보는 데 전념을 다했다. 병원에 입원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공장 측 대변인이 병원으로 그를 찾아왔다. 펭의 부모는 “그들은 처음에는 아들의 상태가 어떤지 보러 왔었다. 그리고 두 번째 찾아왔을 때는 ‘병원비로 사용하라’면서 2만 1000위안(약 300만 원)을 주고 갔다. 그리고 다시는 오지 않았다. 아들이 공장 측으로부터 받은 돈은 그것이 전부였다”라고 말했다.
발병한 지 3개월 만인 9월 펭은 공장에서 해고됐으며, 그로부터 두 달 후인 11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이 공장 측의 잘못이라고 믿고 있었던 부모는 선전 지방정부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팍스콘의 근로환경은 정부 요구조건을 부합시킬 만큼 청결하다”라는 것이 전부였다.
또 다른 백혈병 환자인 이롱의 경우를 보자. 22세이던 지난 2010년 팍스콘 공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던 이롱은 현재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월 1500위안(약 25만 원)가량의 임금을 받고 일했던 이롱이 처음 맡았던 일은 공장의 기계들을 청소하는 것이었다. 당시 그는 자신이 사용하는 세정제가 어떤 성분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후 1~2개월마다 자리를 바꿔 일하던 그가 갑자기 잇몸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했던 것은 마침 제품 생산라인으로 자리를 옮겨 일하고 있을 때였다. 출혈이 멈추지 않자 곧장 병원을 찾았던 그는 의사로부터 이름도 낯선 희귀한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백혈병이었다.
이롱의 담당의사는 팍스콘 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발병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팍스콘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2010년 한 해에만 선전 공장에서 7~8명이 백혈병에 걸렸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선전 공장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은 근로자들은 2010년 이후 모두 열세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며, 대부분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의 생산라인에서 근무했거나 또는 근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백혈병으로 숨진 근로자 펭홍안.
생산공장에서 벤젠과 노멀헥산으로 인한 백혈병 환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달 애플이 이 두 가지 화학물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한 후부터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애플의 이런 금지 조치는 올초 중국의 노동권익보호단체인 ‘중국노동감시’와 미국의 환경단체인 ‘그린 아메리카’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벤젠과 노멀헥산 사용이 문제시 되고 있는 곳은 사실 애플 생산공장뿐만은 아니다. 삼성반도체, IBM 등 여타 반도체 생산 공장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편 선전에 위치한 대만 회사인 팍스콘의 공장에서는 매주 200만 대의 아이폰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곳에서 일하기 위해 중국 전역에서 이주해온 근로자들은 현재 23만 명에 달하고 있다.
<데일리메일>의 이번 보도에 대해 팍스콘 측은 “단지 추측성 기사에 불과하다”며 강력 항의하고 있는 상태. 팍스콘의 대변인은 “우리는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근무환경과 공장 관리를 하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벤젠과 노멀헥산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선전 공장의 백혈병 발병률은 중국 내 다른 공장에서의 백혈병 발병률보다 현저히 낮다”라고도 주장했다.
현재 애플 측은 백혈병 환자 발생 소식을 접한 즉시 생산공장의 근무 환경에 대한 조사를 실시토록 한 상태다. 협력업체 수석책임자인 재키 헤인스는 “애플은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는 한편, “앞으로 팍스콘과 함께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개월 동안 22개 생산공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던 애플은 당시 “중국 내 50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위험 물질에 노출되어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극소수의 공장에서 벤젠이나 노멀헥산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극히 미량이었다”라고 덧붙였었다.
한편 노동보호단체인 ‘레이버액션 차이나’의 수키청은 “선전공장의 백혈병 환자 열세 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보다 훨씬 많은 팍스콘 공장 근로자들이 백혈병에 걸렸다”라고 주장하면서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