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그의 전술적 탁월함은 한니발과 스키피오에 버금갔고 책략가로서의 그는 알렉산더, 카이사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의 이빨을 본 수많은 타국의 명장들이 뼛속까지 겁에 질렸다. 여기서 ‘그’는 바로 칭기즈칸의 장군 수부타이다.
최근 영국 BBC에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세계사 100대 명장을 꼽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놀랍게도 그 이름조차 생소한 수부타이가 1위를 차지했다.
<징기스칸의 위대한 장군, 수부타이>는 수부타이의 일대기와 더불어 그의 전술 및 지략까지 세세히 다루고 있다. 수부타이에게서 비롯된 몽골의 전술은 중앙아시아로, 소련으로, 독일로 흘러들어갔다. 독일의 진격전, 소련의 공중 전투지원에도 수부타이의 지략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그의 활약상은 마치 적벽대전을 앞두고 주유와 제갈량, 조조가 벌이는 머리싸움을 보는 듯하다.
그는 초원에 사는 소년들처럼 어려서부터 말 타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활 쏘는 법 또한 익히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훗날 몽골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장수가 되었다. 이슬람 연대기 작가들에 따르면 수부타이는 73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32개 민족을 정복했고 65회의 대격전에서 승리했다고 한다.
수부타이는 칸의 천막을 지키는 초라한 사병에서 출발해 장수가 됐다. 칭기즈칸 사후 수부타이는 고려와 금나라, 페르시아, 러시아 정벌을 계획하고 거의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수부타이는 헝가리를 정복하면서 몽골과 유럽의 문턱 사이에 있는 주요 군대들은 전멸시켰다. 만약 수부타이가 없었다면 몽골의 세계 정복이라는 대사건은 역사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다. 대칸의 사망으로 전쟁이 멈추지 않았다면 수부타이는 틀림없이 유럽 전체를 제패했을 것이다.
수부타이가 남긴 유산은 현대 군사작전 이론과 실전에 지속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오늘날 강조하는 속도, 기동력, 기습, 포위공격, 후방전투, 화력 집중, 섬멸전 등은 모두 이 위대한 몽골 장수가 처음으로 실행한 전술들에서 탄생한 것이다.
수부타이는 68세에 오랜 전쟁을 치르고 돌아와 73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약점이 없는 군인’ ‘신의와 불변의 장수’ 등의 평가를 받으며 남은 생을 조용히 마쳤다.
이슬람 사람들은 그를 ‘조용하고 탐욕스러우며 무자비한’ 인물로 평가했던 반면, 러시아인들은 ‘극도로 훈련된’ 인물로 평가했다. 중국인들은 그를 대단히 존경했다. 이렇듯 적들마저도 높이 평가했던 수부타이의 이야기가 이 책을 통해 흥미진지하게 펼쳐진다.
리처드 A. 가브리엘 지음. 박리라 옮김. 글항아리. 정가 1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