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원의 행방에 대해 김광수 대표는 “뮤비 출연료로 지급했을 뿐”이라며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요신문 DB
지난해 10월 김광진 전 회장 측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신의 아들 김종욱의 가수 데뷔 활동비 및 홍보비 명목으로 써 달라며 건넨 32억 원 가운데 일부를 김 대표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 진정서를 접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대표가 32억 원 중 약 20억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의혹(사기 혐의)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아들 종욱 씨(32·가수)의 연예 활동비 지원 명목으로 지난 2007년 1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25개월 동안 252차례에 걸쳐 자신의 고교 후배를 내세워 설립한 수도권 부동산 개발업체 H 사를 통해 32억 원을 김 대표 측에 전달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불법 대출 사건 등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자 이 과정에서 H 사 대표 박 아무개 씨를 통해 김 대표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는 소위 물귀신 작전(?)을 펼치면서 김 대표도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불법 대출 혐의로 김 전 회장을 재판에 넘겼고 김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검찰은 김 대표 및 주변 인물뿐만 아니라 코어콘텐츠미디어 등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 및 입출금 내역 등을 통해 관련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이 김 대표에게 돈을 건넨 시점은 김 대표가 엠넷미디어(현 CJ E&M)에서 제작이사로 일하고 있을 때였고,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사적으로 유용한 돈이 CJ 쪽에도 흘러갔으며 이와 관련해 검찰에서 입출금 내역 등 계좌추적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CJ E&M 측에 소속 연예인을 키워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H 사에서 받은 자금을 H 씨 등 일부 연예인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검은 돈을 관리하면서 소속사 연예인들의 방송출연과 관련한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일부 연예인 명의의 계좌를 동원해 자금을 보관하거나 송금한 정황을 잡고 이 같은 방식을 통해 관리된 자금의 성격과 최종사용처에 대해 집중 추적중이다.
김광수 대표가 이끌고 있는 코어콘텐츠미디어 홈피.
김 대표는 CJ와 2000년대 후반 손을 잡았던 사업 파트너였으나 지난 2011년 완전히 결별했고, CJ의 자회사였던 코어콘텐츠미디어도 CJ에서 완전히 분리됐다. 이에 대해 CJ E&M 관계자는 “검찰에서 한 일간지의 최초 보도가 있은 다음 날 바로 우리 측에 대한 계좌추적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혹시나 해서 과거 김광수 씨와 CJ E&M, 코어콘텐츠미디어와 CJ E&M간 거래 내역을 다 살펴봤는데 문제될 만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김 대표가 김 전 회장 측으로부터 건네받은 자금 중 일부를 유명 탤런트 H 씨 등 다른 사람 명의 계좌로 옮겨 놓는 등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검찰이 H 씨를 소환할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검찰은 김 대표가 H 씨 명의 통장을 거쳐 다른 제3의 인물로까지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좌추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장영섭 부장검사는 “김광수 대표에 대한 진정사건은 김 대표가 돈을 받아 다른 곳에 썼다는 내용에 대해서 들여다보는 것이기 때문에 H 씨나 CJ 측 사람들을 계좌 추적 대상에 두고 있는 게 아니다. H 씨의 경우 아직까지 소환 계획 자체가 없다. 김 대표에 대해서도 기소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소환 일정도 안 잡혀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광장 이종석 변호사를 통해 검찰수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H 기획사의 요청으로 H 기획사에 소속된 가수 K의 정규앨범 2장과 싱글앨범 1장을 제작했고 이 과정에서 뮤직비디오 5편을 촬영했다”며 “뮤직비디오 중 하나는 24분짜리 대작이고 모든 뮤직 비디오에는 당시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으며 작곡가, 뮤직비디오 감독 등은 모두 최정상급이었다. 앨범 작사, 작곡, 녹음진행, 촬영비 등 위 앨범 및 뮤직비디오 제작에 필요한 제작비는 H 기획사로부터 지급받았고 해당 금원은 모두 배우 출연료 등 제작비로 정상적 지급됐음을 알려 드린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의 혐의가 사실로 입증될 경우 연예계는 적지 않은 크기의 풍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연예계에서 광폭 인맥을 자랑하는 인물로 가요, 드라마, 영화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연예매체 기자는 “김 대표는 연예계의 막후 실력자라고 볼 수 있다. 어떤 곳이든 선이 안 닿은 데가 없을 정도다. 과거에 한 인기 걸그룹이 내분이 생겨 해체설이 났을 때도 이를 중재해 해체를 막은 인물이 김 대표다. 김 대표가 20억 원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결국 그 돈을 받은 방송국 PD 등 연예계 전체로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 다만 H 씨는 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H 씨는 단순히 계좌만 빌려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김광진 전 회장은 현재 회사 지분 0.1% 정도를 갖고 있으나 회사 내에서 경영권은 물론 어떠한 직위도 없는 분이고 김광수 대표와의 돈거래도 그 분 개인적으로 진행한 일이라 회사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