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2014년도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러시아, 호주, 브라질, 터키 등에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개최되거나 진행 중인 국외 전시 7건의 전시 비용을 국립중앙박물관이 거의 전액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이 기간 동안 부담한 전시 비용은 모두 23억 3500만 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외 전시에서 국내외 운송비, 항공 운송비, 보험 등 전시 비용을 부담한 반면 해당 국가 기관은 전시실 조성, 홍보, 도록발간 등의 비용을 부담했다.
특히 지난해 국보83호 금동반가사유상을 비롯해 국보 10점, 보물 14점 등 132점의 문화재를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으로 대량 반출하는 논란을 빚어가면서까지 강행한 ‘황금의 나라 신라’전에서 미국 측은 전시실 조성 비용, 호송관 여비, 도록 제작비 등 일부 비용을 부담했을 뿐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내외 운송비, 항공 운송비, 보험료 등으로 2억 9000만 원을 떠안았다.
또한 ‘황금의 나라 신라’전을 개최한 미국 메트로폴리탄 측은 비용을 밝히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어 국립중앙박물관은 메트로폴리탄 측이 전시 비용을 얼마나 썼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세계 3대 박물관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진행된 전시가 호평일색이었다고 언론매체를 통해 홍보에 열을 올렸는데 정작 우리 국보급 문화재를 대거 반출하면서 비용의 상당액을 우리가 부담했으나 상대측은 얼마나 부담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굴욕전시였던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메트로폴리탄 ‘황금의 나라 신라’전은 우리 측이 먼저 전시를 제안한 일종의 공동 전시로 비용을 일부 부담하게 됐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의 해외전시 중 상당수가 우리측이 먼저 제안한 전시라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진후 의원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데 공감하지만 한번 유실되거나 분실되면 되찾을 수 없는 우리 국보급 문화재를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국외로 반출 전시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쉽게 납득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의 높아진 국격 수준에 맞게 해외 기관과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문화교류가 이뤄져야하며 국보급 문화재의 무분별한 해외 반출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