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은 게장을 좋아한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백반을 즐긴다고.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리고 자주 가는 단골 음식점도 권력의 변화가 느껴지는 듯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즐겨 찾았던 ‘수정’ ‘향원’ 등 고급 한정식 집이 퇴조하고 칼국수집이나 스파게티 전문점, 심지어 기사식당을 단골로 삼고 있는 의원도 있었다.
의원들의 입맛도 변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복잡한 정치 성향만큼이나 의원들의 기호도 다양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부분 전통 한식을 선호했고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스파게티 등 서양음식도 즐겨 찾는다고 밝혔다. 17대 의원들의 ‘입맛’과 단골 음식점을 소개해 본다.
먼저 열린우리당을 보자. 강서구가 지역구인 신기남 당 의장은 화곡동에 있는 ‘버드나무집’이 단골이라고 한다. 신 의장은 돌솥밥과 게장을 즐겨 먹는데 의장에 취임한 뒤부터는 발길이 뜸하다는 게 식당측 이야기.
참여정부 2대 총리로 지명된 이해찬 의원은 국회 앞에 있는 일식집 ‘거해’를 즐겨 찾는다. 20년 역사의 전통 일식집인 거해는 싱싱한 횟감을 산지에서 갓 잡아 손님들에게 내놓아 인기가 높다. 재미있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도 이 집을 예전부터 즐겨 찾았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효자동 삼계탕 ‘토속촌’과 여의도 거해 횟집이 단골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 시절 “피곤할 땐 생선이 몸에 좋다”며 당직자들을 데리고 바로 옆에 있는 이곳 거해로 자주 데려갔다고 한다. 노 대통령과 이 총리후보의 ‘입맛’이 비슷하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참여정부 2기의 대통령-총리로 다시 만나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게 된 것 같다.
김근태 의원은 종로구 재동에 있는 퓨전 한정식집 ‘달개비’와 도봉구 창동역 근처 ‘아바이 왕순대’의 열렬 팬이다. 김 의원은 절대로 과식을 하지 않고 외국음식보다는 늘 한식을 고집한다. 그가 ‘달개비’를 즐겨 찾는 까닭은 물론 음식 맛과 그 분위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 음식이 어머니가 해 주던 음식처럼 옛 맛이 배어난다고 한다. 또한 한정식처럼 한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순서대로 조금씩 나오기 때문에 배가 부르면 그만 시켜도 된다. 음식 남기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그의 깔끔한 성격과도 일치하는 셈. 도봉구 창동역 근처에 있는 ‘아바이 왕순대’는 김 의원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다. 김 의원은 이 집 순대 맛을 두고 ‘나와 잃어버린 고향을 연결해주는 끈’이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곳은 그의 철학이 담긴 음식점이다.
▲ 유시민 의원이 단골인 전주집. 김원웅 의원은 국회 의원식당파. | ||
김한길 의원은 서울 염리동의 평양냉면 전문집 ‘을밀대’의 단골이다. 지난 2000년 장관(문화부)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공식 방문했을 때 처음 먹어 본 평양냉면의 맛을 지금까지 잊지 못한다고 한다. 이 집 평양냉면은 면이 특이해 매주 한번 이상 먹지 않으면 금단현상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한편 김원웅 의원은 국회 구내식당을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국회 본관 2층에 있는 의원식당의 경우 저렴하고 맛도 깔끔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당 의장 비서실장인 김부겸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직원식당 마니아다. 이곳은 국회 구내식당보다도 값이 훨씬 싸기 때문에 보좌관 여러 명에게 한턱 크게 내도 전혀 부담이 없다는 게 장점. 그리고 기자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는 단골인 여의도 ‘율도’를 자주 찾는다. 김 의원은 “옛날 통추 시절 돈이 없어도 맘 좋은 사장님이 외상을 눈감아 주곤 했다. 그때는 돈도 없어 참 어려운 시절이라 이곳 신세를 많이 졌다. 그래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난 뒤 은혜를 갚기 위해서 모임이 있으면 주로 이곳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유시민 의원은 국회 바로 앞 금산빌딩에 있는 ‘전주집’이 단골이다. 콩나물 해장국과 김치전골 딱 두 가지만 파는데 언제나 초만원이다.
복기왕 의원은 매우 서민적인 경우. 지역구 충남 아산에 있는 ‘대웅 기사식당’을 시간 나면 찾는다고 하는데 주 고객은 택시기사들이나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복 의원은 “4천원짜리 김치찌개가 일품이다. 밑반찬도 많이 나와 점심 때는 줄을 서야할 정도다. 고급 식당에서 점잖 빼면서 먹는 것보다 옆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먹는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밖에 의원들의 입맛도 각양각색이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청국장 회덮밥 낙지볶음에 통감자까지 좋아하는 음식이 많은 편. 반면 김혁규 의원은 ‘국수’라고만 간단하게 답했다. 김성곤 의원의 경우 ‘생선초밥과 패스트푸드 그리고 5천원짜리 갈비탕을 좋아한다’고 말해 다양한 기호를 자랑했다. 노웅래 안병엽 의원 등은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다”고 말했다. 비례대표인 장복심 의원은 “외식을 좋아하지 않아 특별히 찾는 음식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호는 열린우리당보다 대체로 평이했다. 먼저 당 대표의 입맛부터가 전혀 까다롭지 않다. 박근혜 대표는 소박한 음식을 즐기고 단골 음식점도 따로 없단다. 김인성 수행부장은 “박 대표는 한식 중에서도 저렴한 백반을 즐긴다. 중식도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식은 소화가 안 된다고 해서 요즘은 피하는 편이다. 단골 음식점은 없고 참석 인원에 따라 가는 식당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강서구에 있는 ‘충무호동복집’을 자주 간다. 진영 대표 비서실장의 경우 지역구의 유명한 드럼통 숯불구이 선술집인 ‘평양집’ 마니아다. 용산 삼각지에 있는 이곳은 차돌백이와 양곱창이 주메뉴인데 다소 비싼 가격에도 시큼하면서 매콤한 간장 소스에 중독된 사람이 있을 만큼 맛이 뛰어나다. 식당 관계자는 “진영 의원은 한 달에 2~3차례 정도 다녀가곤 했다.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난 뒤 바쁜 와중에도 우리집 맛을 잊지 못해 요즘에도 자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다선 의원 중에는 ‘청국장파’들이 많다. 이들은 청국장 음식점 중에서 여의도 역 근처에 있는 ‘삼보청국장’을 첫 손가락으로 꼽는다. 이강두 정책위 의장을 비롯해 이상득 정의화 김광원 의원 등이 이 집의 청국장 맛에 반해 요즘도 자주 들른다. 특히 정의화 의원은 “가족들은 지역구인 부산에 있고 나만 서울에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이다. 입맛이 없을 때나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 이 집 청국장을 먹으면 힘이 나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권철현 의원은 스시 전문점 ‘동해도’의 팬이다. 이 집은 전통 초밥과 아메리칸롤 초밥을 실은 범선이 물 위를 빙빙 도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다다미 룸이 많아 은밀한 얘기를 나누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 이강두 의원이 찾는 삼보청국장. 홍준표 의원은 유가원 단골. | ||
그리고 국회 앞 금산빌딩 지하의 한식집 ‘유가원’ 팬들도 많다.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 중진그룹은 오래 전부터 이 집 단골이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라 기자들에게 밥을 살 때면 으레 이곳이 지정식당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재오 김문수 의원이나 나나 모두 가난한 의원들 아닌가. 이곳은 서비스도 좋고 음식값도 싸기 때문에 외부인 접대하기에 그만이다”고 밝혔다. 박혁규 의원도 ‘유가원’을 단골식당으로 꼽았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사무처 직원들이 자주 가는 곳으로 중국음식점 ‘외백’도 있다. 홍문표 의원도 여기를 단골로 친다. 한편 심재철 의원은 여의도 국민일보사에 있는 ‘제니 스파게티’에서 이탈리아 음식을 즐긴다. 국민일보 건물에 있는 일식집 ‘화단’은 황우여 의원이 자주 찾는다.
그리고 서대문구가 지역구인 정두언 의원은 이화여대 앞에 있는 ‘스시갤러리’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이곳은 정통 스시점이 아니라 스시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스타일의 스시를 개발하는 등 퓨전풍의 음식점이다. 이 식당 관계자는 “정 의원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재직할 때 우리 집에 자주 왔었다. 의원이 되고 난 뒤부터는 발길이 뜸한 편인데 이곳의 젊은 분위기를 좋아해 자주 왔었다”라고 말했다.
한선교 대변인은 청담동에 있는 ‘담소원’(한정식) 단골이다. 한 대변인은 “이곳은 최근 몇 년 간 강남 식당가를 휩쓸고 있는 퓨전 바람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맛을 보여주기 때문에 즐겨 찾는다. 잘 소개해 달라”며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역시 아나운서 출신인 이계진 의원은 한식부터 양식까지 다양하게 즐기는 편이다. 서울 목동에 있는 ‘개성집’(만두)이 단골이다. 나경원 의원도 동부이촌동에 있는 만두집 ‘갯마을’을 자주 간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주로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한국의 고유 음식을 즐긴다고 한다. 하지만 김충환 의원은 칼국수 외에 자장면과 바나나를 좋아한다고 해 눈길을 끈다. 권오을 의원은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먹는데, 특히 ‘보신탕’ 예찬론자로 잘 알려져 있다. 권 의원은 “한때 보신탕을 너무 즐긴 나머지 몸에 열이 나서 반점이 생긴 적도 있었다. 그럴 때는 먹는 것을 줄이기도 했지만 한국 최고의 보양식인 보신탕을 꼭 추천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원들 중 박재완 의원은 생선매운탕 된장찌개 김치찌개 황태구이 어묵 떡볶이 등 좋아하는 메뉴가 많았다. 고경화 의원은 아구찜을 좋아해 근처 동네식당에 수시로 간다고. 배일도 의원은 “삼겹살에 소주”가 제일이란다.
하지만 원희룡 박종근 의원 등은 “좋아하는 음식이 없다”고 밝혔고 남경필 황진하 의원 등은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스타일이다.
한편 자민련의 이인제 의원은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과 마찬가지로 국회 앞에 있는 ‘전주집’ 단골이다. 그리고 정몽준 의원은 청진동에 있는 해장국집이나 인사동의 토속음식점인 ‘툇마루’의 오래된 고객이다.
한편 민주노동당 의원들 대부분은 좋아하는 음식이나 식당이 없다고 밝혀 다른 의원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권영길 의원은 된장찌개와 젓갈을, 단병호 의원이 된장찌개 생선구이를 좋아한다고 밝혔을 뿐 심상정 이영순 천영세 최순영 강기갑 현애자 노회찬 의원 등은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나 식당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동당 의원들 중 가장 막내인 조승수 의원은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