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원전은 새누리당 텃밭인 경북 경주, 울진과 부산 지역에 밀집해 있다. 부산 기장 지역에는 30년간 가동된 고리원전 1호기부터 2·3·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가동 중이고 경북 경주시에는 월성 1·2·3·4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있다. 경북 울진군에도 한울 1·2·3·4·5·6호기가 있다. 특히 고리원전 1호기와 월성 1호기는 이미 30년간 가동해 노후화됐다. 고리원전 1호기는 2017년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했고 월성1호기는 현재 운영을 중단하고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던 새누리당에서도 공개적으로 원전 문제에 대한 발언이 나오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 당선된 새누리당 소속 서병수 부산시장은 고리원전 1호기를 설계수명이 끝나는 오는 2017년에 폐쇄하고 원전 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부산 해운대·기장이 지역구인 배덕광 의원도 고리원전 1호기와 관련해 원자력안전법 개정안과 원전폐로사업 육성을 위한 법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전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원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당에서는 국책사업인 원전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지난 8월 25일 고리원전 2호기가 침수 피해로 가동이 중단돼 고리원전 폐쇄 문제가 제기되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현장에 가 본 결과 큰 문제가 없었다”며 논란을 잠재웠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하게 원전 폐쇄 요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들의 생각이다. 앞으로 원전이 들어서게 돼 지역 갈등을 겪고 있는 한 초선의원은 “주민들이 원하는 지역에 세워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원자력안전법 등의 활동에 대해서는 “아직 당내 의원들 간에 발의 움직임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송전탑 건설로 9년째 갈등을 겪고 있는 밀양은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의 지역구다. 조 의원도 2009년 밀양시와 송전탑 현장의 벌목 작업 중단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내왔지만 강경한 반대보다는 주민들과 합의를 먼저하고 사업을 진행하자는 중재적 입장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주요 국책 사업이 새누리당 지역구에 모여 있어 의원들 속앓이가 심하다. 밀양의 조해진 의원도 송전탑 문제에 강경하게 나서지 못하고 애매한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세월호 참사 대책으로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해경 해체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해양경찰이 있는 지역은 해경 가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중국 어선 등과 관련한 치안 문제에 민감한 어민들이 주를 이뤄 지역 민심이 악화될 여지가 있다. 서해에 완도·목포·군산·보령·태안·평택, 동해에 속초·동해·포항, 남해에는 여수·통영·창원·부산·울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강원도 지역인 동해와 영남 지역인 남해에 대부분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들이 포진해있어 벌써부터 새누리당 의원들의 해경 해체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24일 포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은 여당 의원 최초로 해경 해체를 반대하는 발언을 해 화제를 모았다. 이 의원은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일시적으로 (세월호 참사로) 국민의 분노를 샀다고 해양주권을 지키는 기관을 하루아침에 없애는 것은 사려 깊지 못한 결정이라 국민이 의구심을 가질 여지가 있다”며 정부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내 일각에서 해경 해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지만 정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해경의 수사·정보 기능을 경찰청으로, 해양에서의 경비·안전 및 오염방제 기능을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이관한 후 해경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정부안을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한 언론에서 해경을 해체하지 않고 기능을 축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지난 8월 18일 새누리당 이장우 원내대변인도 “기존의 정부가 제출한 정부조직법의 핵심 내용이 그대로 변함이 없다는 것이 당의 공식입장”이라며 못 박았다.
하지만 지역구에서 정책 갈등을 겪고 있는 의원들이 다음 총선이 가까워질 때 일제히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다음 총선은 대선 1년을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라 박근혜 정권에 힘이 빠지는 시기다. 정부의 영향력이 공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지역구 표심을 위해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던 국책 사업 반대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