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폭행 사건’에 휘말린 김병권 전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왼쪽)이 9월 19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연합뉴스
한창 손님이 많은 시각에 30분을 기다려야 했던 이 씨는 김 의원이 나오자 “안산까지 못 가겠다”고 말하며 차 열쇠를 건넸다. 이 씨는 사건 직후 대리운전기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국회의원이란 분이 명함을 줬다. 국회의원이 뭔데 대리기사가 굽실거려야 하느냐고 따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당시 현장 목격자는 이 씨가 그냥 가려 하자 김 의원이 “너 어디가, 거기 안서? 그 몇 분도 못 기다려?”라며 반말로 모욕을 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의원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반말은 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행과 이 씨 사이에 시비가 붙었고, 현장 주변을 지나가던 목격자인 노 아무개 씨(36)가 폭행 현장을 보고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면서 싸움은 일단락됐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경찰서로 동행을 요구했으나 유족들과 김 의원이 거부해 대리기사 이 씨와 목격자들만 새벽 5시까지 조사한 후 귀가시켰다.
이날 폭행으로 이 씨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고, 행인 두 명은 타박상 등의 경상을 입었다. 김 전 위원장은 왼팔에 깁스를 하고,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은 입 주변이 다치고 이가 부러지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지금까지 조사에서 김 전 위원장은 이 씨를 폭행하던 중 뒤로 넘어지면서 팔 부상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일 김 의원의 행동을 둘러싼 진술도 엇갈린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 의원은 “통화 중이라 폭행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목격자 이 아무개 씨는 경찰에 “김 의원이 ‘명함 뺏어’라고 소리쳤고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며 폭행으로 번졌다”고 진술했다. 또 김 의원이 이 씨의 상의를 붙잡으며 폭행에 가담했다는 진술과 함께 “당신 휴대폰도 흉기야. 치워”라며 대리기사 이 씨에게 반말을 한 정황도 포착됐다. 현재 대리기사 측 변호인은 김 의원도 피의자로 입건해달라고 요청했다.
김현 의원은 대리기사에 사과했지만 ‘반말 논란’은 부인했다. 이종현 기자
수차례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던 김 의원은 지난 23일 사전 연락도 없이 수행원과 변호사를 데리고 경찰서에 출석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국민과 유가족 여러분께, 대리기사님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반말 등을 했다는 점은 사실이 아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26일 “비록 김 의원이 직접 폭행을 행하지 않았더라도 폭언을 수차례 반복해 집단폭행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최소한 방조범의 죄책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CCTV(폐쇄회로)와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해 관계자들을 대질신문하며 사실관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김병권 전 위원장은 폭행 사실을 전부 인정하면서 “대리기사와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은 “행인 한 명에게 맞았다”며 쌍방 폭행을 주장하고 있다. 또 이 전 간사 등 두 명은 폭행 사실을 일부 또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수사를 맡은 영등포경찰서는 이들의 일방폭행 혐의가 거의 확인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 전 간사는 다툼이 끝난 후 현장에 나타난 것으로 CCTV조사 결과 확인됐다.
일방폭행으로 결론이 기우는 듯했으나 지난 26일 경찰은 목격자 정 아무개 씨(35)를 김 전 수석부위원장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정 씨가 주먹을 45도 각도로 뻗는 장면을 확보해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정 씨 측 변호인은 보도자료를 내고 “김 전 수석부위원장은 정 씨로부터 위에서 아래로 턱을 맞았다고 주장했는데 CCTV 화면을 보면 정 씨가 뒤쪽에 서 있어 이렇게 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사건 현장을 찍은 CCTV와 블랙박스 영상, 휴대폰 촬영 영상 등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양측의 진실공방은 가열됐다. 김 전 수석부위원장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영상에 잡히면서 “이빨 6개나 부러졌다는 사람이 담배를 피울 수 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경찰이 조사과정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논란을 더 키우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오전 현장에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으나 복원을 하지 않고 바로 주인에게 돌려줬다. 차주가 당시 “새정치 소속 국회의원이 블랙박스 영상을 돌려받으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외압 때문에 영상 확보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하지만 나중에 해당 차주가 “귀찮아지기 싫고 블랙박스를 빨리 돌려받고 싶어 거짓말을 했다”고 밝히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또 사건 당시 유족과 김 의원만 병원에 데려가고, 피해자들만 조사해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건이 끝난 후 도착해 현행범이 아니기에 귀가를 원하면 동행 요구를 할 수 없다. 부상자 등은 보호조치를 취하게 돼 있는 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