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불임부부들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터. 특히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는데도 아이를 갖는 데 실패한 경우라면 그 절망감은 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이런 절망 끝에 선 부부들 가운데 최후의 방법, 즉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 대리모 출산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나라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태국, 인도, 미국 등 해외에서 대리모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포쿠스>는 덧붙였다. 전문 대리모 중개인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점차 상업화되고 있는 대리모 출산과 이에 따른 부작용, 문제점 등을 <포쿠스>의 보도를 토대로 살펴봤다.
태국 방콕에 있는 한 병원을 찾은 유럽인 부부가 대리모 출산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포쿠스
프랑스 파리 근교에 거주하는 실비 메네손(59)은 쌍둥이 딸의 엄마다. 지난 2001년 태어난 발렌티나와 피오렐라 두 쌍둥이를 볼 때마다 그녀는 더할 수 없는 행복감과 고마움을 느끼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겪었던 몸과 마음의 고통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기 때문이다. 9개월 내내 심한 입덧과 함께 때때로 복통이 찾아오기도 했으며, 식욕은 또 얼마나 당기던지 무려 8㎏이나 몸무게가 늘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고생은 했지만 정작 쌍둥이를 낳은 것은 그녀가 아니었다. 대신 그녀에게 쌍둥이 딸을 안겨준 것은 멀리 대서양 건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메리라는 여성이었다. 즉, 메네손은 대리모인 메리의 배를 통해 귀한 딸들을 얻었던 것이다.
네 자녀의 엄마이기도 한 메리에게 그녀가 대리 출산 비용으로 지불한 돈은 1만 2000달러(약 1250만 원)였다.
배만 부르지 않았을 뿐 마치 임신을 한 것처럼 고생을 했을 정도로 그토록 바랐던 자식이었건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리모 출산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그녀는 쌍둥이 딸의 엄마로서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등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에서는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자녀를 호적에 올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메네손 부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는 자칫 갓난아기들이 인신 매매 혹은 상업적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독일의 경우에는 직접 아기를 낳은 여성들만이 법적 부모의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때문에 독일 부부가 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은 뒤 입국할 경우, 이 아기는 독일에서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즉, 유령이나 마찬가지인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안드레아 포겔(가명)의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였다. 26년 전 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포겔은 세 번에 걸친 시험관 시술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대리모 중개 사이트를 알게 됐다. 이 사이트의 설명대로라면 그녀 역시 ‘친절하고, 상냥하며, 매우 믿을 만한 우크라이나의 여성’들을 통해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
태국의 대리모 가미.
이처럼 대리모 출산이 늘자 독일의 경우에는 이와 관련한 심사가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예 외국에서 아이를 낳고 오는 부부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바이에른주의 한 부부는 이런 까닭에 쌍둥이 자녀들과 함께 2년 넘게 인도에 머물다가 간신히 자녀들의 여행비자를 얻어 입국할 수 있었다.
이처럼 어렵게 아이를 얻고도 부모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늘자 각종 편법도 등장했다. 어떤 여성은 임신한 것처럼 배를 볼록하게 위장해서 우크라이나로 출국한 후 대리모를 통해 낳은 아이를 안고 다시 귀국했다가 적발됐다. 이 여성의 행동은 법원에서 ‘범죄 행위’로 규정되었으며, 현재 최고 2년의 구류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근래 들어 차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포쿠스>는 전했다. 대리모를 통해 낳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면서 프랑스와 독일 등지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례가 하나둘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6년 전 미국인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를 출산한 후 현재 미국에서 불법 체류를 하고 있는 테레사 베르거의 경우가 그랬다. 쌍둥이들의 100% 생물학적 부모인데도 불구하고 직접 낳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녀들의 법적인 부모가 될 수 없었던 베르거는 아예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웠다. 하지만 아이들이 여섯 살이 되면서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용기를 내서 독일 당국에 ‘부모가 될 권리’를 요청했다. 결국 법원은 그녀의 손을 들어주었고, 현재 베르거는 마침내 진정한 부모가 됐다.
하지만 보다 큰 변화는 지난 6월 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일어났다. 10년 넘게 관청과 법원을 상대로 싸움을 해왔던 메네손 부부가 유럽인권법원(EGMR)으로부터 부모로서 인정을 받는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유럽인권법원은 인권조약에 명시된 제8항, 즉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내용에 따라 메네손 부부에게 법적 부모로서의 권리를 인정했다.
이번 결정이 앞으로 독일을 비롯한 인근 서유럽 국가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한 <포쿠스>는 머지않아 대리모를 통한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편 유럽의 불임 부부들 사이에서 이처럼 대리모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을 통한 ‘대리모 중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였다. 불임부부들이 클릭 한 번으로 저 멀리 미국이나 태국,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손쉽게 대리모와 연결이 되면서 이들을 연결해주는 에이전트나 병원도 덩달아 성업을 이루고 있다.
대리모 에이전트를 차린 뉴욕의 변호사인 멜리사 브리스만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는 경우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 자녀를 모두 대리모를 통해서 얻은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올해만 해도 벌써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기가 2000명에 달한다. 10년 전만 해도 매년 650명가량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상승세다.
이처럼 미국에서 대리모들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유럽인들 때문이다. 브리스만은 “부유한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대리모들 가운데 특히 미국 출신 대리모들이 가장 인기다. 특히 독일인들 사이에서 그렇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수준 높은 의료 시설과 유럽과 비슷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근교에 거주하는 실비 메네손(위)은 미국인 대리모 메리(아래)를 통해 쌍둥이 딸을 얻었다. 사진출처=포쿠스
브리스만의 고객들 가운데 75%는 일반적인 부부이고, 나머지 20%는 동성애자, 그리고 5%는 싱글이다.
인도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대리모 산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유엔의 보고에 따르면 인도에 위치한 대리모를 중개하거나 또는 돌보는 병원은 3000곳이며, 전체 규모는 4억 달러(약 4000억 원)로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매년 2000명의 아기가 대리모를 통해서 태어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8%가 외국인 부부의 의뢰를 통한 것이다. 태국의 경우에는 이보다 적은 수백 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얼마 전 태국의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가미’라는 아기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다운증후군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의뢰인이었던 호주 출신의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던 것. ‘가미’의 부모는 함께 태어났던 쌍둥이 딸만 데리고 호주로 돌아갔으며, ‘가미’는 그렇게 버려진 채 태국에 남겨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가미의 부모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뒤늦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 이들은 오히려 대리모가 아들을 넘겨주는 것을 거부했으며, 딸까지 주지 않을까 염려된 나머지 서둘러 호주로 도망왔다고 주장했다. 다름이 아니라 대리모의 남편이 아동성추행 전과범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3주 후 태국에서는 보다 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방콕의 한 아파트에서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여덟 명의 아기와 임신한 대리모 여성 한 명이 발견됐는데 유전자 검사 결과 아버지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아이들의 아버지는 일본의 사업가인 시게타 미쓰도키였으며, 현재 그는 태국에서 도망친 상태다.
하지만 ‘대리모 대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이런 나라에서도 점차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대리모 출산에 대한 비난과 금지 운동이 확산되고 있으며, 그 결과 점차 대리모 관련 산업이 주춤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현재 새로운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대리모 출산을 원하는 사람들의 심사도 까다롭게 변하고 있다. 건강증명서, 혼인증명서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도 한 예다.
태국의 경우에는 ‘가미’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진 후 대리모 산업이 거의 붕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렇다는 이야기다. 태국 군부는 자국 출신의 대리모들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이 출생 직후 다른 나라로 출국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으며, 이에 단속에 걸린 병원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대리모 출산 어떻게 하나 부부 체외 수정란 대리모 자궁에 이식 대리모를 통한 출산은 보통 의뢰인 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후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때로는 남자의 정자만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난자는 기증받은 제3자의 난자를 사용한다. 대리모 출산 비용은 인도의 경우에는 보통 2만 5000달러(약 2600만 원), 미국의 경우에는 쌍둥이를 낳거나 혹은 특별 요구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10만 달러(약 1억 원)를 호가하기도 한다. |
숫총각 정자 기증왕 키스 한번 안 해보고 자녀 열여섯 명 뒀다 미주리주의 트렌트 아스날트(38)는 무려 열여섯 명의 자녀를 둔 아빠다. 하지만 그는 아직 숫총각이다. 심지어 지금까지 키스도 한 번 안 해본 순수남이다. 트렌트 아스날트 그가 이렇게 정자 기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목사인 아버지에게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불임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이었다. 당시 여성들의 간절한 모습을 안타깝게 여겼던 그는 장차 자라서 그들을 돕겠노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가 18세 성인이 될 때까지 동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는 “나는 어릴 적부터 정자를 기증하는 것이 꿈이었다. 때문에 몸을 아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지금도 여전히 섹스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성병에 걸릴 경우 바로 정자 기증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늘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정자를 기증한 것은 2006년이었다. 그 후 정자를 필요로 하는 부부들에게 무상으로 정자를 기부하고 있는 그는 “아무래도 이게 내 천직인 것 같다. 생식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늘 몸을 가꾸고 있다. 적어도 매일 1~2회씩 정자를 기증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가 정자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 하는 일은 각종 딸기와 견과류를 갈아 만든 ‘번식력 증강 스무디’ 마시기, 조깅 및 근력 운동하기 등이다. 늘 헐렁한 옷을 입고 다니면서 몸을 서늘하게 하는 것도 놓쳐선 안 될 중요한 포인트다. 이렇게 관리를 하는 덕분에 그는 평균 남성들보다 무려 네 배가량 많은 정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아이를 낳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서 “앞으로도 계속 선행을 베풀겠노라”고 다짐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