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의 불화설이 제기되고 있다. 아키에 여사가 남편의 주요 정책에 공공연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게다가 보통 일본 총리 부부는 관저에 사는 게 일반적이지만, 아베 총리 부부의 경우 아키에 여사가 관저 입주를 꺼려해 이사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관저에 머무는 날엔 자동적으로 총리 부부는 ‘별거’ 상태가 된다.
<주간겐다이>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 주위에 다음과 같이 불평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가면 부부’다. 지금의(총리라는) 입장에선 그래도 금슬 좋은 부부처럼 연기를 해야 한다. 휴일에는 함께 쇼핑을 하고, 해외순방 때는 나란히 손을 잡고 전용기도 타야 한다. 외식이 많았던 이유는 아키에가 요리를 전혀 못해서 그렇다. 그나마 그녀가 요리를 한 건 병원에서 퇴원한 내게 죽을 만들어 준 정도다.”
한 지인은 “아베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에게 이제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국민들 앞에서는 부부 사이가 나쁘다는 걸 노골적으로 보일 수는 없는 일. 그는 “어쩔 수 없이 아베 총리가 가면 부부 행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들려오는 험담에 가만히 있을 아키에 여사가 아니다. 얼마 전 아키에 여사는 ‘오프 더 레코드(보도 금지를 조건으로 들려준 얘기)’를 전제로 이렇게 속삭였다. “남편은 말하자면, 계속 연기 중이다. TV에 나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행동 등은 부드러운 정치가를 연기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강경파에 보수적인 이미지를 숨기고 싶어서다. 연기를 계속 하고 있으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겠는가.”
자신들의 부부관계를 ‘가면 부부’라고 말하는 남편에 맞서, “남편은 국민들 앞에서 가면을 쓰고 있는 정치가”라고 응수하는 아내. <주간겐다이>는 “서로 존중하고 도와야 할 총리 부부에게서 따뜻한 분위기를 조금도 느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 부부를 잘 알고 있다는 또 다른 지인은 “평소 아키에 여사가 남편이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지 곧잘 푸념한다”고 전했다. 그는 일례로 “사실 아베 총리는 집에서 거의 술을 마시는 일이 없다. 촬영이나 취재가 있을 땐 맥주잔을 들고 가볍게 술을 마시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아키에 여사의 말에 의하면 그건 그런 척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반면 술을 좋아하는 아키에 여사는 아베 총리가 술친구를 해주지 않아 밖에서 따로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주당으로 알려진 아키에 여사는 2012년 도쿄 시내에 ‘우즈(UZU)’라는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를 열고 직접 운영 중이다. 개점 당시 아베 총리와 시어머니에게 “정치가의 아내로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아키에 여사는 하고 싶은 대로 밀어붙였다. 따라서 일본 언론들은 “선술집 오픈이 총리 부부의 불화가 깊어진 계기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또한, 총리 부부의 불화설이 불거진 데에는 아베 정권의 공격적인 정책도 무관하지 않다.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아키에 여사는 남편의 주요 정책에 대해 공공연히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그녀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또 다른 원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말로 남편의 원전 재가동 정책을 비판한 바 있으며, 일본 TT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소비세 인상 등의 문제에서도 ‘반(反) 아베’ 입장임을 과감히 밝혀왔다.
이처럼 아내의 지원 없이, 총리가 마음 편안할 날이 없다면 심신의 피로가 쌓일 터. 아무리 사이좋은 부부인 척 꾸밀 필요가 있다고 해도 자칫 정권에 치명상이 될지도 모르는 아내의 행동을 아베 총리가 묵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자민당 관계자는 “총리 부부에게 아이가 없다는 사실이 큰 배경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술에 취한 아키에 여사가 울면서 지인들에게 불임 관련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는 것이다. 이에 “마음의 빚이 있는 아베 총리가 아내에게 강하게 나올 수 없는 듯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일각에서 아베 총리 부부의 불화설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평론가 아사카와 히로타다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놨다. 불화설보다는 아키에 여사가 ‘새로운 퍼스트레이디 상’이라는 것이다.
아사카와 평론가는 “아키에 여사는 일본의 역대 퍼스트레이디처럼 남편의 뒤를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한다”면서 “이는 새로운 부부상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이와 관련 <주간겐다이>는 “국민들은 점잔 빼는 회견이나 국회에서의 아베 총리 모습밖에 보지 못한다”고 운을 뗀 후 “그 가면의 밑에 어떤 본심을 감추고 있는지,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가 바로 부인 아키에 여사다. 자유분방한 그녀가 아베 총리의 폭주를 막을 강력한 ‘아베 억제력(抑制力)’으로서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며, 이것이 앞으로 퍼스트레이디의 활약을 기대하고 싶은 이유”라고 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논일 하는 프로필 사진 ‘훈훈’ “아베 강성 이미지 아내가 보완해줘” 특히 그녀의 페이스북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는데, 아키에 여사의 프로필 사진은 논에서 일을 하는 소탈한 모습이다. 기사는 “아베 총리의 강한 이미지를 아키에 여사가 보완해주고 있어,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아베 총리의 정치적 비밀병기”라고 보도했다. [강] |